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남자 걷는 여자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9
정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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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것과 걷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저 속도만이 둘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아닐 것이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하면서 거기에 더해 남자와 여자를 덧붙여 본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달리는 것과 걷는 것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달릴 때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고. 반면에 걸을 때는 수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고.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무언가를 떨쳐버리고 싶을 때는 숨이 가쁠 때가지 뛰었다. 반면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싶을 때는 한적한 공원이나 수목원을 천천히 걸어다녔다.

 

정길연의 소설 <달리는 남자 걷는 여자>의 주인공 은탁과 린은 바로 그랬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은거하듯이 게스트하우스 나무물고기를 운영하는 은탁은 고통스런 과거를 잊고자 매일 방파제를 달린다. 반면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로 생모의 존재를 알게 된 린은 바로 그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상처와 아픔을 지닌 두 사람은 부령에서 운명적인 만나게 된다. 과거를 잊고자 하는 사람과 과거를 찾고자 하는 사람. 두 사람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될까?

 

최근에 사랑에 관한 또 다른 소설을 읽었다. 치하야 아카네의 <흔적>이라는 소설이었는데 그 소설에서 작가는 사랑이 결국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이 소설 속 두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을까?

 

사랑은, 사랑. 불멸과 황홀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라고 믿는 이들이 멸종하지 않는 한.(p.235)

 

사랑은 그런 것인가 보다. 두 작가의 말처럼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그런 것.

 

한 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 든다. 어떻게 보면 린과 은탁의 관계가 상당히 묘한 관계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아껴주는 그런 사랑을 보여주기에 말이다.

 

사랑은 그런 것 같다. 아파도 힘들어도 그래도 보듬어 안아주는 그런 것. 상대방의 아픔을 오롯이 지켜봐주며 기다리는 것. 그를 통해 끝없는 기쁨과 행복에 이르는 것. 그래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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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언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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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제본한 방식이 독특하다. 유언이라는 제목에 어울릴만한 방식이다. 그렇게 멀지 않은 옛날 선조들이 실로 책을 꿰맨 듯한 그런 편집. 이런 제본 방식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하다. 거기에 책 표지에 딱 이렇게 적혀있다.

 

95년 프랑스 공쿠르상, 95년 프랑스 메디치상, 95년 청소년 공쿠르상

 

간단히 말해 95년 프랑스를 뒤흔든 소설이라는 말이다. 하나의 상을 받기도 힘든 데 프랑스 최고 문학상 3개를 동시 수상했다니. 그런데 작가가 누구지, 누구기에 이렇게 상을 휩쓴 거야?

 

안드레이 마킨이라고? 흠. 프랑스 작가라고 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 정도나 댈 수 있기에 안드레이 마킨이라는 이름은 정말 생소했다. 그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후 언어연구소 교수로 근무하다 프랑스 여행 중 정치적 망명을 하고 그 이후로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활동하다 프랑스로 망명한 사람이 쓴 <프랑스 유언>이라는 작품. 그것만으로 묘하다. 아무리 할머니가 프랑스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에서 보낸 시간들을 고려하면 프랑스어로 글을 쓴다는 게 그렇게 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들이 바로 소설에서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한 소설 속 이야기는 마치 저자가 그의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다듬어 들려주는 듯이 느껴진다.

 

그래서 <프랑스 유언>이라는 제목을 사용한 걸까? 할머니가 들려준 프랑스의 모습, 프랑스인의 삶이 마치 할머니의 유언처럼 들렸기에. 그렇지만 그는 프랑스에서 정말 프랑스인으로 정착한 걸까? 아니면 러시아에서처럼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걸까?

 

정체성이라는 문제는 어느 곳, 어느 사람에게나 생기는가 보다. 외할머니집에 가서는 할머니가 프랑스어로 들려주시는 책을 들으며 프랑스에 대한 꿈을 꾸다 학교로 돌아가서는 완벽한 러시아인으로 살아가야 하고, 프랑스에 온 뒤로는 낯선 외국인으로 대하는 프랑스인들 속에서 살아야 했던 화자 혹은 저자에게 정체성의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 아닐까?

 

작가 개인의 삶과 그가 살아간 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이 잔잔하게 펼쳐지면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소설의 구조도, 그 안에 담긴 내용도 쉽지 않지만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듯한 이야기가 작가의 삶을 생각하게 만들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기억은 하나의 추억이 아니라 삶 자체라는 그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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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
안성진 지음 / 가나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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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워낙에 많아서 이러저러한 책들을 읽었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더라고요. 그저 각각의 저자들이 말한 내용에 공감한 후 그것으로 끝. 더 이상 별다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글쓰기는 여전히 딴 나라의 일이죠.

 

이 책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아마 별다른 내용은 없을 것이라고. 기존에 읽었던 책들에서 본 내용이 반복될 것이라고. 사실 여러 면에서 비슷한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요. 비슷한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건 그만큼 저자들이 강조하는 부분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죠.

 

예를 들어, 이 책의 저자도 일단 써보라고 해요. 다른 저자들처럼요. 맞는 얘기지만 실제로 해보는 건 참 어렵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초보자들이 무엇을 써야할지 정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한두 달 정도 써 볼만한 매일의 주제를 제시해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말이에요.

 

그래도 이 책은 기존에 읽었던 책들보다 여러 면에서 유용했어요. 작가 자신이 정말 초보 작가이기에 글을 쓰기까지의 과정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는 점에서 그랬어요. 게다가 시중에 나온 책 중에서 참조할만한 책을 제시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첫 걸음을 뗄 수 있는 밑바탕을 깔아주기도 하시죠.

 

다른 책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도 꽤 있어요. 글을 쓰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습관, 건강 관리법 등은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놓치지 쉬었던 부분들이라 더 많은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지요.

 

이 책에도 글 쓰는 방식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요. 그렇지만 이 책의 목적은 그것보다는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을 읽고 누군가 작가로서의 첫 걸음을 뗄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청량제 같은 느낌이 강해요. 포기하지 말고 지금 바로 시작해 보라고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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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분 숫자게임 - 지친 두뇌에 자극을 주는 하루 1분 게임 시리즈
YM기획 엮음, 조신영 감수 / 베프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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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부터 수학이라면 치를 떨었다.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도 않고 제대로 이해가 되지도 않고. 결국 수학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으면서 어느 순간 수학을 포기했다(그렇다고 다른 과목을 잘 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사회에 나와 여러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학적 개념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세무 관련 일에서부터 일반적인 업무에 이르기까지 수학, 더 크게는 숫자에 관한 일이 적지 않았기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래서였을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숫자로 하는 퍼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풀어보면서 숫자에 대한 혹은 수학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 덜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다 찾아보게 된 책이 바로 <하루 1분 숫자게임>이었다.

 

, 그런데 처음부터 쉽지 않다. 수열에 관한 문제가 나오다니. 수학을 싫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수열이었는데. 물론 다른 책에서 가끔 풀어보기는 했지만 바로 첫 번째 게임이 수열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여하튼 쉽지 않았다.

 

하루에 한 문제씩 풀어보라고 했지만 첫 문제부터 골머리를 앓다보니 다음날은 순서를 건너 뛰어 다른 부분을 찾아봤다. , 재미난 문제들이 많다. 다잉 메시지를 통해 살인범을 찾는 문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처음에 느꼈던 당혹스러움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하루 한 문제씩 풀어나가면서 재미도 느끼고 두뇌 회전에도 도움을 주는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각 주별 문제 후 바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서 문제 풀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책 중간에 나오는 숫자에 얽힌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다만 수학적 지식이 많지 않은 나 같은 독자는 처음에 조금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몇 문제 풀다보면 점점 풀이 방법을 이해하게 되지만.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혹은 아이와 함께 풀어도 좋을 만한 내용이기에 일상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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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이야기 - 역사를 바꾼 은밀한 무역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사이먼 하비 지음, 김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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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라니,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수는 무언가 범죄자나 범죄 집단이 행하는 불법적인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지 나처럼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옮긴이가 말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를 읽자마자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역자의 말처럼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밀수를 저지르곤 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해외에서 사온 물건이 법에서 정한 금액을 넘는 경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밀수는 우리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범죄 행위가 아니었다. 우리들 삶의 일부분이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더 발전시켜 밀수를 이렇게 정의한다. 역사를 바꾼 은밀한 무역이라고. 너무 거창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앞선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과연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펼친 책의 서두가 나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었다. 낭만, 반역, 권력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지. 그래, 반역이나 권력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낭만이라니. 밀수에서 어떻게 낭만을 찾을 수가 있지?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언뜻 이해되지 않았던 내용의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서 점차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특히 ‘밀수꾼의 노래’의 가사를 보면서 그러했다.

 

사제에게 위스키를

서기에게 담배를

숙녀에게 레이스를

첩자에게 편지를

 

숙녀와 첩자라는 단어에서 벌써 낭만과 반역이라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저자는 밀수가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서 생기며 이로 인해 세계 역사와 지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을 연대기적 구성을 통해 펼쳐나간다. 15-16세기 대항해 시대부터 시작해 19세기에 이루어진 제국 건설, 또한 다양한 규모의 밀수가 정치적, 경제적 권력과 범위를 증대시킨 수단으로 활용된 배경을 설명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의 주장이 과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의아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밀수가 세계 역사의 한 축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던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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