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백인수 옮김 / 베가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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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감상 평 : 존경의 시선이 교차하는 공간


    경영인들 모두가 현 세대의 화두인 "여유로움"과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음에도, 막상 구체적으로 어떤 것으로 그 가치를 형상화해야 하느냐라는 문제에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느리게 사는 것을, 뒤를 돌아보며 사는 것에대한 잠재적 욕구가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데도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채워야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츠타야의 처음부터 현재까지 일궈온 마스다 무네아키는 자신의 경영인생의 최종 수렴지인 다이칸야마 츠타야를 통해 "라이프 스타일은 이런것을 형상화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것은 그가 스스로 자평한 30년 가량이 넘는 나선형 사고와 경험을 통한 결론이다. 그리고 그 결론은 마치 오랜 수정작업을 거친 정교한 예술품처럼 아름답고 나와 같이 라이프스타일의 구체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가 그렸던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의 주제는 결국 "존경의 시선이 교차하는 공간"을 만드는데에 있다. 그리고 각각의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는 이 책에서 상세히 구체화되고 있다. 우선 '존경'이란 상대방과 정보의 교환 없이도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의미한다. 인간은 그 존재만으로도 숭고한 가치를 갖는다. 존경심은 그 숭고함을 인식하고 추구하는데서 나타나는 마음이다. 즉, 마스다는 이 책에서 상대방의 존재를 인식하는것을 넘어 그 사람에대한 자신만의 주관적 이해를 "존경심"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상대방의 가치를 자신의 세계로 이끌어오고 싶어하는 인간의 특성을 정확히 포착한 표현이다. 자연스레 말이 오고가지 않아도 공간을 향유하는 상호간에는 그러한 무언의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된다. 

    그러한 존경심의 시선은 '상품'이 아닌 '행위'의 공유로써 교차된다. 마스다는 상품은 둘로 나누면 가치가 절감되지만 행위는 공유될수록 오히려 그 가치가 증대된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무한한 존경심의 시선(행위)을 실시간으로 공유시키는 것은 그 공간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마스다는 한 가지의 중요한 특성을 더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바로 공간의 가치이다. 마스다는 공간의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라이브"라는 특성을 꼽는다. 여기서 라이브는 시간을 진짜 시간처럼 보내는 조건이 포함되어있다. 인터넷에서 과거에 수록된 정보를 보고 웃는 시간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상대방과 공유하는것을 진짜 생동감 있는 시간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살아있지 않은 과거의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열람은 라이브라고 볼 수 없다. 되려 말이 오고가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더라도, 상징적인 정보만 공유되면 그것이 라이브이다. 요즘 시대에는 이러한 라이브를 쉽게 누릴 수 없는 역설이 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과거의 정보에만 집착할 뿐, 살아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는 비효율적이라고 간주한다. 이러한 라이브의 희소성은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시간"의 중요성이라는 하나의 잠재적 욕구를 형성하게했다. 마스다가 만드려하는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는 때문에 이러한 "라이브" 욕구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카페 컨셉트가 차용되었다.

    라이브라는 특성외에도 마스다는 '대접받는' 공간의 필요성과 '편집권을 제작자에서 이용자로 전이시키는 행위'라는 기존 츠타야 서점의 정체성을 다이칸야마 츠타야에도 옮겨심으려했다. 그 고민의 결과 마스다는 도서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본래 상류층이 향유하던 공간이라는 도서관의 기원과 소유의 개념을 이용자에게 돌려주고자 했던 츠타야의 정체성을 교묘히 결합시킨 훌륭한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다른걸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컨셉을 결합시킬 수 있는 그의 통찰력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놀라운 통찰력은 그의 공간 선택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이칸야마라는 공간에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이 들어서게 된 것 역시 그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마스다는 살아있는 정보의 중심지가 다이칸야마로 옮겨지고 있다는 그의 혜안과, 다이칸야마가 갖는 공간의 편의성(주차 등),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동선 등을 치밀하게 간파했다. 기획이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혹자의 의심을 꾸중이라도 하듯, 그는 머릿 속에 있던 추상적 개념들을 하나 하나 구체화시키나갔다. 

    앞에서 했던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는 30년간 츠타야를 위해 고민한 그의 정점이다. 수많은 정반을 경험하고 결론내린 합이다. (정반합. 그는 이것을 수타리라고 표현한다.) 경영자에게서 새삼스레 장인의 정신이 느껴진다. 더불어 우리 사회 시장의 현 주소를 재정립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 흡족하다. 츠타야 서점이 정확히 어떤 컨셉의 매장인지, 일본 내에서 어떠한 위상을 갖는 점포인지 알지 못 한 상태에서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제목에 우연히 끌리게 되어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무작정 집게 되었으나, 이것이 나에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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