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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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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감상 평 : 위로받을 수 없는 존재, 인간

    이 책의 표지는 파크라이프라는 제목의 이 책을 요시다슈이치 문학의 시작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그의 문학세계의 중간부터 읽었던 난 그 문학의 시작을 확인해야만했다. 아마 읽기 전에는 작년부터 알게 된 요시다 슈이치에 대해서 더 가까이 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을 것이다. 경과와 정점을 먼저 본 후 들여다 본 그의 시작은 가히 뿌리를 찾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과연 그의 세계관이 어떠한 의구심에서 출발했는가에 대해서도 명쾌해질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낯선' 자신의 내면이었다. 퍼레이드에서 유쾌한 동거를 통해 밝혔던 우리가 덮고 살던 각자의 수치스러운 본성에 대한 회의는 바로 이 작품 '파크라이프'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책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실상 인간은 같은 우주 아래 껍데기만 빌리고 속은 공유하도록 설계되었지만, 되려 맨션같이 속은 더욱 더 감추고 겉 껍데기만 공유하고 이해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감출 게 없으니까 그게 싫어서 애써 뭔가를 감추는 척 한다는 피상적 삶의 한계가 연장되고, 또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결국 위로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것이 명확해진다. 너나 나나 다를것 없이 추레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품같이 가벼워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자신의 본성을 두려워해 억누르고 살아가는 것이다. 공원의 단면도나 해부 인형에서처럼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는 속 빈 강정의 삶에서도 우리는 내 속이 남들에게 비춰졌을 때의 수치심을 두려워하며 수박 겉핡기식의 인생을 살아간다. 이 책의 묘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저 겉모습만보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수근거리는 것이 인간이다. 최근에 본 지인의 글에서 이러한 표현을 본 적이 있다. "일기란 정말 솔직히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글인데, 정작 남들이 내 솔직한 마음을 보게 될까 두려워 일기라는 것을 적지 않는다." 실로 공감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내 부인, 가족이라도 내 존재를, 본성을 드러내기는 힘들 것이다. 아니, 사실 그렇게 감춰온 것이 너무 오래되어서 실제로 내 본성이 어떠한지 설명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본성이 이따금씩 튀어나오기라도하면 그 낯섬에 혼란까지도 느낄 것이다.

    같은 책 안에 수록된 또 다른 단편인 '플라워스'에서는 그렇게 내 본성이 뭔지도 모르고 누르고 누르고만 살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것은 퍼레이드에서의 결론과 같다. 다른 사람의 내면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적당한 거리두기에 익숙한 채 살아갈 뿐이다. 가까이 다가가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마음을 터놓는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플라워스에서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믿었던 회사 동료가, 알고보니 다른 회사 동료의 아내와 성관계 파트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래 놓고는 뻔뻔하게 그 동료와 친하게 지내고, 그 동료의 적 앞에서는 또 그 동료를 욕하고. 옮긴이는 이것을 가까워졌다고 믿었을 때 휙 멀어져버리는 종류의 관계라고 표현한다. 이것이 바로 거리두기이다. 그 사람의 본성을 알면 알 수록 우리는 멀어져간다. 속을 털어 놓으면 놓을수록 가까워져야 진정한 위로인데, 오히려 그 사람의 본성을 보면 볼 수록 그럭저럭의 거리를 두며 살아가는것이다.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품는 것이다. 부부사이에도, 친구사이에도, 심지어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생기는 그 거리두기를 소설은 이렇게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독자도 거리두기를 시작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마법에 빠져든 것이다. 그는 우리를 그렇게 객관적으로 보게 해준다. 결코 가벼워질 수 없는, 본능이 튀어 오르는 삶을 가벼운 삶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무게 중심이 없는 삶을 살아가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끝없이 자신에게로 무한대의 중력을 행사할 뿐이다. 저마다의 중력으로 우리는 상대방을 자신의 본능과 가치관 속으로 끌어들이려하지만 서로 가까워지기라도 하는날에는 위로와 공생보다는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인간이다. 추악하게 드러났던 간단의 본성을 보자마자 발길질을 했던 택배회사의 모든 직원들의 모습이 그것을 증명한다. 제발 감추고 살아가달라는 그 발길질에서 남의 모습을 보고싶어하지 않는 현대인들의 씁쓸함이 보인다. 그렇게 두드려 맞지 않기 위해서, 갈등을 피하고자 우리는 거리를 둔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존이라고 생각한다.

    거리두는 삶을 나쁜 삶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 사람이 내가 될 수 없는 삶이기 때문에, 거리를 두며 그냥 저 인간은 저런 인간이야 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더 편할 때가 많다. 사실 교육의 본질이 본성을 감추고 거리를 두며 공생하는 삶을 살아가자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거리두기는 인간의 문화이자 암묵적 약속이 되었다. 다행히도 나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바로 사색과 공감이라는 장치다. 사색으로 발견한 본성과 같은 본성을 가진 사람들과의 공감은 때때로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그것을 이루게 해주는 것이 파크라이프의 공원이었다. 물론 이 공감도 상대방과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 공감이라기보다는 또다른 갈등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답변은 또다시 회귀한다. 그냥 피상적으로 관찰하는것이 팔자가 편한 길이다. 염세적인 결론이라 송구스럽지만, 이 결론은 가장 현실적이고 평화로운 결론이기도하다. 어쨋든 갈등없는 삶을 살아가는 공원의 삶이 고요했던것이 그 증명이 되기 때문에.


*내가 뽑은 명 문구*

20p) "몇 명에게 사랑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누구한테 사랑을 받았느냐가 중요한 데 말이야..."

70p) "감출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그게 싫어서 애써 뭔가를 감추는 척 한다던가 뭐라나..."

79p) "빌린 물건이라... 정말 그러네. 겉 모양만 개인의 소유물이고 알맹이는 모든 인류의 공유물이라. 맨션이랑은 정 반대겠다. 맨션은 속이 개인 소유물이고, 밖은 공유물이니까."

83p) "그렇잖아. 공원에서는 아무 것도 안해도 누구도 책망하지 않아. 오히려 권유나 연설처럼 뭔가를 하려 들면 쫓겨나지."

153p) 이 세상에 존재하는 꽃의 수만큼 사람에게는 감정이 있다.

155p) "보통 이중인격이라고 하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겉과 속이 다르잖아.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으로 묶인 이중인격이란 게 있을까? 겉도 속도 다 좋은 사람."

172p) 마리코는 나에게도 변화를 요구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뛰어올라 날아다니라고. 그렇지만 나는 만약 그렇게 하면 바다 깊은 속에서 솟아오르는 물거품처럼 언제까지고 떠들기만 하다 결국은 부서져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

191p) 바보취급당하는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져선 안 된다.

201p) 나가이 씨의 일생일대의 반항을 '빨리 가고 싶다'는 간단의 치졸한 안달이 익살스러운 촌극으로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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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백인수 옮김 / 베가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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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감상 평 : 존경의 시선이 교차하는 공간


    경영인들 모두가 현 세대의 화두인 "여유로움"과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음에도, 막상 구체적으로 어떤 것으로 그 가치를 형상화해야 하느냐라는 문제에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느리게 사는 것을, 뒤를 돌아보며 사는 것에대한 잠재적 욕구가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데도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채워야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츠타야의 처음부터 현재까지 일궈온 마스다 무네아키는 자신의 경영인생의 최종 수렴지인 다이칸야마 츠타야를 통해 "라이프 스타일은 이런것을 형상화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것은 그가 스스로 자평한 30년 가량이 넘는 나선형 사고와 경험을 통한 결론이다. 그리고 그 결론은 마치 오랜 수정작업을 거친 정교한 예술품처럼 아름답고 나와 같이 라이프스타일의 구체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가 그렸던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의 주제는 결국 "존경의 시선이 교차하는 공간"을 만드는데에 있다. 그리고 각각의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는 이 책에서 상세히 구체화되고 있다. 우선 '존경'이란 상대방과 정보의 교환 없이도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의미한다. 인간은 그 존재만으로도 숭고한 가치를 갖는다. 존경심은 그 숭고함을 인식하고 추구하는데서 나타나는 마음이다. 즉, 마스다는 이 책에서 상대방의 존재를 인식하는것을 넘어 그 사람에대한 자신만의 주관적 이해를 "존경심"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상대방의 가치를 자신의 세계로 이끌어오고 싶어하는 인간의 특성을 정확히 포착한 표현이다. 자연스레 말이 오고가지 않아도 공간을 향유하는 상호간에는 그러한 무언의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된다. 

    그러한 존경심의 시선은 '상품'이 아닌 '행위'의 공유로써 교차된다. 마스다는 상품은 둘로 나누면 가치가 절감되지만 행위는 공유될수록 오히려 그 가치가 증대된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무한한 존경심의 시선(행위)을 실시간으로 공유시키는 것은 그 공간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마스다는 한 가지의 중요한 특성을 더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바로 공간의 가치이다. 마스다는 공간의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라이브"라는 특성을 꼽는다. 여기서 라이브는 시간을 진짜 시간처럼 보내는 조건이 포함되어있다. 인터넷에서 과거에 수록된 정보를 보고 웃는 시간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상대방과 공유하는것을 진짜 생동감 있는 시간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살아있지 않은 과거의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열람은 라이브라고 볼 수 없다. 되려 말이 오고가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더라도, 상징적인 정보만 공유되면 그것이 라이브이다. 요즘 시대에는 이러한 라이브를 쉽게 누릴 수 없는 역설이 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과거의 정보에만 집착할 뿐, 살아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는 비효율적이라고 간주한다. 이러한 라이브의 희소성은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시간"의 중요성이라는 하나의 잠재적 욕구를 형성하게했다. 마스다가 만드려하는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는 때문에 이러한 "라이브" 욕구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카페 컨셉트가 차용되었다.

    라이브라는 특성외에도 마스다는 '대접받는' 공간의 필요성과 '편집권을 제작자에서 이용자로 전이시키는 행위'라는 기존 츠타야 서점의 정체성을 다이칸야마 츠타야에도 옮겨심으려했다. 그 고민의 결과 마스다는 도서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본래 상류층이 향유하던 공간이라는 도서관의 기원과 소유의 개념을 이용자에게 돌려주고자 했던 츠타야의 정체성을 교묘히 결합시킨 훌륭한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다른걸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컨셉을 결합시킬 수 있는 그의 통찰력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놀라운 통찰력은 그의 공간 선택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이칸야마라는 공간에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이 들어서게 된 것 역시 그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마스다는 살아있는 정보의 중심지가 다이칸야마로 옮겨지고 있다는 그의 혜안과, 다이칸야마가 갖는 공간의 편의성(주차 등),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동선 등을 치밀하게 간파했다. 기획이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혹자의 의심을 꾸중이라도 하듯, 그는 머릿 속에 있던 추상적 개념들을 하나 하나 구체화시키나갔다. 

    앞에서 했던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는 30년간 츠타야를 위해 고민한 그의 정점이다. 수많은 정반을 경험하고 결론내린 합이다. (정반합. 그는 이것을 수타리라고 표현한다.) 경영자에게서 새삼스레 장인의 정신이 느껴진다. 더불어 우리 사회 시장의 현 주소를 재정립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 흡족하다. 츠타야 서점이 정확히 어떤 컨셉의 매장인지, 일본 내에서 어떠한 위상을 갖는 점포인지 알지 못 한 상태에서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제목에 우연히 끌리게 되어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무작정 집게 되었으나, 이것이 나에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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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하고 따뜻하게
이시은 지음 / 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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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감상 평 : 한장 한장 넘길때 마다 1도씩 올라가는 체온

 

 

 

S양의 포스팅으로 읽기 시작한 일본의 명카피를 중심으로 쓴 수필집 "짜릿하고 따뜻하게"

사실 읽은지는 좀 되었지만, 지금에서나 포스팅하게 된다...

 

수필집이니 만큼 독서에대한 평가도, 비평도 할 수 없다. 단지 이 책이 감명 깊었던 것은 따뜻한 일본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명 광고 카피들이 책을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찾았던 몇 가지 명 광고 카피와 작가의 명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p.46-47

 

행복해지는 것. 꼭 무엇이 되어야 행복한 것도 아니고 꼭 뭘 이뤄야 행복한 것도 아니죠.

 

 

 

p.112

 

 

 

저 사람도,

한잔해보면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

 

좋은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마시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놀라지 않아.

'좀... 그래' 라고 생각하고 마셨는데,

좋은 사람이었다면 기쁘지.

세상엔 그런 일이 꽤 있는 듯 해.

 

산토리

 

 

 

p.128-129

 

일본드라마 <수박>이 생각납니다. 은행원인 여자가 3억 엔을 횡령해 일상 탈출을 시도하죠. 경찰에 쫓기면서 그 돈으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합니다. 그 여자는 훗날 친구에게 말해요. 너네 집 식탁 위에 그릇마다 놓인 매실장아찌씨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고. 청소기 소리도 너무 오랜만이었다고. 그런 것들이 생활이라고.

나는 3억 엔으로, 그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매일 같은 일의 반복인 듯하지만, 한 발짝 일상에서 떨어져서 보면 사실은 조금씩 다릅니다. 사소한 것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사소하다고 생각한 것이야말로 가슴이 저밀 정도로 소중합니다.

 

 

p.198

 

 

 

그 사람의 사진을 갖고 싶어서

친구들 모두의 사진을 찍고 있다.

 

마음과 몸,

인간의 전부.

 

올림푸스 

 

 

p.230

 

 

 

Have a good die.

 

내가 사는 길

 

 

 

p.258-259

 

 

 

한 조각 채워지면

한 조각의 풍경이 달라진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는 자유.

하지만 답은 하나.

 

매일매일도 퍼즐이다.

어떤 조각을 고를지도 자유.

다음에 뭘 할까.

그것이 하나의 조각.

완성도 역시 미완성.

 

커피를 마시는 시간,

이라는 조각을 선택하면

 

봐봐.

 

마음의 풍경에

부드러운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차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네스카페 골드블렌드

 

네스카페 골드블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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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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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감상 평 : 다시 태어나고 싶었으나 다시 죽어버린 사내

 

 

참...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닌데

답답하기도하고 반성감과 죄책감이 머리를 사로잡아서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책 한 권을 집어 들어 읽었다.

그리고는 단숨에 다 읽어버린 책, 빅 픽처.

 

 

 

 

 

 

 

  우리는 우리가 하고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진부한 물음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문제들의 대다수는 결국 이 문제와 엮어져 있다.  더 넓게 보자면,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 근원적인 메시지를 더글라스 케네디는 현대인들에게 다시 한번 던지고 있다. 소설속 주인공인 벤은 도시에서 화려한 변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사진에 대한 열망을 여전히 포기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그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삶은 결국엔 안정적이지 못했다. 자신의 꿈도, 아내의 꿈도 충족되지 못하자 결국 그들의 삶은 삐걱댈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모습은 곧 자신의 모습이었고, 아내의 몰락은 곧 자신의 몰락과도 같았다. 그 와중에 그래도 아내는 불륜이라는 출구를 찾아냈지만, 그 어떠한 출구도 찾아내지 못한 벤은 결국 돌이키지 못할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바로 살인이다.

 

  하지만 우연의 계기인지 살인 후 그는 다시태어날 수 있게되었다. 절벽으로 떨어졌다고 느꼈을 때 다시 시작된 그의 삶은 그가 잃어버린 꿈들을 되찾아나가는데에 기폭제가 된다. 살인이란 분명히 윤리적으로 보면 분명히 지탄받아 마땅할 일이다. 하지만 읽는이는 어느 순간부터 그의 치밀한 계획들을 응원하고 그가 성공할 때 마다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할 수 없었던, 사회적 여건에 의해 포기해야 했던 인생을 다시 되찾아가는 벤을 보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일생을 찾았던 벤은 살인이라는 올가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경찰의 수사에서는 무사할 수 있었지만 세상에 사진가로서 알려진 게리가 알고보니 벤이었다는 사실을 주변인들이 알아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다시 죽어버렸다.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다시 재기할 수는 없었다. 잃어버린 사진가로서의 열망을 찾아가는 순탄대로에서 그가 바로 추락했다는 것은 무엇을 상징할까? 이는 작가가 제시하려했던 메시지와 분명 관련되어있다. "되돌아 갈수 없다"는 메시지이다. 이는 소설 속 벤이 존경했던 잭이라는 인물의 대사에서 잘 드러난다. 언젠가 죽는다는것 조차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고, 그 결과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수 없게 되어버려서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나버렸다는 그 대사.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를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구나 꿈대로 살고 싶었으나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빗겨나가기 시작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꼬집은게 분명하다. 이 길을 되돌아가면 다시 잘 해 볼 수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 없다고, 실패만이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에게 냉혹한 현실을 깨우쳐 주고 있다. 다시태어날 생각일랑 접어두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와동시에  또다른 교훈을 주고있다고 생각한다. 되돌아갈수는 없는 길이다. 다시 태어날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너의 위치를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똑바로 걸어가라는 것. 버릴것은 버리고 진짜 너의 인생을 살아가라는 교훈. 만약 벤이 망가져버린 인생에 집착하지 않고 진즉에 몬테나주로 갔다면, 그는 성공한 사진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무명의 게리를 일약스타로 만들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태어나고싶어서 되돌아간 인생은 수많은 대가를 요구했고 되려 더 큰 절망만을 낳았을 뿐이다. 인생의 정도를 정확히 지켜가지 않은 결과이다.

 

  참 무엇이라고 말하기 힘든 소설이다. 추리장르와 오묘하게 섞어서 우리에게 진짜 너의삶을 지금부터 살아가라고 전하는 듯한 작가의 메시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직 내 꿈을 정할 수 있는 나이여서 공감도 쉽게 되지 않지만, 소설 속 이 대사는 분명히 뼈에 묻어 보관하며 살아가야 겠다.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한편 소설을 읽다가 인상깊은 장면 하나가 생각난다. 사진 한장으로 유명해진 게리가 또다른 사람으로 태어나 사진으로 데뷔하려했지만, 게리아닌 무명의 또다른 인간은 사진가로 취급조차 안해주는 냉철한 현실. 수 많은 재야의 예술가들이 쉽게 데뷔할 수 없는 이유가 단순히 인지도 차이이고, 무명에게는 그 인지도 조차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예술가로서의 삶이 씁쓸하구나. 자본의 힘이 결국 자신의 삶을 다른 곳으로 인도하고, 그 꿈을 누르며 살아가게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결국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바뀌지 않는 사회체제의 문제이다.

 

 

 

* 내가 뽑은 명문구 *

 

-49p)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117p)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431p) "한번 큰 상실감을 겪고 나면 모든게 쉽게 깨어질 듯, 부서질 듯 보이지. 더 이상 행복을 믿지 않게 돼. 좋은 일이 찾아와도 조만간 사라지게 될 거라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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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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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한 줄 감상 평 : 인생의 한 켠을 돌아보거나, 준비하거나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라면 그냥 믿고 보자라는 생각 때문에 집게 된 신작,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일본 ANA 항공의 기내 잡지에 연재 형식으로 실리던 작품들을 하나로 엮어 만든 책이다.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모든 작품이 하나하나 개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하나의 이야기를 관통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옴니버스처럼 각각 다른 배경에서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모두가 하나의 인생에 대해 노래하는 느낌. 결국 모든 인생은 어제를 떠나보내는 속에 추억을 기억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여행과도 같다는 말을 하고싶어서 였을까. 그의 이야기들은 우리 인생 자체의 시작과 떠남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시간을 그려내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베스트 프렌드의 결혼식. 샌프란시스코에 오기 전부터 여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친구에게 의존할 생각만 했던 주인공이, 이제 그 친구의 결혼식을 기점으로 더 이상 친구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여행자가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이 줄거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주인공이 자신의 무대에 스스로 혼자 설 용기를 여행을 통해서 얻고 갔다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치카의 막연한 두려움은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보고난 후, 내 스스로도 이런 풍경들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해야겠구나 라는 마음가짐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이상 친구에게 의존하는데서 오는 즐거움이 아닌, 홀로서기를 했을 때 오는 또 다른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발디딤이 즐거웠던 이유는, 무엇인가 응원받은 느낌이 강해서였다. 사람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비슷한 이야기에 스스로를 투영시키곤 한다고하던데, 아마 그래서였지 않을까 싶다. 새 출발을 준비하는 나에게 이 이야기는 힐링 그 자체였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쉽고도 빠르게 읽히며 가볍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소설의 구성을 사용하지도 않은 단편적인 수필들과 이야기들이 나열되어있는데에서 읽는 즐거움을 한껏 끌어낼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새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기대감, 혹은 여행을 마치고 과거를 성찰한 여행객들에게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만 하려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고문이었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전의 설레임을 다른 이야기와 엮어 한껏 부각시키고, 여행을 마친 사람들에게 여행에서의 감상과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야말로 요시다 슈이치의 집필 의도였을 것이다. 

 

 

 

* 내가 뽑은 명 문구 *

 

 

117p) 배신하지 않는 것이 친구가 아니라, 실은 서로 배신할 수 있는 상대를 친구라고 부르는 건지도 모른다.

 

- 156p) 뭐가 나빳던 게 아니라, 뭐가 좋았던가를 생각하면서 끝나는 관계도 있을 테지.

 

- 170p) "(아기가) 울 때는 마음껏 울게 두세요. 크면 강한 척하느라 울어 주지도 않으니까요."

 

- 193p)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이제 버스 발판에 한 발 올렸을 뿐이지만, 앞으로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206p) 그때, 찾았구나, 생각했다. 이 하늘이 어떤 하늘인지 대답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 하늘과 같은 색으로 웃는 사람을.

 

- 215p) 불안함이란 절대 좋은 감정은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문득 이 감정을 느꼇을 때 다음에 보는 풍경이 기대 이상으로 선명하고 강렬하여 잊기 힘든 것이 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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