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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을 걷는 시간 - 천년을 잠들어 있던 신라의 왕궁 소설가 김별아 경주 월성을 가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22년 8월
평점 :
베스트셀러 '미실'의 작가, 김별아 작가가 쓴 경주 월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가 2019년 경북매일신문에 연재했던 "월성을 걷는 시간" 이라는 칼럼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하여 출판한 책이다.
그런데 왜 '월성' 일까 ?
그 많은 경주의 관광지들과 최근의 핫플레이스인 황리단길이 아닌,
나와 같이 경주는 신라의 수도였고, 첨성대와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그리고 UNESCO 문화유적이라는 것 정도만 아는 사람들은 잘 들어보지도 못한 것 같은 '월성'.
월성은 신라 천년의 왕성이다. 월성은 101년부터 신라가 멸망한 935년까지 834년 동안 신라의 궁성이자 왕조 국가 신라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월성을 잘 모른다. 교과서에도 없었고, 실제로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궁성의 흔적조차 없이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웃한 동궁과 월지를 비롯해 대릉원, 황룡사, 남산, 첨성대 등이 월성을 둘러싸고 있음에도 월성의 존재는 없었다.
2000년 12월에 경주역사유적지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유적의 성격에 따라 나뉜 5개 지구 중 월성 지구는 국보 31호인 첨성대와 계림, 동궁과 월지, 그리고 왕성인 월성 등을 포함한다. 월성은 경주경주문화재연구소 주관의 발굴 조사 중 2007년 지하 레이더 탐사를 통해 생생한 존재가 드러났다.
작가는 이렇게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월성을 깨우고 싶어한다.
경주를 헤매며 월성의 과거의 현재, 미래의 시간들을 남은 문헌과 현재까지의 발굴조사,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일지 살펴보자.
1장. 천년을 잠들어 있던 도시
2장. 시간을 더듬어 만난 삶의 흔적 - 월성 안의 이야기
3장. 신라, 무엇을 꿈꾸었던가 - 월성 밖의 이야기
위와 같이 크게 구성되어 있다.
신라와 경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이기에, 월성을 무대로 한 천년의 이야기가 흐를 것 같다.
1장 중,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세요' 에는 작가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해설/교육팀 '월성이랑'에서 진행하는 무료 해설을 극찬하는 에피소드로 시작해 현재 월성의 발굴 상황과 복원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지가 실려있다.
월성이 알고 싶고 보고싶다면 언제든지 오라는 '월성이랑'팀의 해설이 꼭 들어보고 싶다.
개인적인 취향이야 다 다를텐데, 나는 신라 천년의 시대 때의 월성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2장이 바로 그 이야기이다.
월성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어떤 풍류를 즐겼는지, 어떤 특별한 일이 있는지 말이다.
'신라인의 밥상을 찾아서' 엔 월성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 지를 상상해본다. 발굴 조사 때 나온 음식물들의 흔적과 문헌 정보들을 통해 월성 사람들의 식도락을 상상해본다.
콩 잎, 재피 잎, 더덕, 도라지, 전복, 개암, 무, 땡감 등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짱아찌로 만들어먹는 경상도 음식이었을 것이다. 현재는 논란의 대상이지만, 선사 시대 때 부터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개고기도 빠질 수 없었을 것이고 결혼 예물인 대추, 경주 민요에 등장하는 잉어는 고급 보양제였을 것이다. 삼국유사 '진정사 효선쌍미' 이야기에 나오는 것 처럼 무쇠솥이 널리 쓰이고 있었을 것이다. 중곡 고의서 '남해약보'에 신라인들이 다시마를 중국에 수출한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봐서 해초도 요리로 먹었을 것이다.
월성인들의 밥상을 상상하는 것을 뒤로 하고, 작가의 경주 식도락 기행이 이어진다. 중앙 시장에서 소머리 국밥과 경북 소주인 '참'을 곁들이고, 불국사역 앞의 불고기 얘기를 듣노라면 다음 번 경주 갈 때 꼭 들러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천년을 사이에 둔 월성의 밥상이 왔다갔다하는 것 같다.
'월성을 걷는 시간'은 천년 간 잠들어 있던 신라의 왕궁 월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몇년 간 발로 뛰고, 발굴 조사와 문헌들을 조사한 결과이다.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월성의 모습과 월성 사람들의 삶을 살려놓았다.
따분하고 식상하다고 느껴온 경주를 다시 한번 가봐야할 이유가 생겼다.
월성을 걷는 시간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