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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평점 :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요상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요. 행복한 자살되세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자살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더 웃긴 건 그 뒤에 ‘해피 뉴 이어’라고 하네요. 자살을 하는 사람에게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라는 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거죠.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이 소설의 작가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기자이자 시나리오 작가래요. 이 책을 시작으로 여러 권의 책을 냈다고 하네요. 이 소설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소설의 장면들이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들처럼 생동감 넘쳐요. 장면 전환도 상당히 빠르고요.
실비 샤베르,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에요. 4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인 아빠마저 돌아가신 상태인 주인공은 자살을 생각하다 프랑크 마르샹이라는 심리치료사를 만나게 되요.
프랑크와의 상담 중 12월 25일에 자살하기로 한 실비. 프랑크는 자살을 결심한 실비에게 그녀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상담을 할 때마다 숙제를 내요. 예를 들면 이런 숙제에요. 자신이 생각하는 그녀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해보기, 다른 사람의 비난을 받을 일을 해보기,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섹스 등등.
지금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행동들을 하는 실비. 점차 변해가는 그녀가 한 말 중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게 있었어요.
독신이라는 건 단순히 혼자 살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에요. 스킨십을 받지도, 애무를 받지도,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기도 해요. ... 정말로 고독한 여자가 되어 있다는 거에요, 내가.(p.81-82)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삶을 살고 있을까요?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고독 속에 묻혀. 실비처럼 중년의 독신 여성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 홀로 살아가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녀보다 더한 고독과 외로움 속에 빠져 있지는 않을지.
실비는 어떻게 변할까요? 삶과 죽음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그녀의 생각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생각이기에 더 가슴 졸이며 책을 읽었어요. 그녀를 열심히 응원하면서요. 그리고 저 역시 저 자신에 대해 생각했지요. 과연 저는 누구인가,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