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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니엘로의 날개
에리 데 루카 지음, 윤병언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열세 살. 세상 근심을 끌어안고 살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이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마냥 즐거워해야 할 나이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열세 살이면 삶을, 집안을,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또래 아이들과 다른 이 아이들의 삶은 불행하기만 한 걸까?
이탈리아의 국민작가 에리 데 루카의 <라파니엘로의 날개>에 나오는 주인공 ‘내’가 바로 그러한 삶을 살아간다. 열세 살인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친 후 부모님을 돕기 위해 목수인 에리코 선생님의 가게에서 일을 돕는다. 이곳에서 주인공은 라파니엘로라는 이름의 유대인 구두수선공을 만나 나이를 떠난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주인공과 라파니엘로는 서로 닮은꼴이다. 이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주어진 환경은 어렵고 힘들어 보이지만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 가운데서 결코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주인공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첫 출근 기념으로 사 준 부메랑을 매일 같이 던지는 연습을 하며 언젠가 부메랑을 멀리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반면 고향에서 같이 살던 사람들이 모두 죽고, 고향 땅마저 완전히 폐허가 되어 사라져버린 라파니엘로는 예루살렘으로 가려다 나폴리에 정착하였지만 자신의 곱사등에 숨겨진 날개를 펴서 언제가 신의 산인 예루살렘에 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 소설을 보면 예전에 본 <시네마 천국>의 장면들이 겹쳐졌다. 어린 소년과 영사를 돌리던 할아버지와의 따뜻한 우정이 이 소설에서도 그려진다. 어찌 보면 이루어질 수 없는, 아니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라파니엘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의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이의 마음을 보면서 저절로 따뜻해지는 내 마음이 느껴졌다.
함께 어우러지는 삶. 소년과 라파니엘로만의 관계 뿐 아니라 인쇄소 주인, 빵집 주인, 목수인 에리코와의 관계, 또한 집주인과의 잘못된 관계를 청산하고 애틋한 첫 사랑을 키워나가는 마리아와의 관계. 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관계에서 또한 사랑이, 온정이, 따뜻함이 물씬 피어오른다.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라는 나폴리의 풍경만큼 아름답고 따뜻함이 넘치는 소설이다. 그 속에 꿈이 있기에, 그 속에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나 보다. 주인공처럼, 라파니엘로처럼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