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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 외부 조명공사의 평가를 받는 시간을 가졌다.
병원 건너편에서 병원장 신부님과 다른 직원들과 같이 조명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짙은 남빛으로 주변이 바뀔 무렵 은은한 간접조명이 건물 외관을 밝혔다.
사각형의 현대적 병원을 가톨릭 이미지와 조화시키기 위해 마치 성당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로 바꾸기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얼마 공사가 끝났는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이 모습으로 서있던 것처럼 건물의 외관이 자연스러웠고,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듯 했다.




조명이 모두 들어오니 주변의 어두움을 뜷고 웅장한 자태로 서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시던 병원장신부님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어리면서 잠시 후 품평을 하신다.
“어느 한쪽만 부곽된 조도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은은한 느낌이 건물 전체에 비치네요.”

진정한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에게 창의력과 영감을 발휘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말이 공사기간내내 내 가슴속 깊이 있었다.
지난 2년 반 로비는 단 한 번도 닫히지 않았다.
조명등 하나도 꺼트리지 않은 것은 환자들의 어두운 마음을 이 곳에서 만큼은 밝게 비추고 싶다는 병원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기에 이곳은 늘 밝았고 정겨운 곳이었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 있다.
이곳에서 배웠던 사랑. 배려 그리고 사람들과의 나눔 들의 소중함을 영원히 기억하고 이를 또 다른 일터에서 베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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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손을 털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비록 대전성모병원이라는 한 곳의 현장에 대한 스토리이지만 사실 인테리어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현장경험과 복합적인 만남이라는 관계를 통해 얽히고 부딪힘 속에 멋지지도 고상하지도 않다. 단지 이러한 현장의 노고들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생략한 채 마지막의 완성물 자체가 포장될 뿐이다.
일을 하면서 그때마다 느끼는 나의 감정들과 스케줄을 한줄 메모를 통해 조금씩 적어놓았던 기억들이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이론이 닌 실제 현장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그곳에서의 사람들의 내용을 써 나가면 좋겠다는 마음에 일을 벌이고 말았고, 이렇게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동안 말하고 싶었던 나의 솔직한 마음을 적어 내려가는 것이기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힘이 빠져 집에 돌아와서도 이에 물두하던 시간들이 결코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즐기고 있기도 했다.
 
     


때론 작업일지처럼 또 한편으로는 보람되고 힘들었던 점, 그리고 갈등과 사람과의 에피소드 등을 10년 이상의 인테리어디자이너라는 경력 동안 가장 긴 시간이 되었던 이번 공사를 지금 이 시점에서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책으로 엮어질 것을 생각하니 이것 또한 염려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병원인테리어 .그것도 종합병원리모델링이란 거창한 소재의 책을 내어 내로라 할 전국의 디자이너들이나 건축가들이 만든 멋진 공간들이 정열 되어있는 책들과 비교 될 것을 생각하니 한동안 밥도 잘 안먹힐 지경이었다.
 




이런 나에게 후배 은영이 나를 찾아와 격려를 하였다.
언젠가 은영의 남편이 점하나로 구성된 작품을 보며 사람들이 감탄하는 광경을 보고 “나도 그리겠소” 하다가 주변의 시선을 받았다면서 “언니,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다 멋진 건 아닌데 무조건 감탄하는 건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랑 같은거 아닌가요? 우리 지난날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처럼 재밌게 다시 해요. 내 지인들은 언니 글 읽어 보고는 인테리어라는게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며 재밌어 하는 걸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상관하지 말자는 그녀의 말에 슬럼프에 빠져 있던 나는 다시 힘을 내었고 그 후 우리 둘은 서로 위로 하면서 밤잠을 설쳐대며 자료를 다시 펼쳐보며 둘째를 가져 몸이 무거운 후배의 처지를 살필 경황도 없이 서울과 대전을 오가면서 다시 책을 쓰는 작업에 몰두한 결과, 원고가 완성었다.
 


 


함께 일해온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 서로 힘들 때 격려하며 또 앞길을 헤쳐 나가는 우리 회사의 직원들의 눈망울, 또한 바쁜 엄마의 잔심부름에도 군소리 하나 없었고 항상 격려해 주었던 큰딸 수주의 예쁜 마음, 이제는 한식구나 다름없는 병원의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의견, 이모두에 대한 보답을 이 책으로 대신 하려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포트폴리오 같은 깨끗한 사진들만 장식된 것이 아니고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지난 2년 반의 시간과 수많은 에피소드를 돌이켜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소망한다.
우리가 만든 이 공간,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이 환자들에게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직원 모두에게 내 집과 같은 포근한 공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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