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Kwon Sun-chan and Nice People K-픽션 12
이기호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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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픽션 시리즈 중 두 번째 읽은 작품은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현대문학>에 단편 <버니>로 당선된 후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등을 발표한 이기호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작가들이 그 뛰어난 작품들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만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어느 순간 독자들이 한국 작품들을 많이 읽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K 픽션 시리즈가 외국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좋은 작품을 알리는 기획물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들은 착하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권순찬은 당연히 착한 인물이다. 권순찬씨는 어머님이 진 사채 빚 칠백만 원을 갚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몇 달 뒤 사채업자에게 돈을 갚는다. 그런데 그 돈은 이미 어머니가 갚은 상태였다. 이를 알게 된 권순찬은 사채업자의 주소지로 등록된 아파트를 찾아온다. 바로 화자인 이교수가 사는 그 아파트로. 하지만 권순찬이 찾아온 아파트에는 아들과 연락이 끊긴 채 폐지를 주워 생활을 해나가는 할머니만 살고 있을 뿐이다. 이제 권순찬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아파트 주민들을 돈을 모아 그를 도와주려고 한다. 하지만 권순찬은 그들의 호의를 거절하고, 그의 거절에 호의를 베풀려던 주민들의 마음은 서서히 식어간다.

 

소설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과연 당신이 베푸는 호의는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자신의 생각에 취한 행동일 뿐인가? 권순찬이 바라는 것은 아파트 주민들이 걷어 준 돈이 아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자신과 어머니의 돈을 이중으로 받고도 이를 되돌려주지 않은 사채업자를 만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는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지에 대해서.(p.86)

 

마지막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신의 호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어쩌면 자신의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권순찬씨의 멱살을 잡았던 화자가 남자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손을 풀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한다. 그들의 진짜 속내를. 그것이 바로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로 대변되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현명하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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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화 Ok-hwa K-픽션 9
금희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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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픽션 시리즈도, 이 책의 저자 금희도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둘 다 이번에 처음 들어보았다. 저자 금희는 중국 지린성 조선족 동네에서 성장한 후 2007<개불>로 윤동주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K 픽션 시리즈는 현대 한국 문학을 이끌어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로 시작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12권이 출판되었다. K 픽션 시리즈는 한영 대조로 된 책이기에 영어 공부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옥화>는 탈북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탈북자를 조명한 소설도 처음이다. 그것도 조선족 사회에서 살아가는 탈북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상당히 독특한 소재에 궁금증이 점점 커져갔다.

 

이 작품은 조선적 여인 홍의 시선으로 바라본 탈북자들의 이야기이다. 홍은 같은 교회에 다니는 탈북 여자가 한국으로 가기 위한 경비로 돈을 빌려달라고 하자 고민에 빠져든다. 그러면서 이전에 자신의 올케였던 옥화가 떠오른다. 어머니가 동생의 처로 데려왔던 옥화. 하지만 그녀는 어느 날 동생과 가족을 버리고 도망가 버린다. 탈북 여자의 모습에서 옥화가 떠오른 홍은 탈북 여자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듣는다. 일자리를 소개해주어도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고, 하지만 주변의 도움에 고마워하기보다는 고까워한다는.

 

그런데 탈북 여자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 홍을 만나러 왔을 때, 홍은 얼마나 자신이 그녀를 제대로 알지 못했는지를 깨닫는다. 아니, 어쩌면 탈북 여자뿐 아니라 그녀의 올케였던 옥화에 대해서도. 그저 탈북자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는 것을.

 

홍의 문제만은 아니다. 나 역시 그녀와 똑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탈북자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남아에서 온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난하고 나와는 다른 계층의 사람이라고.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정말 부끄러웠다.

 

한 사람이 어떻다는 거이는 하느님만 아시디, 딴 사람들은 다 모른다는 거이요”(p.68)

 

탈북자들을 소재로 쓴 소설이지만 그 안에는 평범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쩌면 너무나 쉽게 저지르는 잘못에 대해 들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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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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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모예스, 그녀의 전작인 <원 플러스 원> <미 비포 유> 등을 읽고 달콤한 로맨스 이야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로맨스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그녀의 작품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 덩어리였기에 로맨스 소설, 좀 더 정확히는 그녀의 소설을 찾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로맨스 여왕이라 불릴만한 조조 모예스의 2015년 신작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뭐랄까 소설이 아니라 사진집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책의 구성이 그런 느낌을 갖게 만든다. 한 페이지는 다양한 사진들이 한 페이지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서였을까? 소설 속 이야기들이 바로 내 옆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소설에는 두 편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이어지고 두 편의 이야기는 그림을 매개로 서로 이어진다. 두 편의 이야기에 나오는 이제 막 결혼 한 두 신혼부부의 모습이 닮은 듯 서로 다르다. 만난 지 오래지 않아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한 데이비드-리브 부부와 에두아르-소피 부부. 하지만 이들에게 결혼 후 사랑의 완성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일감을 신혼여행지인 파리까지 가져온 데이비드, 그런 데이비드의 모습에 과연 자신이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는지를 의심하는 리브. 화가인 에두아르의 모델이었던 여인의 조언으로 근거 없는 의심에 괴로워하는 소피. 둘은 과연 자신들의 결혼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깊은 고민에 빠져든다.

 

두 신혼부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떤가 생각해봤다. 과연 결혼이 사랑의 완성일까? 리브나 소피처럼 생각하지 않았나? 솔직히 연애할 때와 결혼하고 나서는 다르다. 분명히 다르다. 왜 다를까? 결혼 후에는 상대방을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모습의 사람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은 상대방이 내가 바라는 대로 되기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니다. 결혼은 있는 그대로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삶이다. 데이비드가 에두아르의 그림을 보고 느꼈듯이, 에두아르가 소피의 그림을 그리며 생각했듯이 말이다.

 

결혼생활이 완전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하지만 결국에는 제대로 하게 될 거야.(p.253-254)

 

결혼이라는 새로운 삶을 선택한 이들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데이비드의 한 마디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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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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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많이 흘러 어지간한 일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이라는 말에는 가슴 설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괜시리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듯 기분 좋은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말은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다. 물론 20대에 하는 사랑과 30대에 하는 사랑, 이제는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것 같은 40, 50대의 사랑이 모두 다 다르지만 말이다.

 

이시다 이라의 <1파운드의 슬픔>은 사랑 이야기이다. 10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30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색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누구의 사랑과도 다른 각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저자의 말처럼 그 어떤 사랑도 같을 수 없지 않나, 누군가가 한 사랑은 그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이기에.

 

그래도 이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낯설지 않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연인들의 이야기, 마치 주말부부처럼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연인들의 이야기,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서 서로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 연인들의 이야기, 결혼 후에 찾아온 애틋한 사랑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던, 아니면 주변의 누군가가 겪었던, 어쩌면 바로 내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낯설지 않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구나, 어디에서 살든지, 어떤 나라의 사람이든지, 어떤 직업을 가졌든지 간에 말이다. 그래서 다양한 소설책을 읽으며 그 속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나도 잊고 있었던 그런 사랑의 감정 속에 푹 빠져들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시다 이라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었지만 세세하게 사랑하는 순간의 감정들을 묘사하는 작가의 탁월한 필력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카피라이터 출신이라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가 대단히 세련되고 매끄럽다는 느낌도 강하게 받았다. 로맨스 소설 뿐 아니라 추리소설도 썼다고 하는데 어떤 작품들일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는 작품들은 또 어떨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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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J의 다이어리
전아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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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리,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그녀의 전작들이 보여준 신선함, 유쾌함, 기발함 등이 아직까지 내 마음 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먼저 만화 같은 분위기의 책표지가 눈에 띄었다. 표지 중심에 선 간호사의 모습과 그녀의 뒤로 환자로 보이는 두 사람과 골이 난 듯한 모습의 할머니 두 분. 그들을 향한 듯한 하트 표시가 이 책의 내용이 어떨지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정소정. 한 때 잘나갔던 그녀는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어느 시골 마을의 병원으로 내려가게 된다. 정식 명칭은 <라모나 종합병원>이지만 사람들은 <나몰라 종합병원>이라고 부른다. 병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도 다들 나이롱 환자들뿐이다. 별달리 아픈데도 없이 병원 입원을 반복하는 순복 할매, 자해공갈단, 그렇기에 늘 병원에 입원해야만 하는 강배씨, 빛나는 외모로 수많은 여자아이들을 몰고 다니는 중민이, 산재로 입원한 필리핀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뜯어보면 무언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모인 <나몰라 종합병원>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변하고, 그 속에서 정소정은 진정한 간호사로 다시 태어난다.

 

Daum 2nd 7인의 작가전 선정작이자 출간과 동시 전격 영화화하기로 결정된 작품이다. 전아리 작가의 전작들처럼 가볍고 유쾌한 내용으로 한 번 잡으면 끝을 볼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200페이지 정도의 분량, 게다가 페이지당 분량도 많지 않아 2-3시간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지만 읽고 난 후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무게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다. 사람들이 무어라고 부르든지 간에 정소정 간호사가 근무하는 곳도 병원이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일하는 그 병원이 우리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병원일지도 모른다. 아프고 상처 입은 것은 육체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영혼도, 우리의 마음도, 우리의 정신도 아프고 상처 입기 때문이다. <나몰라 종합병원>, 그곳은 바로 외롭고 지친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그런 병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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