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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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학교 다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야 했다. 지금과는 달리 내가 학교 다닐 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한정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몸이 아파도, 시험이 있어도, 급한 일이 생겨도 빠지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요즘 청년들이 정규직을 갖지 못하고 알바로 삶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고은규의 <알바 패밀리>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이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낸 작품일 걸까? 알바라는 비정규직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토닥여주고 싶은 걸까? 소설은 대학생 로라와 로민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삶의 모습을 들려준다.

 

로라는 파워 블로거이다. 한 때 제품에 대한 리뷰를 올리는 일로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구매 후기를 쓴 후 제품을 반품하는 일이 반복되다 결국 업체들에게 반품 왕으로 낙인이 찍혀 더 이상 제품 리뷰를 할 수 없게 되자 보라보라 스포츠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인생이란 참 묘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리뷰를 쓴 후 제품을 반품하는 로라에게는 호두가구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가 망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반품 때문이다. 호두처럼 단단한 제품을 만들어 팔고자 했던 아버지는 경쟁 업체의 1+1 행사로 팔렸던 제품들이 반품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반품이라는 동전의 양면에 아버지와 로라가 있는 것이다. 참으로 묘하지 않는가?

 

로라 엄마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깐깐한 소비자에서 어느 순간 마트 계산원이 된 로라의 엄마. 자신이 취했던 행동을 이제는 역으로 자신이 받아야 하는 상황. 인생은 이처럼 묘하다. 앞인가 했는데 어느 순간 뒤가 되어버리는.

 

작가는 슬픈 로라 가족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나간다. 웃음 뒤에 숨은 슬픈 현실. 그렇기에 더욱 슬플 수밖에 없는 이야기. 전성욱님의 작품 해설에 나온 이야기처럼 생존을 위해 비극적인 삶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우리네 서민들의 삶이지만 그 속에서도 결코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한 줄기 웃음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걸까? 작가의 의도대로 책을 읽으며 종종 크게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에 단긴 슬픔을 지울 수 없었던 건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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