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도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3
문지혁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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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의 노벨라 시리즈 13번째 작품 <P의 도시>는 과연 나는 상대방에게 어떤 존재일까, 라는 고민에 빠지게 하였다. 지웅에게 미혜는, 미혜에게 평화는, 평화에게 희광은 어떤 의미일까? 사랑하고 행복을 나누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통이 숨겨져 있다.

 

소설은 지웅, 미혜, 평화, 희광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사건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자의 생각과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들을 보면 얽히고설킨 이들의 관계가 안타까우면서도 섬뜩하기도 하다. 그들의 관계가 가져오는 고통 때문이다.

 

부부 사이이지만 사랑보다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혼을 한 지웅과 미혜. 그들은 서로에게 무언가를 숨긴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들의 실제적인 관계가 드러나게 되지만.

 

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혜와 평화 역시 그렇다. 불륜의 관계로 사랑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관계인 듯 보이지만 각자의 솔직한 심정은 다르다. 아니, 변해갔다고 해야 하나. 마지막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희광의 마음속에도 역시 사랑이 아닌 고통이 담겨있다. 각자가 견뎌야 할 고통을 부여하고자 하는.

 

작가가 말하는 P의 도시는 결국 평화(peace)의 도시가 아니라 고통(pain)의 도시인가 보다. 고통으로 이루어진 이들이 결국 도시의 한 면을 이루기에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각각의 도시에 고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사랑이 있다. 마치 평화에게는 미혜가 모든 것을 넘어서는 사랑이듯이 말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존재일까? 고통을 주는 사람일까, 아니면 사랑을 나누는 사람일까? 분명 후자라고 말하고 싶지만 글쎄 잘 모르겠다. 내가 주고자 하는 것과 달리 받는 이에게는 고통이 되어버리는 것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것이 삶인가 보다, 아무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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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남자
임경선 지음 / 예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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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이해할 수는 있지만 결코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은 그런 소설이다.

 

사랑이라고 하면 너무나 애틋하고, 따뜻하고, 설레고, 가슴이 뛰는 단어이지만 이 단어가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애절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아니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아마 한지운이라는 주인공의 상황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남편과 아이가 있는 그녀가 어느 날 사랑에 빠졌다. 남편이 아닌 성현이라는 남자와. 그래, 맞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불륜이다. 그런데 불륜이라는 상황에서 생긴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조건 잘못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모르겠다. 분명 그녀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또한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녀의 모든 감정과 행동을 비난하고 다그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순간적이나마 누구나 조금씩 그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없지 않으니까.

 

버트런트 러셀의 <결혼과 도덕>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난다. 결혼이란 완전한 평등한 두 사람이 육체적, 정신적, 지적으로 깊은 친밀감을 유지해야 온전히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정말 맞는 말이지만 살아가면서 때로는 이런 친밀감이 깨지거나, 아예 생기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때 지운처럼 다른 누군가를 향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애틋한 감정이 소록소록 생기기도 하면서. 물론 나는 여전히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연애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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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풀어쓴 논어 - 현대인이 읽어야 할 최고의 인간학 교과서
공자 지음, 전재동 엮음 / 북허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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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논어는 꼭 한 번 읽어야할 고전이지만 막상 책을 펼치고 읽을 때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수천 년간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한 고전을 단 한 번 읽음으로써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논어는 몇 번이라도 곱씹으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다보면 논어가 얼마나 귀한 지혜를 담고 있는지를 스스로 깨울칠 수 있다고 한다.

 

몇 권을 책을 통해 논어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보았다. 공자와 제자의 이야기는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논어를 이번에는 시의 형태로 만나게 되었다. 시와 논어라고 하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의외의 조합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먼저 논어와 공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4-5페이지에 걸쳐 간략하게 설명한 내용이라 다른 책에서 읽은 설명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논어의 가르침을 오늘날의 문화와 연결해 설명한 부분은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예로 설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은 먼저 논어 각 편에 대한 해석을 시의 형태로 보여준 후 원문을 읽을 수 있게 하였다. 각 원문 해석에 필요한 부분은 주해로 세세하게 설명하였다. 사실 <시로 풀어쓴 논어>라는 제목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실제 해석한 부분이 시라는 느낌이 그렇게 강하게 들지는 않는다. 예전 학교 다닐 때 한문책에 나온 논어를 설명한 해설집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그렇지만 이 책이 좋은 점은 별도의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서 독자 스스로 논어의 깊은 의미를 찾게 한다는 것이다. 논어는 누군가의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지만 본인만의 사색으로 그 뜻을 찾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해석과 원문, 주해로 이루어진 이 책은 논어를 개인적으로 깊이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교재로 삼으면 좋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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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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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일은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바로 작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그게 우리의 기능이지요.

 

이 말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분명 책 내용은 충격적이라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고정관념이 천편일률적인 교육의 폐해라고 말한다면 별달리 할 말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진 기본적인 성향, 사상과 비교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이 머릿속을 자꾸 헤집는다. 다르게 생각해보라고. 꼭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세상에는 각자가 걸어가는 수많은 다양한 길이 있다고.

 

그래. 눈을 조금만 돌려보자. <그랜드 마더스>의 두 커플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터부시해야 할 욕망의 질주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세상의 싸늘한 시선조차 이겨낼 수 있는 진실한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은 <그랜드 마더스>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러브 차일드>에서 그린 사랑도 역시 고민에 빠지게 한다. 평생 하나의 사랑을 쫓는 제임스를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순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오로지 자신의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이기주의자라고 해야 할까?

 

4편의 단편들은 세상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런 화두를 던진다. 세상은 수많은 아이러니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곳이라고. 결국 한 가지 생각으로 돌아왔다. 세상에는 나만의 시선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랑이 있다고. 그런 사랑은 옳고 그름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그랜드 마더스>를 영화화한 <투 마더스>, 아직 보지 못했는데 지금 찾아보아야겠다. 또 어떤 매력이 영화속에 숨겨져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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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당 사진관
오지혜 지음 / 마카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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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치하의 선조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물질적으로 지금보다 당연히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정신적으로도 상상 이상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그저 그렇게 추측만 할 뿐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오빠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해야만 했던 안나의 삶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부모님 없는 설움이 무엇이라고 백 퍼센트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느끼는 점이 적지 않다. 어렸을 때의 나도 안나와 비슷한 생활을 했기에.

 

그런 안나를 보며 오해하는 매일신보기자 재원의 모습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도덕성 운운하는 그의 모습은 내 삶에서 만났던 평범한 그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재원과 안나는 조금 특수한(?) 관계로 나아가지만 모든 이들이 자신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은 소설이나 현실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신분과 생각을 숨긴 채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의천왕 이강의 삶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일제 치하에서 결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없었던 그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무거웠을지.

 

1907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또 어떤가. 헤이그 특사 파견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국사책에서 만나지만 그 사건이 우리에게 그렇게 깊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저 역사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만 들 뿐. 그런데 이렇게 소설 속에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이들의 삶과 이어지면서 헤이그 특사 파견이 가진 의미가 지나가버린 과거 어느 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현재의 사건으로 다가온다.

 

일본의 행태가 울화통을 터지게 만드는 시기라 그럴까. 소설 곳곳에서 만나는 그 시대의 아픔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그 시절이 아프게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서로를 보듬어 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햇살처럼 빛나는 사랑이 암울한 시대에도 여전히 환하게 모두를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해맑은 모습으로 삶을 그렇게 이겨냈던 안나처럼 그 때 그렇게 힘든 삶 가운데서도 넘어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그 모든 사람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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