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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당 사진관
오지혜 지음 / 마카롱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일제 강점기 치하의 선조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물질적으로 지금보다 당연히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정신적으로도 상상 이상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그저 그렇게 추측만 할 뿐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오빠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해야만 했던 안나의 삶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부모님 없는 설움이 무엇이라고 백 퍼센트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느끼는 점이 적지 않다. 어렸을 때의 나도 안나와 비슷한 생활을 했기에.
그런 안나를 보며 오해하는 매일신보기자 재원의 모습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도덕성 운운하는 그의 모습은 내 삶에서 만났던 평범한 그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재원과 안나는 조금 특수한(?) 관계로 나아가지만 모든 이들이 자신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은 소설이나 현실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신분과 생각을 숨긴 채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의천왕 이강의 삶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일제 치하에서 결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없었던 그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무거웠을지.
1907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또 어떤가. 헤이그 특사 파견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국사책에서 만나지만 그 사건이 우리에게 그렇게 깊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저 역사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만 들 뿐. 그런데 이렇게 소설 속에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이들의 삶과 이어지면서 헤이그 특사 파견이 가진 의미가 지나가버린 과거 어느 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현재의 사건으로 다가온다.
일본의 행태가 울화통을 터지게 만드는 시기라 그럴까. 소설 곳곳에서 만나는 그 시대의 아픔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그 시절이 아프게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서로를 보듬어 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햇살처럼 빛나는 사랑이 암울한 시대에도 여전히 환하게 모두를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해맑은 모습으로 삶을 그렇게 이겨냈던 안나처럼 그 때 그렇게 힘든 삶 가운데서도 넘어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그 모든 사람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