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김에 수학공부

[세트] 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 : 대수 + 기하 - 전2권 ㅣ 그림으로 과학하기
케이티 스텍클스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교육자로서, 특히 언어 교사로서 수학은 늘 멀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에 윌북에서 『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 시리즈를 소개받았을 때, 처음부터 마음이 끌렸다. 이 책은 보통의 참고서나 해설가 아니라, 그림으로 수학의 원리를 설명하는 비주얼 수학책이었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수학은 단지 계산의 기술이 아니라, 사고의 언어라는 생각을 자주 하던 터라, 수학을 새롭게 이해할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가 주제를 그림으로 풀어낸다는 콘셉트도 신선했다. IB 교육이 강조하는 탐구, 표현, 이해의 다양성과도 닮아있었고, 공식보다 생각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라 더 궁금했다. 다만 아무리 쉬워 보여도, 기하와 대수를 다루는 수학책인 만큼 기본적인 호기심은 필요하다. 수학에 전혀 관심이 없다라도 ‘왜 이런 개념이 생겼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읽는다면, 이 책은 생각보다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 시리즈는 미국의 학습서 명가 배런스에서 출간된 <그림으로 과학하기>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글보다 그림이 먼저 보인다는 점이다. 복잡한 공식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도표와 인포그래픽, 마인드맵으로 개념을 시각화했다. 그래서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수학을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부분이 참으로 신선했다. 기하 편은 점과 선, 면,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장이라 세상의 형태를 이해하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대수 편은 숫자, 함수, 확률, 논리 등 수학의 구조를 구성하는 언어를 다룬다. 복잡한 내용을 그림으로 압축하기 때문에 읽는 부담이 적고, 시각적 인상이 오래 남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두 권을 모두 살펴봤지만, 그나마 이해할 수 있고 흥미로웠던 부분은 대수 편의 확률 단원이다. 주사위를 던지는 손, 동전을 던질 때의 결과, 카드 더미에서 에이스를 뽑는 장면이 마치 만화처럼 이어진다. 이 연속된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확률이란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는 학문이라는 정의가 훨씬 명확하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주사위를 던질 때의 경우의 수를 격자 배열로 보여주면서, 모든 가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수학이 추상적인 계산이 아니라, 사건의 구조를 파악하는 언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이해된다. 아마 내가 요즘 데이터를 다루고, 주식 차트를 자주 보는 습관이 있어서인지, 확률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가격의 변동, 예측, 불확실성 등, 이 모든 것이 사실은 확률의 언어로 설명되는 세계다. 그래서 이 단원을 읽는 동안에는 수학책이라기보다, 세상을 이해하는 설명서를 읽는 느낌이었다.

물론 수학을 공부한 지 오래된 나로서는 내용의 절반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림이 도와주기 때문에 낯선 개념이라도 이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나의 수업에도 이러한 이미지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겠냐는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는 언어적 도구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IB 수업에서 강조하는 시각적 탐구와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학생~고등학생 정도의 학생이나, 수학에 관심이 있는 어른을 위한 교양서이다. 개념을 깊이 이해하려면 고등학생 이상이 적당하다. 그리고 이 책의 가치는 얼마나 많이 설명하느냐 보다, 얼마나 쉽게 보여주느냐에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을 통해 쌓이는 경험으로 수학을 새롭게 생각하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좋아하고, 특히 AI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