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짐 캐리와 모건 프리먼이 만나서 사람들이 하는 기도에 대해 이야기하다 캐비닛에 담긴 기도문들이 열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무수히 많은 기도들, 결국 짐 캐리는 컴퓨터로 기도문을 정리하다 모든 사람들의 바람을 다 들어주겠다는 버튼을 누르고, 사람들은 그의 결정으로 완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든다.

 

천국 주식회사에 나오는 하나님의 말도 그런 것 같다. 그 누구의 소원도 들어줄 수 없었다는. 소원을 들어주려고 했도 소원을 빈 사람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또한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되기도 하는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아마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천국 주식회사 기적부에 근무하는 천사들은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지만 인간들의 삶에 간접적인 영향만을 줄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나님을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소일거리만 찾아다니는 존재처럼 묘사하면서 하나님이나 천사들이나 인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처럼 그려내어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저 소설 속 이야기로 생각하고 읽어보면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로맨스 코미디이다.

 

하나님과 한 내기 때문에 선택된 샘과 로라의 관계도 그렇고,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천사 크레이그와 일라이자의 관게도 그렇고, 책 속에 나오는 사랑의 모습은 선뜻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사랑이다. 그저 하룻밤 만났다 헤어지는 요즘 사랑과는 조금 달라서였을까? 그런 그들의 사랑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애틋함이 더해져 더 깊어 보이기도 한다.

 

천국 주식회사는 가볍게 읽기에 좋은 소설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 역시 가볍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샘과 로라의 사랑은 우리에게 가볍게 툭 던지지만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신이 나서서 걸어가지 않는 한 그 어느 곳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아주 평범하지만 어쩌면 늘 잊고 사는 메시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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