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책 분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2권 중 한 권의 분량이 주석을 빼도 700페이지가 넘는다. 어지간한 책 2권 분량이다. 두 권을 합치면 거의 4권 정도의 분량이라는 의미이다. 읽기도 전에 벌써부터 그 압도적인 분량에 은근히 기가 죽었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부모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아이들에 대해 설명한 책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 내용은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부모와 다르다는 의미가 아이들의 행동이 부모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부모와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1권에는 아들, 청각 장애,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장애로 나누어 부모와 다른 아이들에 대해 설명한다. 언뜻 보기에도 열거한 단어 하나가 상당히 무거운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나도 한 아이의 엄마이기에 만약 우리 딸아이가 이런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과연 어떠했을까 상상해보면 가슴 한견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여타의 부모들처럼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을 것이다. 분명히 일반 아이들처럼 기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내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는 종종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 한편에는 그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연민으로, 동정심으로 변해 그들을 나와는 다르게 보듬어줘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과 행동이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였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이들에게 있는 것은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이다. 그들의 본질이다. 그러기에 치료해서 완치를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청각 장애를 질병으로 보는 <치료>는 저주나 다름없다. 장애로 간주하는 <친절>은 그나마 반길 만한 것이다. 하나의 문화로서 농문화를 인정하는 <축하>는 이 모든 것 중 으뜸이다. (p.100)

 

그렇다. 우리는 그들이 가진 것들을 그들의 본질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그들의 본질을 나와 똑같이 만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 쉽지는 않다.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조금은 무시하는 듯한, 조금은 불쌍히 여기는 듯한 마음으로 대해 왔기에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그들을 나와 같은, 혹은 나와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나와 당신이 조금의 지체도 없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짐 캐리와 모건 프리먼이 만나서 사람들이 하는 기도에 대해 이야기하다 캐비닛에 담긴 기도문들이 열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무수히 많은 기도들, 결국 짐 캐리는 컴퓨터로 기도문을 정리하다 모든 사람들의 바람을 다 들어주겠다는 버튼을 누르고, 사람들은 그의 결정으로 완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든다.

 

천국 주식회사에 나오는 하나님의 말도 그런 것 같다. 그 누구의 소원도 들어줄 수 없었다는. 소원을 들어주려고 했도 소원을 빈 사람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또한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되기도 하는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아마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천국 주식회사 기적부에 근무하는 천사들은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지만 인간들의 삶에 간접적인 영향만을 줄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나님을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소일거리만 찾아다니는 존재처럼 묘사하면서 하나님이나 천사들이나 인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처럼 그려내어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저 소설 속 이야기로 생각하고 읽어보면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로맨스 코미디이다.

 

하나님과 한 내기 때문에 선택된 샘과 로라의 관계도 그렇고,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천사 크레이그와 일라이자의 관게도 그렇고, 책 속에 나오는 사랑의 모습은 선뜻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사랑이다. 그저 하룻밤 만났다 헤어지는 요즘 사랑과는 조금 달라서였을까? 그런 그들의 사랑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애틋함이 더해져 더 깊어 보이기도 한다.

 

천국 주식회사는 가볍게 읽기에 좋은 소설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 역시 가볍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샘과 로라의 사랑은 우리에게 가볍게 툭 던지지만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신이 나서서 걸어가지 않는 한 그 어느 곳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아주 평범하지만 어쩌면 늘 잊고 사는 메시지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자
최복심 지음 / 문이당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셰익스피어, 과연 그는 어떤 인물일까? 어느 정도이기에 한 나라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할까? 영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읽어본 것도 아니기에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했다. 햄릿이나 리어왕 외에 다른 작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가 그렇게까지 후세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자>는 꿈에서 셰익스피어를 만나고 셰익스피어에 빠져든 어느 여성 출판인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김문영은 셰익스피어의 희비극 14개와 소네트 2개 작품과 함께 <셰익스피어 인 드림>을 쓰는 작가로서, <영어 입문 사전>의 편집자로서, 또한 운명적인 사랑을 이어나가는 여자이다.

 

소설은 단순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인용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각 작품의 중요한 내용을 추려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 셰익스피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김문영과 장선우와의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출판사 상사인 정부장과 신 상무를 오셀로에 나오는 이아고에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소설에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설 속에서 문영과 선우의 사랑을 그리기도 하고, 문영이 어렸을 때 있었던 사건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보여주며 심리적인 이야기들을 들쳐 내기도 하고, 유은성의 입을 통해 데리다의 철학 탈구축 이론을 햄릿의 유령에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일에 있어서 결코 물러섬이 없는 전사와 같은 문영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힘들고 고달픈 직장인의 모습과 출판업계의 암울한 현실도 함께 그려내고 있다.

 

여러 면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음에는 분명하지만, 문영의 모습에서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진 커리어 우먼의 느낌보다는 앞 뒤 안 가리고 덤벼드는 듯한 철부지의 모습이 더 크게 느껴졌고, 문영-현진-선우-경민-인기 등으로 이어지는 애정 라인은 솔직히 전혀 마음속에 다가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셰익스피어에 맞추고자 한 결론 부분은 왠지 억지로 끼어넣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슴 이야기 -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가슴이야기>라는 제목만 보고 은근슬쩍 다른 생각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1누구를 위하여 종들은 울리나에서 저자가 다루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사람들(대부분의 남성들)은 가슴하면 성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남성적 시각에서는 성적 의미로 가슴이 진화한 것처럼 말하지만 가슴의 진화는 결코 성선택의 결과물이 아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바로 젖가슴이라고 한다. 다른 영장류 동물들은 수유기에만 젖가슴이 살짝 부풀어 올랐다가 젖을 떼면 다시 편편해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린네는 인간을 포유류라고 칭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가슴에 대해 무지하다. 아니, 수많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지만 그저 미적인 형태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유방 확대수술을 통해 가슴에 보형물을 넣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보형물이 가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가슴에 대해 상당히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를 낳고 모유수유를 했지만 과연 모유수유가 아이에게 유익한 것인지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다. 아니, 당연히 모유수유가 아이의 건강에, 지능 발달에, 면역력 강화에 유익하다고만 생각하였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이 아주 오래 전, 지구가 건강했던 시기라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요인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우리는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병이나 비닐봉지처럼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많은 화합물에 노출된다. 이런 수많은 화합물들이 몸에 쌓이고 쌓이다 가슴을 통해 아이에게 흘러들어가는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화합물 노출, 생활습관, 사회적 요인 등으로 성적 발달이나 사춘기가 빨라지고 이는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임신이 유방암에 대한 예방책이라는 주장도 여성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은 주위 세계에 생물적으로 반응하게 설계된 존재이다. 그렇다 보니 환경의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인간의 신체 중에서 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바로 가슴이다. 그런데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존재는 바로 인간 자신이니.

 

가슴은 인간이 저지른 잘못을 알려주는 하나의 경고등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제 가슴이 계속해서 던지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가슴을 위해, 아니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해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한 세계를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김성환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인류의 역사에서 천재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인물 중 한 명은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일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누구나 한 번쯤 신비의 미소라는 모나리자의 미소를 감상하며 그 웃음이 주는 미묘한 느낌에 가슴 설레임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나리자의 미소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일설에는 그가 소년들을 좋아하는 동성애자라는 소문도 있고,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호기심에 빠져 끝없는 탐구열을 불태우는 인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완벽주의를 기하는 성격 때문에 수많은 작품들이 미완의 작품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있다.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는 위대한 천재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어떤 인물인지 그의 정신세계를 세밀히 분석해 보기로 한다. 첫머리에서 밝히듯이, 프로이트는 빛나는 것을 어둡게 하고 숭고한 것을 진창으로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 레오나르도의 천재성, 위대함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의 정신세계를 분석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해석하듯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의 말을 토대로 레오나르도의 숨겨진, 어쩌면 레오나르도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모습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나간다. 프로이트의 분석이 옳다 혹은 그르다라는 판단을 하기에 앞서서 몇 줄 안 되는 문장을 가지고 누군가를 그처럼 아주 세세하게 분석하는 프로이트 능력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독수리에 완전히 매혹당하도록 오래전부터 운명 지어진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에 독수리의 방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요람에 누워 있을 때, 독수리 한 마리가 내 옆에 내려앉더니, 꼬리로 내 입을 열고는 그 꼬리로 내 입술을 몇 차례 두드렸다. (p.59-60)

 

프로이트는 독수리와 꼬리, 입이라는 핵심어를 분석하여 어린 시절 아버지 없이 친어머니 카타리나와 보냈던 몇 년 간의 경험이 그의 정신을 알게 모르게 지배하였다고 분석한다. 책의 논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집트에서는 모성의 상징으로 독수리를 사용하였고, 바람을 받아들여 수태를 한다는 독수리를 증거로 동정녀 마리아의 순결을 증명하고자 했던 교부들의 이야기는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였다.

 

어쨌든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 때문에 레오나르도는 정신적인 동성애 성향을 가지게 되었고, 모나리자의 미소도 그 시절 보았던 어머니의 미소를 다시 한 번 경험하면서 그의 작품 곳곳에 남기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분석을 무조건 옳다고 처음부터 주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분석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도 하나씩 보충적인 설명을 통해 자신의 판단이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해 나간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책 곳곳에 담긴 다빈치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또한 프로이트의 분석을 통해서 새롭게 만나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