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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살아내는 중입니다
김규범 지음 / 북오션 / 2025년 8월
평점 :

《감정을 살아내는 중입니다》는 유튜브 채널 ‘사월이네 북리뷰’를 통해 책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공유해 온 ‘사월이 아빠’ 김규범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집이다.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갓 구운 빵처럼 따끈한 책을 받아서 들었고, 이전 두 권에 이어 이번 책까지 모두 읽고 리뷰를 쓰게 되었다. 오랫동안 유튜브를 통해 사월이 아빠의 북리뷰를 즐겨 보아 온 이유는, 저자가 책을 대하는 진솔한 태도와 깊이 있는 인문학적 통찰에 공감해 왔기 때문이다. 책 제목 속 ‘‘감정을 살아낸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동안 감정을 ‘이겨내거나 견뎌내는 것’에 익숙했다. 하지만 ‘살아낸다’는 건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 것이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괴로움이든,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내 삶의 일부로 품으며 함께 걸어가는 것—아마 그런 의미일 것이다.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에 펼쳐진 구름을 바라보며, 행복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67쪽, 우리는 너무 자주 견뎌내려고만 한다. 일이 무너져도, 관계가 흔들려도, 몸이 고단해도, 감정이 메말라도 멈추지 않는다.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멈추면 책임을 놓는 것 같고, 속도를 줄이면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애쓴다. 어떻게든 버티고, 어떻게든 해내며 다음을 준비한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다음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그런 우리의 삶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끝없이 달리는 삶에 방향이 없다면, 왜 달리는지를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191쪽, 진정한 철학적 사유는 멀리 있지 않다. 자신을 가장 정직하게 인정하는 순간에 시작된다. 용기를 내어 우리가 품고 있는 결핍과 상처를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스스로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방식이다. 자기 자신과의 진실한 대면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삶의 주체가 된다. 그렇게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사회적 위치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 감정을 숨기며 살아간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일지라도,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최고의 선이며, 그것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이 선택된다”고 했다. 결국 행복은 내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내 감정에 솔직할 때 우리는 자유로워지고, 그 자유 속에서 행복을 경험한다. 혹시 지금, 힘든 감정을 억누른 채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지쳐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감정을 ‘이겨내는’ 대신, ‘살아내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