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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산다는 것 - 다산 정약용이 생각한 인간의 도리, 그리고 법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대표적인 저서라고 하면 보통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를 말하곤 하지요. <목민심서>의 경우에는 몇 년 전에 황인경 작가의 <소설 목민심서>를 읽은 후 올해 창비에서 출판한 <정선 목민심서>를 읽었어요. 하지만 <경세유표>와 <흠흠신서>는 읽을 기회가 없어서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만 키우고 있었죠.
이번에 홍익출판사에서 나온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통해 <흠흠신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됐어요. 《흠흠신서》는 형사 사건을 처리할 때의 원리와 실제 사건 사례, 다산의 비평을 실은 책으로, 과학수사 지식을 집대성한 한국 법제사상 최초의 판례 연구서로 간주되고 있어요.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서는 <흠흠신서>에 실린 36건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어요. 모두 5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조선시대에 일어난 다양한 범죄들에 대해 정조가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정조의 판결에 대한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의견은 무엇인지를 보여주죠. 전체 내용을 읽기 전에 각 장의 제목을 보면 범죄 혹은 범죄자에 대한 정조와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요.
각 장의 제목은 이래요.
1장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면 안 된다
2장 나라에 법이 있다면 어찌 이럴 수 있겠는가?
3장. 법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4장 조선판 유전무죄 무전유죄
5장 법이란 억울한 백성을 살리는 것이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어떤 마음인지 아시겠죠.
실제 정조 시대에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정조의 판결과 다산의 의견을 다루고 있다 보니 마치 범죄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각 사례를 길게 묘사하지는 않아서 구체적인 내용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그려보아야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아요. 오히려 사건보다는 그 사건을 대하는 정조의 태도와 정조의 판결에 덧붙인 정약용 선생님의 의견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죠(물론 두 분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지만요).
정조와 정약용 선생님의 판결과 의견을 살펴보면 객관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어 법 혹은 법을 다루는 이들이 어떤 자세로 범죄 혹은 범죄자를 대해야 하는 지를 배울 수 있어요. 시대가 달라도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마지막으로 책 뒤표지에 실린 질문을 말하고 마칠게요. 이 책을 읽는 목적이 바로 이 질문들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법은 과연 누구 편인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