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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 더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위한 철학의 지혜
천자잉 지음, 박주은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는 중국의 철학자인 천자잉이 2010년 중국의 잡지 <신세기>에 쓴 칼럼들, 그 후에 쓴 글, 인터뷰와 강연 내용 등을 추린 에세이 모음집이다. 제목을 보고 삶, 그것도 아주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을 통찰하여 그것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 담긴 내용은 내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이 책은 총 3부로, 1부 <나는 왜 철학을 하는가>, 2부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3부 <우리의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철학을 원리, 이치를 따지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런 이치를 따지는 철학의 본성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수없이 펼쳐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방식은 요즘 대세인 쉬운 철학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어렵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단지 최근에 출판된 책들은 아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대상으로 철학을 풀어나가지만 이 책은 이런 추세와는 달리 정통 철학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그렇기에 어렵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에세이 하나하나에 곱씹어야 할 주제들이 차고 넘친다. 곱씹어야 할 주제들이 많다 보니 책을 넘기는 속도도 점점 느려진다. 그러다보니 모든 주제에 관심을 쏟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은 한 번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들임에는 분명하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내용은 ‘논리적 설득이란 무엇인가’라는 소제목의 칼럼이었다. 이 칼럼에서는 논리적 설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논리적 설득이란 한쪽이 어느 한쪽을 납득시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으며, 양쪽이 서로에게 납득당하는 것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설득을 좀 더 광범위한 것으로, 즉 새로운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p.107)
설득의 목표는 상대가 내 관점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식 수준을 높이는 데 잇다.(p.107)
논리적 설득이라고 하면 내 주장을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설명하여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를 넓혀 양자 간의 새로운 이해(인식 수준의 향상)라는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논리적 설득이 필요한 상황은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만나게 된다. 우리가 만나는 그런 상황들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철학적 사고가 도출된다. 문득 이것이 바로 삶이 철학이 되는 과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는 조금 다른 책이었지만 종교, 과학, 문화, 정치 등 다방면에 걸쳐 사고의 폭을 넓혀준, 두고두고 다시 곱씹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