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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 ㅣ 바일라 22
박현숙 지음 / 서유재 / 2025년 3월
평점 :
제목이 강렬하다. "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 다. 오죽하면 그럴까?
책 제목이 있는 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또 다른 페이지에 씌여진 말.
"열 받을 때마다 빌었다. 제발! 제발요.“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표지의 그림도 그냥 이쁘라고 그려 놓은 것이 아니다. 사건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이야기가 설명이 된다. 표지의 그림에는 선, 수진이, 율이가 그려져 있다.
이야기 책은 언제나 등장인물, 사건, 배경이 존재한다. 태후, 서랑, 장선, 벌사장, 장정, 수진이, 엄마, 아빠가 등장한다. 이야기 속 나는 장선이다. 선이의 가정환경은 어렵다. 자유 영혼인 백수 아빠와 10대에 쌍둥이를 놓고 캥거루 족을 하고 있는 엄마와 함께 할머니 집에서 얹혀산다. 그런 가족들을 챙기고 있는것은 할머니다. 엄마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선이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한다. 그런 선이를 마음적으로 힘들게 하는 아이가 바로 서랑이다. 서랑이는 태후를 좋아한다. 태후는 학교 인기남이다. 그런 태후를 선이가 처다봤다고 서랑이가 9등급에 인물이 별로라고 까내리기 시작한다. 상황은 선이가 원치않게도 점점더 불편하게 바뀐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어서 내게로 왔다.”
그러다가 명품 운동화(사건의 중심, 마법 운동화)를 신게 된 선이는 발바닥의 가려움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태후가 근처로 오면 발바닥이 가려워 지고 멀어지면 괜찮아지는 이상한 현상이 생긴다. 서랑이와 태후는 사귀는 사이이다. 그런데 마법의 운동화로 인해 태후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이에게 사귀자고 하고 주위를 맴돈다. 그러면서 평소에 서랑이의 말에 한마디도 못하던 선이도 하고픈 말을 마음껏 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분발해야겠다. 나는 서랑이 네가 망하는 걸 꼭 보고 싶거든. 다시 한번 말할게. 우리 동네에 그만 나타나." 이렇게 마음과 다른 센 말들이 서랑이에게로 쏟아낸다. 그리고 태후와 사귀기로 한 것도 거리에 따라 태후의 반응이 다르다. 모든 것이 운동화의 조화다.
태후와의 사랑을 인정하겠다고 물러서는 서랑이에게 선이는 더 강력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서랑이와 태후가 사귄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서랑이가 어렵게 구한 생쥐 키링을 선이가 중고사랑 지구사랑 박스에 넣어버린다.
그것을 발견한 서랑이는 태후와 교실에서 한바탕 싸움을 하게 되고 학교를 뛰쳐나가버린다.
비오는 날 서랑이와 태후는 다투고 그길로 서랑이는 차도로 뛰어들게 되고 그 뒤를 태후가 따르면서 사고가 난다. 그 사고를 선이와 정이가 목격하게 된다. 사고 이후 태후와 친한 수진이가 선이를 찾아온다. 태후가 선이가 가까이 오면 선이가 좋아지고 거리가 멀어지면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태후는 서랑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화나고 삐진 서랑이를 달래보려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 했다. 이일에 대해 선이가 모른다면 태후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수진이가 말했다.
서랑이가 쫄딱 망하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전혀 상관없는 태후가 점점 이상한 아이로 몰리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번 운동화 주인에게 멈추는 방법을 물으러 갔다. 그리곤 상황을 정리하고 운동화를 다른 세탁소에 맡기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살다보면 정말 안 맞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공간이 바로 학교다. 12년간의 학교 생활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 속에서 누군가를 정말 미워하는 마음이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사랑하지 않는 시간이다.
작가는 "내 시간을 내 삶을 갉아먹는다. 내가 나인지, 아닌지 조차 헷갈린다. 그걸 알고서 멈췄다. 그리고 달팽이가 껍질 속으로 들어가듯 웅크리고 나 자신을 돌아봤다. 꽁꽁 얼어붙은 나 자신을 어루만져 주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주면서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찾고 보니 꽤 괜찮은 아이였다."라고 써 놓았다.
우리는 모두가 소중한 존재들이고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
나를 온전히 사랑할때 비로소 타인을 보는 눈도 따뜻해진다는 것,
사람은 각각 다르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는 것.
<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 박현숙
이 책을 읽으면서 조원희 작가의 <미움>이 떠올랐다. 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표현한 것이 미움 처럼 느껴졌다. 함께 보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