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
팜 제노프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463 - "여자 요원들은 공식 직함이 없잖아요."

1944년 런던 특수작전국의 엘레노어는 여성으로 구성된 작전팀을 건의하고 재가를 얻는다.

1946년 뉴욕의 그레이스는 기차역 벤치 아래서 누군가 놓고 간 가방에서 열두 명의 소녀들, 앳되면서 전투복을 입은 여성들의 사진을 보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사진을 들고 사무실에 도착한다.

p228 - "그건 사진의 소녀들이 모두 죽었다는 뜻이예요."

이민자들을 돕는 프랭크와 일을 하는 그레이스는 그 가방이 엘레노어, 엘레노어 트리그라는 여성의 것임을 알게 되는데...

2차 대전의 격전이 벌어지는 속에서 프랑스로 잠입한 여성 특수요원들의 자취를 그린다는 데서, 여성을 부속품으로 취급해온 역사를 다시 써 온 #라듐걸스 #체공녀강주룡 #키르케 같은 작품들과 큰 궤를 같이 한다.

소설만으로 이 '팀'이 실재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전시에 노동자로 전장의 간호사나 암호 분석가, 스파이, 레지스탕스, 저격수로 활동해온 여성의 역사는 분명히 존재한다.

같은 역할, 더 열악한 조건에서 산화한 여성의 임무와 역사를 또다른 여성이 발굴하는 소설의 구성은 저자의 전작이나 진보하는 역사의 발자취를 증언하는 그 자체로서 의미있으나, '로맨스'를 피하지 못하는 서사는 다소 아쉽다.

물론 로맨스 그 자체를 직업인으로서의 사명과 분리하는 그레이스의 결정은 바뀌어가는 시대에 부합하지만, 그레이스가 미스터리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로맨스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 역시 조금 아쉽다.

#사라진소녀들 #thelostgirls #pamjenoff #팜제노프 #정윤희 #잔출판사 #도서출판잔 #잔 #미국소설 #제2차세계대전 #미스터리 #책 #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직하게 쌓아올린 하나의 시리즈가 지속될 때 발견할 수 있는 좋은 효과들이 첫 책보다는 두번째 책에서, 두번째 책보다는 세번째 책에서 더 구체적이면서 두꺼운 파장으로 다가온다.

p47 - 예를 들면 '좌약'을 <앉다>, <약>이라고 통역해서 잘못 이해한 농인이 약을 '앉아서 먹으려 한 일'은 통역사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이다.

사법 통역을 주로 했던 아라이의 영역이 의료 통역(산모), 개인 통역(연예인), 지역 비표준 수어 통역에까지 확장돼서 농인 세계를 더 넓게 살펴준다.

더욱이 이번 권에선 미유키(청인)와 결혼한 아라이(CODA) 사이에서 히토미(선천성 농인)가 태어나고, 미유키의 딸인 미와(SODA, 농인 자매를 둔 청인)가 이루는 가족 형태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서로에게 일으키는 감정의 흐름이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은유한다.

이제껏 쌓은 서사의 두께가 개별적이면서도 연결된 네 개의 에피소드마다 느껴진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충분히 감동적이고, 교훈적이다.

농인 양친을 둔 아라이가 미유키와의 사이에서 농인인 2세가 태어날까 걱정하는 것, 청인인 미와가 자신처럼 양친의 관심에서 소외되는 것, 조카인 쓰카사(농인)의 방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되는 것 등은 날카로울 정도로 실제적이다.

자연스레 의료와 응급 서비스, 회사 생활에서 분리되어 심하게는 치명적인 상황을 마주하는 장면을 실제 사례에서 참고했다고 한다.

실은 주변에서 농인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누구의 외면인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명백하다.

장애의 다면성, 농인과 수화에 관한 책이라면 앞으로는 이 시리즈를 기억하고 말 할 것이다.

색스 박사의 책보다 면밀하다.

#통곡은들리지않는다 #마루야마마사키 #최은지 #데프보이스 #용의귀를너에게 #황금가지 #추리소설 #농인 #수어 #수화 #책 #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59 - 이것이 이번 사건의 복잡한 부분이다. 청각장애인이 체포될 경우 통역을 포함하여 펠로십이 지원에 나서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다만 본건의 경우는 피해자 역시 청각장애인이다.

뿔로 소리를 감지하는 용.
바다에 떨어져 해마가 되었다는 용龍의 귀耳는 농聾을 의미한다.

코다(농인 양육자의 청인 자녀)인 아라이 나오토가 수어통역사를 시작한지도 2년이 지났다. 농인을 사취한 농인의 취조에 참여하게 된 아라이가 동질감과 이질감을 느끼는 것을 시작으로 NPO 직원의 살해사건과 양육자에게 불합리한 자녀의 장애책임을 묻는 '정육학'에 기조를 둔 사립학교 설립이 서로 엮이면서 미스터리의 전개가 이뤄진다.

에이치, NPO 피해자, 정육학, 정치인 등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얽히는 것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고전적이기는 하다. 정격의 이야기가 현대 미스터리로서는 신선하지 않지만, 시리즈로서 서사와 농인 사회가 겪는 안팎의 갈등 구조를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데는 충분한 장점이 되어준다.

아라이가 전직장 동료였던 미유키와 동거를 시작하고, 미유키의 딸 미와(9)와 미와의 학급 친구이자 함묵증을 앓는 에이치에게 수어(일본수화)를 가르치며 농인이 세계와 겪는 불화의 미시적인 지점을 하나하나 짚어내는 동시에 언어의 의미를 조망하는 것은 교훈적이면서 감동적이다.

간단한 수어는 배울 필요를 느끼게 해준다.

#용의귀를너에게 #마루야마마사키 #최은지 #데프보이스 #황금가지 #일본소설 #미스터리 #추리소설 #추리 #미스터리소설 #농인 #책 #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28 - 아라이는 이 청년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다부치가 처음부터 '청각장애인ㆍ비장애인'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농인ㆍ청인'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아라이는 #코다 #CODA (Children of Deaf Adults)이다.

경찰 사무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아라이는 전직을 준비하던 차에 수화통역사 일을 맡게 되고, 농아 시설을 운영하는 '노미 가즈히코' 살해 사건에 조금씩 엮이는데...

농인과 수어에 관한 글은 #올리버색스 의 #목소리를보았네 를 통해 그 풍부함을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주인공이 농인의 세계의 중심에 있지만 동시에 외따로 있는 CODA(농인 양육자의 청인 2세)라는 점에서 실제적이고 질박한 면을 통해 독자의 편견과 트릭을 끌어낸다.

#마쓰모토세이초 상 최종후보였다는데, 트릭의 전개는 세이초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고전적이면서 정직하다. 어렵지 않다.

p144 - <제 지인도 어릴 때 거기에 입소했었어요. 다들 말했어요. 그놈 죽어 마땅하다고.>

이 책의 진가는 농인과 청인의 간극을 농인을 중심으로 그렸다는 데 있다. 코다가 느끼는 소외감, 청인인 내가 소설 속에서 단절 당하는 지점(모양으로 묘사하는 수어와 '듣기'의 공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등)에서 소위 말하는 '정상 세계'는 얼마나 빈약하고 권력 지향적인지를 어렵지 않게 체감 '당한다'.

여러 사람의 수어 장면에서 올리버 색스는 수어의 역동성과 풍부한 표정에 집중했던데 반해, 이 소설의 주인공 아라이는 '약간의 현기증'을 느낀다. 청인이며 농인 가족이 없다는 저자의 묘사가 여러모로 시리즈 차기작(#용의귀를너에게 #통곡은들리지않는다 )을 기대하게 만든다.

#데프보이스 #마루야마마사키 #최은지 #황금가지 #추리소설 #추리 #미스터리 #일본소설 #책 #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해 여름 끝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앤드)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52 <그해 여름 끝>
이번에는 진급 기회가 눈앞까지 다가왔는데 또 중대에서 총을 분실하고 말았으니 마음속으로 욕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군대에는 총기관리관(정)과 (부)가 있는데... 대체로 어디든 그렇듯이 (정)인 부대장이 일을 하는 경우는 없다.

소설 속 (부)인 3소대장 자오린의 소대 총기가 '명백하게' 도난당한다. 소대의 정치ㆍ사상교육을 담당하는 지도원 가오바이신과 범인을 쫓다가 부대 자살 사고까지 발생하는데... 당원 가문 출신 가오바이신은 예전 베트남과의 전쟁 당시 공훈을 양보한 것을 빌미로 자오린에게 '책임'을 지기를 요구하는데...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전쟁(~'88)이 끝난 직후를 배경으로 부대의 부조리. 책임관들이 죽음에 슬퍼하기보다 죽음에 부과되는 책임을 '전우'에게'까지' 넘기려 급급한 상황이 옛날옛날 이야기가 아닌, 내가 복무했던 바로 옆 부대에서도 발생하고 결국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논리로 또다시 기괴하게 포장되어 끝났던 사건과 여러모로 닮은 꼴이었다.

총기 분실도 면피, 자살사고도 면피, 납품 리베이트도 방관하는, 격랑의 시대에 인물들이 당황해서 엉뚱한 발언과 결정을 해서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군 비리와 신분상승(도시 이주, 진급)의 절박함이 뒤섞인 총체적인 당대 난국을 그렸기에 여직 판금작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p353 <한쪽 팔을 잊다>
그 팔이 정말로 진방의 몸에서 떨어진 왼팔이라면 그 반지를 회수해야겠다고 했다. 도금한 가짜 반지라 해도 반지는 반지라는 것이었다.

장편인 표제작에 이은 단편 #류향장 은 성공을 찾아 도시로 이동한 고향 청년들이 도둑질과 성매매로 돈을 버는 것을 겉으로는 꾸짖으나 안(?)으로는 응원해서 결국 고향 개발을 얻어내는 류향장의 이야기.

#한쪽팔을잊다 는 공사장 사고로 죽은 동료 진방의 팔을 발견한 인즈가 장례가 한창인 집을 찾아갔으나 유가족이 보상금과 팔에 남은 반지만 눈독 들이는 충격적인 장면을 통해 극도의 물신주의가 침범한 세태를 짚어낸 비극이다.

망명 작가가 아닌 베이징에 거주하는 옌롄커의 초기작.

홍콩, 대만 출신 작가들에 비해 해학적으로 포장하려는 의도, 각각의 상황과 소재만으로도 은유 하는 바가 폭발적으로 드러난다.


ㅡ증정도서ㅡ

#그해여름끝 #옌롄커 #yanlianke #넥서스 #중국소설 #김태성 #세태소설 #중국문학 #책 #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