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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도
산티아고 감보아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평점 :
‘21세기의 마르케스’라고 불리는 산티아고 감보아의 소설 <밤 기도>. 콜롬비아 출신으로 <백년 동안의 고독>을 쓴 세계적인 작가 마르케스와 비견될 정도의 작가라면 일단 들어보지 못한 작가이긴 하지만 한 번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와서 이번에 그의 소설을 읽었어요.
띠지에 있는 정유정 작가의 글이 눈에 들어왔어요.
1960년대생이라면 국경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지구 반 바퀴를 돈 거리인데 경험의 기저는 어떻게 그렇게 비슷한지 놀라웠다.
이 글귀를 읽고 정유정 작가보다는 한참 뒤에 태어난 저도 이 소설을 읽고 공감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어요. 하지만 정유정 작가의 말처럼 기우에 지나지 않았네요. 콜롬비아라는 머나먼 곳의 낯선 이가 보여주는 삶의 모습이나 현실은 제가 경험한 혹은 알고 있는 삶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네요.
후아나와 마누엘의 이야기를 콜롬비아 영사를 통해 들려주는데 서로의 힘이 된 두 남매의 가족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다른 한 축에서는 콜롬비아 현대에 벌어진 우리베 정권 시절의 참혹한 현실을 그려낸 부분이 묘사되고 있어요.
동생을 위하는 후아나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와서 정말 많이 안타까웠어요. 가족을 위한 희생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일이지만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결국에는 영혼까지 버리게 되는 과정이 된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크나큰 아픔이 되리라는 생각에 가슴 한견이 쓰려왔지요.
사리진 누나를 찾아나선 마누엘. 하지만 그에게도 역시 역경이 다가오죠. 마약조직의 함정에 빠져버린 그는 다량의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태국 교도서에서 사형을 받을 위기에 빠지고 그를 돕기 위해 온 영사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나게 되죠.
쉽게 몰입이 되는 책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놓지 못하고 읽었어요.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세상은 부정과 부패를 거부하는 이들과 서로를 향한 따뜻한 사랑(가족 간의 혹은 인류애적인 면에서도)이 있기에 여전히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세상을 위해 저 역시 그렇게 살고 싶기도 하고요.
마음에서 울리는 두 개의 조용한 기도. 지금 그 기도를 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