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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평점 :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옛말이 된지는 오래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를 뿐 아니라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옆집에서 큰소리가 들려도, 누군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와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옆집에 사는 혹은 위층이나 아래층에 사는 사람을 보는 경우는 층간 소음으로 내가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그 때뿐이다.
마에카와 유타카의 <크리피>는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가차 없이 꼬집는다. 이웃집에 사는 소녀가 함께 사는 아빠를 자신의 아빠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평상시에 옆집 사람들의 삶을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소녀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요즘 애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아무리 그래도 아빠를 아빠가 아니라고 하다니’라고 생각하며 단순히 가정 문제로 취급하고 말 뿐이다.
하지만 그 소녀의 말이 진실이라면? 누군가가 이웃과 단절된 상황을 이용해 범죄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무엇보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이도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말 무섭다.
다카쿠라에게 바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가르치는 그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들. 고등학교 동창인 노가미 형사의 실종, 스토킹에 시달리는 제자,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의문의 시신, 그리고 옆집 소녀의 외침. 별달리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없었던 이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있는지가 드러나면서 점차 극적인 긴장감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크리피(creepy)라는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 ‘(공포로 인해)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 오싹한, 섬뜩할 정도로 기이한’이라는 의미처럼 책을 읽는 내내 오싹함에 빠져 있었다. 특히나 아이를 재우고 난 한밤중이라 읽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단절이라는 말은 다른 누군가가 겪는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쩌면 이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할 문제일 것이다. 누군가가 손 내밀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는지 지금 한 번 주변을 돌아보자. 그것이 단절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는 첫 걸음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