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끝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앤드)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52 <그해 여름 끝>
이번에는 진급 기회가 눈앞까지 다가왔는데 또 중대에서 총을 분실하고 말았으니 마음속으로 욕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군대에는 총기관리관(정)과 (부)가 있는데... 대체로 어디든 그렇듯이 (정)인 부대장이 일을 하는 경우는 없다.

소설 속 (부)인 3소대장 자오린의 소대 총기가 '명백하게' 도난당한다. 소대의 정치ㆍ사상교육을 담당하는 지도원 가오바이신과 범인을 쫓다가 부대 자살 사고까지 발생하는데... 당원 가문 출신 가오바이신은 예전 베트남과의 전쟁 당시 공훈을 양보한 것을 빌미로 자오린에게 '책임'을 지기를 요구하는데...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전쟁(~'88)이 끝난 직후를 배경으로 부대의 부조리. 책임관들이 죽음에 슬퍼하기보다 죽음에 부과되는 책임을 '전우'에게'까지' 넘기려 급급한 상황이 옛날옛날 이야기가 아닌, 내가 복무했던 바로 옆 부대에서도 발생하고 결국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논리로 또다시 기괴하게 포장되어 끝났던 사건과 여러모로 닮은 꼴이었다.

총기 분실도 면피, 자살사고도 면피, 납품 리베이트도 방관하는, 격랑의 시대에 인물들이 당황해서 엉뚱한 발언과 결정을 해서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군 비리와 신분상승(도시 이주, 진급)의 절박함이 뒤섞인 총체적인 당대 난국을 그렸기에 여직 판금작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p353 <한쪽 팔을 잊다>
그 팔이 정말로 진방의 몸에서 떨어진 왼팔이라면 그 반지를 회수해야겠다고 했다. 도금한 가짜 반지라 해도 반지는 반지라는 것이었다.

장편인 표제작에 이은 단편 #류향장 은 성공을 찾아 도시로 이동한 고향 청년들이 도둑질과 성매매로 돈을 버는 것을 겉으로는 꾸짖으나 안(?)으로는 응원해서 결국 고향 개발을 얻어내는 류향장의 이야기.

#한쪽팔을잊다 는 공사장 사고로 죽은 동료 진방의 팔을 발견한 인즈가 장례가 한창인 집을 찾아갔으나 유가족이 보상금과 팔에 남은 반지만 눈독 들이는 충격적인 장면을 통해 극도의 물신주의가 침범한 세태를 짚어낸 비극이다.

망명 작가가 아닌 베이징에 거주하는 옌롄커의 초기작.

홍콩, 대만 출신 작가들에 비해 해학적으로 포장하려는 의도, 각각의 상황과 소재만으로도 은유 하는 바가 폭발적으로 드러난다.


ㅡ증정도서ㅡ

#그해여름끝 #옌롄커 #yanlianke #넥서스 #중국소설 #김태성 #세태소설 #중국문학 #책 #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