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김시천 지음 / 더퀘스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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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고전으로만 남는다면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할 것이다. 고전이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고전이 현대에 맞게 새롭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삶에 맞춘 해석을 통해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논어>도 그렇다. 머나먼 옛날 공자라는 사람이 던진 말로 끝난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공자의 생각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는 이유는 공자의 사상이 과거를 벗고 현대의 옷을 입은 채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롭다. 기존의 논어를 설명한 책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논어를 바라본다. 먼저 논어를 철학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철학으로 규정하면 그 틀에서 논어를 바라보게 되어 어렵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논어를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 인간이라는 공통된 이해의 장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논어의 각 이야기에서 빠진 부분을 보충해 번역하였고 공자에만 집중해서 해설한 다른 책들과는 달리 공자의 제자들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처럼 공자의 제자들의 삶과 생각을 조명하였기에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시각에서 논어를 만나게 된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서로 간의 관계 속에서 삶을 이어간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도 그렇다. 스승과 제자라는 외적인 모습 속에는 동등한 인격체간의 만남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논어에 담긴 내용은 대화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다양한 상황과 관점에서 이루어진 이야기이다.

 

여러 제자들의 이야기 중에서도 자공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다가온다. 특히 시대가 알아주지 않았던 공자를 진정으로 이해한 사람이 자공이라는 생각에 더욱 그렇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태에 가슴앓이를 했던 공자의 말에 선생님이 바로 군자입니다라고 대답했던 상황은 저자의 말처럼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을 알아주는 벗이 있음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도 보여준다.

 

문득 나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또한 내가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누구인지도 궁금하다. 이는 결국 사람은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삶을 이어간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논어>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책으로 논어를 보는 다른 관점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수다를 떨며 사람을 이야기하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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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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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옛말이 된지는 오래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를 뿐 아니라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옆집에서 큰소리가 들려도, 누군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와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옆집에 사는 혹은 위층이나 아래층에 사는 사람을 보는 경우는 층간 소음으로 내가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그 때뿐이다.

 

마에카와 유타카의 <크리피>는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가차 없이 꼬집는다. 이웃집에 사는 소녀가 함께 사는 아빠를 자신의 아빠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평상시에 옆집 사람들의 삶을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소녀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요즘 애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아무리 그래도 아빠를 아빠가 아니라고 하다니라고 생각하며 단순히 가정 문제로 취급하고 말 뿐이다.

 

하지만 그 소녀의 말이 진실이라면? 누군가가 이웃과 단절된 상황을 이용해 범죄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무엇보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이도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말 무섭다.

 

다카쿠라에게 바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가르치는 그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들. 고등학교 동창인 노가미 형사의 실종, 스토킹에 시달리는 제자,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의문의 시신, 그리고 옆집 소녀의 외침. 별달리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없었던 이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있는지가 드러나면서 점차 극적인 긴장감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크리피(creepy)라는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 ‘(공포로 인해)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 오싹한, 섬뜩할 정도로 기이한이라는 의미처럼 책을 읽는 내내 오싹함에 빠져 있었다. 특히나 아이를 재우고 난 한밤중이라 읽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단절이라는 말은 다른 누군가가 겪는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쩌면 이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할 문제일 것이다. 누군가가 손 내밀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는지 지금 한 번 주변을 돌아보자. 그것이 단절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는 첫 걸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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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 - 처음 만나는 에티카의 감정 수업
심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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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고 하면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성욕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고 탐욕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철학자 스피노자는 욕망이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기 보존의 욕망이 인간의 모든 행동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우리의 의식이 아니라 무의시적인 욕망에 의해 시작되고 또 끝납니다. 정신적 결단이란 결국 욕망의 명령에 뒤늦게 따라 하는 메아리에 불과합니다.(p.32)

 

사실 이번이 스피노자라는 철학자를 처음으로 만난 시간이었다. 예전에 학창시절 시험 문제에서 잠깐 만났던 스피노자 이외에는 그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그다지 관심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철학이 어렵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철학 그 자체도 어려운데 그 중에서도 정말 어려운 사상가라는 말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 책도 솔직히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너무 어려우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한 마음도 가지고. 그런데 참 쉽다. 철학책이라고 하기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 같은 느낌이 더욱 강하다.

욕망을 얘기하지만 이야기가 계속해서 듣다 보니 그 속에는 사랑이 있다.

 

스피노자가 항상 강조하던 역량, 그러니까 우리의 활동 능력, 자신이 원하는 욕망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그 능력, [중략] 우리가 원하는 것이란 역시 사랑이겠지요. 사랑할 수 있는 능력 말입니다.(p.146-147)

 

그렇다면 사랑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스피노자가 말한 사랑 = 이해라는 공식에 공감한다. 사랑하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면 결국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기 위한 원론 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에티카>를 바로 읽으면 중도에 포기할 확률이 크겠지만 이 책을 읽은 후 <에리카>를 읽는다면 스피노자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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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깊어지는 기도 -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기도가 어려운 그리스도인을 위한
이상화 지음 / 카리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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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낯설게 느껴진 부분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기도였다. 조용히 묵상하듯이 기도할 때는 그래도 괜찮았지만 때때로 크게 주여를 외치고 통성으로 기도할 때는 그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무엇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통성으로 기도하는 것도 무척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부분은 기도를 시작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더 이상 기도할 내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분들을 보면 몇 십 분, 심지어는 몇 시간씩 기도하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기도를 대화라고 하지만 막상 내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들에 대한 읊조림이라고 해야 할까, 결코 하나님과의 대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기도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너무 고마웠다. 기도를 잘 한다는 말이 좀 어폐가 있지만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꼭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표기도를 하시는 분들의 기도를 들으면서 이렇게 기도하면 되겠구나 생각하지만 그래도 평상시에 기도할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기도의 기본적인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그런 책이 아니었다. 저자는 삶의 수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를, 신앙적으로 무엇을 붙들어야할지를 조목조목 알기 쉽게 설명한다.

 

견고한 나를 위한 기도, 성숙한 나를 위한 기도, 관계를 위한 기도, 일터에서의 기도, 내면세계를 위한 기도라는 5가지 소제목 하에 각 상황을 분류하여 각각의 상황에 맞는 기도문을 먼저 소개한 후 그에 따른 성경적 해석을 덧붙여 설명한다.

 

물론 이 책에 담긴 상황이 우리가 접하는 모든 상황을 전부 아우르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기도가 필요할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우리에게 일러준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말한 하나님이 들으시는 기도를 위해 우리가 배워야한다는 조언은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하나님이 들으시는 기도인가? 이미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바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습관적으로 외우는 주기도문에 우리가 기도할 때 갖춰야 할 모든 내용이, 바로 하나님이 들으시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깊이 묵상해야 한다.

 

또한 기도할 때 사람들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보면 기도해야 한다. 화려한 문구나 크게 외치는 목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하나님이 들으시는 기도를 해야 한다. 오로지 하나님만 의식하면서 하는 그런 기도 말이다.

 

부담으로만 느껴졌던 기도가 이제는 하나님을 만나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깨달았다. 매일, 매순간 기도록 하나님을 만나는 큰 기쁨이 내 삶에 넘쳐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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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의 사랑 퓨처클래식 3
알무데나 그란데스 지음, 조구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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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리 다리와세크의 <가시내>를 읽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개방적인 성격도 아닐 뿐더러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성적인 문제에 보수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내게 이 책도 <가시내>만큼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다. 스페인의 대작가 알무데나 그란데스의 소설로 세계 21개국 20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다. 사춘기 소녀 룰루가 성에 눈 뜨는 과정과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에 몸을 담그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으로 성의 본질을 보여주는 성애문학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19세 이하는 때를 기다려야 할 책이다.

 

성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게다가 오빠의 멋진 친구에게 한 번쯤 반하지 않는 소녀가 있다면 그것도 거짓말일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오던 오빠 친구에게 반해 한 동안 가슴앓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그런 관계가 룰루와 파블로와 같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그저 한 때의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9남매 중 7번째인 룰루는 오빠 마르셀로의 절친인 파블로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다. 어느 날 싱어송 라이터 공연에 같이 가게 되면서 그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되지만 파블로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그들의 관계는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5년이 흐른 후 다시 만난 파블로와 룰루는 부부가 되어 아네스라는 딸까지 낳게 되지만 그들의 관계에 담긴 파멸의 씨앗이 결국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파블로를 잊지 못하는 룰루는 점점 더 육체적인 관계에 빠져들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룰루의 행동이나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누군가에게 빠져들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또한 나락의 원인이 되는 누군가가 어떤 의미에서는 또 다른 해결이 되기도 한다는 것도.

 

낯설고 당황스러웠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아직은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 느낌이 더 크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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