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식재료 - 가장 건강하고 올바른 우리 제철 식재료를 찾아가는 여정
이영미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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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이렇게 좋은 여름 날 생산된 소금은 아주 하얗다. 그에 비해 햇발이 좀 약한 봄과 가을에 생산된 소금은 투명한 기운이 조금 강해진다. 이런 소금은 질이 떨어지는 소금이다. 

연극평론가라는 저자의 직업만큼 눈에 살랑 감기는 언어와 일상의 기준에 맞춘 열여덟 가지 식재료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입맛에 따른 미미美味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특히나 섬세하고 예리한 내 미감과 다른 부분(특히 뼈가 굵고 살이 큰 멸치젓이 김장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은... 살을 발라서 김치소에 넣으면 봄멸치젓보다 좋을 수도 있어영)도 종종 있지만 대개는 도움이 되는 새로운 지식이요, 좋은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길잡이도 된다.

p102
흑태는 검은 껍질 속살이 연두색이다. 그런데 서리태는 속살이 연두색이다.

p211
봄에 담근 멸치젓은 석 달 만에 폭 삭아 살이 다 흐무러져, 이런 것으로 김치를 담가야 김치에 뼈가 걸리적거리지 않는다.

p227
흔히 이런 녹두 빈대떡에 깔끔한 조개젓을 얹어먹는 사람이 많은데, 그 대신 백젓도 맛있을 것 같다. 

이야기마다 건강하고 생태적인 식재료를 키우는 이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꼿꼿한 심지가 보답받길 기원하고 응원하게 되다.

돌아오는 명절에 이 책에 등장하는 쌀과 와인 같은 좋은 음식을 선물해도 좋을듯 싶다.

p151
전문가가 아니니 잘 알 수는 없지만,
p335
'절대 눕히지 마세요. 저는 막걸리예요.'


아쉬운 점은... 저렴하고 농약이 묻은 공산품 식재료를 소비하는 이들은 

그들 나름의 슬픈 사연이 있는거죠. 

그리고 양파망을 써서 메주를 거르는건 꺼림칙한 일이 아니라 
해서는 안되는 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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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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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p152
주룡은 말을 건다. 얘, 강녀야, 넌 곧 시집을 간다. 몹시도 고운 이 하고 부부가 된다. 강녀야, 너는 독립운동을 하게 된다. 그런 것 상상이나 해봤니, 서방은 널 집에 돌려보내고 곧 죽는다. 넌 살인범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다. 하나만 일어나도 기가 막힌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이 같은 말들을 꿈속의 강녀는 듣지 못한다.

하루키는 시간의 세례를 받은 문학에 관하여 이야기했지만, 내 생각엔 그건 시간의 세례를 받아서라기보다는 시간의 퇴적과 시간의 안개로도 덮을 수 없는 광채와 날카로움이 결국 그 가치를 드러내게 했다고 생각한다.

스무살에 열다섯의 최전빈과 결혼한 강주룡, 남편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가 남편은 세상을 먼저 떠나고 홀로 되어 평양의 고무공이 된 강주룡, 평양 을밀대 위에서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던 강주룡.

부숭한 몰골로 책을 읽다가 그저 켜두었던 방송의 대통령 광복절 연설에서 그녀의 이름이 들렸다.두텁게 내려앉은 역사의 껍질을 깨고 보다 선명해졌다. 작가의 소설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디뎠지만 그녀의 삶 자체가 갖는 강력, 탄성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소설은 애쓰지 않는 힘으로 강주룡의 삶을 뒤따르고 그려낸다. 살은 붙였겠으나 화장이나 성형을 하지 않았다. 소설가로서 욕심을 부리고 싶었을텐데 참아낸 지점들이 여러곳 있었다.

p242
하늘로 올라가는 길처럼 빛나는 광목을 주룡은 단단히 붙든다. 사실은 두려워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이면서, 사실은 살고 싶어서, 그 누구보다도 더 살고 싶어서 활활 불타고 있으면서.

강주룡(1901~1931) 항일노동운동가
하나만 일어나도 기가막힌 일을 연달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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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좀 쉬며 살아볼까 합니다
스즈키 다이스케 지음, 이정환 옮김 / 푸른숲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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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삶을 이루는 조건의 굴레와 집착에서 벗어나 

삶 자체를 포옹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p9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고통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고통이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경험이 얼마나 잔혹하고 괴로운지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고차뇌기능장애 당사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표지와 제목을 봤을 땐 사실 몸에 무리가 와서 삶의 짐을 약간 덜어낸 일본인의 '약간 느긋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p86
나를 정신병자 보듯 묘한 눈길로 흘깃거리며 지나간다. 후후후, 너희 '어른들'의 건전하고 정상적인 뇌로는 즐거움과 호기심이 넘치는 이 세상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어. 만세! 선택받은 초등학생의 뇌!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후유증으로 고차뇌기능장애를 겪는 재활기다. 예민하고 빡빡했던 자신의 지난 생활과 한심해 보일 정도로 느긋한 아내를 괴롭혔던 몰이해를 반성하며 스스로 교정해 나간다.
 
p115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도 무언가에 쫓겨 초조할 때처럼 가슴 가득 감정이 차올라 호흡이 얕고 빠르게 이어지면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략)
이불 속에 누워, 침대에 앉아 실로 태평하게 어두운 구석에 내몰린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에 끊임없이 저주를 퍼부었다.
 
p138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아내의 능력' 덕분에 나는 나는 몇 번이나 구원을 받았는지 모른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나의 저작물은 모두 스즈키 다이스케와 스즈키 치나쓰의 합작품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저자의 삶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만인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도 없겠거니와 갑자기 삶을 긍정하려는 저자의 태도 변화가 종종 우격다짐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 빌어먹을 삶은 어쨌든 계속될테니까
 
뇌경색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옹할 수 있도록 숨을 한번 들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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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지켜보고 있어 스토리콜렉터 65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
p376
조이는 그 현장을 즉각 이해하지 못한다. 받아들여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반면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로보텀은 늘 두껍게 책을 내놓는데 언제나 그 두께를 초과하는 읽기의 즐거움과 뒤통수를 보장한다. 

아... 장르소설 어떻게 쓰는지 너무나 잘 아는 양반... 소설가가 안 됐다면 해외 사건사고에 등장했을 오세아니아 양반

p7
겨울은 그 애한테 창백한 아름다움을 줬고 추위는 그 애의 뺨을 붉게 만들었다. 그 애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배낭을 오른쪽에서 왼쪽 어깨로 옮겨 맸다.

이번 작품에선 100쪽이 넘어가기 전에, 200쪽이 넘어가기 전에, 300쪽, 400쪽, 500쪽이 넘어가기 전에 하나씩 하나씩 독자에게 집어 던지는데 그럼에도 막바지에 놓친 무엇(?!)에 뒤통수를 탁 치게 만든다. 저걸 어째... 어쩌다 이렇게 😨 

특히 애정과 관음증 사이에 존재하는 그 얇고 날아가기 쉬운 종이 한장을 발견할 때 무장해제 되어 버리고 마는데... 사실 싸이코는 언제나 멀리 있지 않다. 이 세상의 여러가지 쌍ㄴㅅ끼 분들.

p526
나를 용서해줄 거다. 내 것이 될 거다. 겁나지 않는다. 무섭지 않다. 넌 내 거야.

조이와 일라이자 남매를 둔 마니는 남편이 실종된지 13개월째다. 실종 직전 남겨둔 도박빚 때문에 에스코트 일까지 하게 되는데 세번째 날에 자신을 들볶는 헤네시의 부하 퀸이 목이 칼에 그인 채 강바닥에서 발견된다.

p87
자기 자신과 다른 모두에게 화가 나서 마치 태엽을 지나치게 감은 시계처럼 안쪽에서부터 꼬여갔다.

마침 그녀의 심리상담자인 올로클린 교수는 그녀를 돕게 되고... 그녀의 평생 동안 그녀와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인물에게 협박과 살인,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과거 그녀의 정신과 치료를 했던 의사를 만나 '하나의' 진실을 알게 되는데...

p290
"아마 시스템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아는 모양이지. 신고를 하고, 기록을 남기고, 해결되는 건 좆도 없고."

조 올로클린과 전직 경찰 빈센트,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게니아 경위가 서로 배배 꼬여서 틱틱 대는 재미도 있다.

시리즈물 특유의 생생한 인물들... 성질 꼬라지들 진짜... 그러니 세놈 다 혼자 살지...

심리학자가 주인공인 시리즈이니 만큼 일그러지고 깨져버린 인간군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다소 불쾌하게 느끼는 지인들도 있었지만 범죄소설의 역할... 문제의 원인과 사건 이후의 반작용까지 날카롭게 지적하는 지라 이 극단적인 시리즈의 과정을 쫒아갈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장수하고 있는 #lawandordersvu 와 비교해 볼 때, 이 책이 그저 범죄를 오락으로만 소비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지 않을까...

아마존과 #goodreads 에서 찾아보면 이 책 이후에 나온 두권의 책이 더 호평이다. 모쪼록 출판사에서 파워워킹으로 고고씽.. 빨리빨리... 

p.s. 다들 많이 읽어주세요. 제가 시리즈 8, 9권을 빨리 읽을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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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완벽한 완급조절, 누가 죄책감을 조작하는가

무엇보다 작가의 완벽한 완급조절이 돋보이는 스릴러 소설이다.

적당한 답답함과 힌트, 흔적 그리고 악의에 걸맞는 복수와 명쾌한 떡밥 회수가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들어 준다. 장르소설의 미덕이 온전하게 담겨있다. 끝내는 카타르시스.

p347
불쌍한 년

캐시는 교사 회식 후 남편이 지나지 말라던 지름길인 블랙워터 숲으로 차를 몰고가다 정차해 있는 차를 발견한다. 폭우 속에서 가만있는 운전자를 보고 고민하다 지나치고... 그녀는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된다.

살해당했다는 기정사실을 마주한 캐시는 그녀가 더 적극적으로 돕지 못해 그녀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데 알고보니 2주 전 알게 된 제인이었다. 마음이 맞아 친근했던 사람이라 더욱 괴로워지고

외딴 곳에 있는 매튜와의 신혼집, 죄책감과 함께 소리없이 끊는 발신자제한 전화까지. 아직 잡히지 않은 살인자의 공포가 일상을 억누르고 자꾸만 반복되는 건망증이 그녀를 괴롭힌다. 몇년전 치매로 고생하다 세상을 떠난 엄마... 가족력이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p266
"제가 망상을 하는 건 아닐까요."

설상가상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구매 기억이 없는 물품들이 자꾸만 배달되자 매튜와의 관계도 꼬여만 간다.

최근 장르소설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흡족하다.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작가는 내게 절반은 쥐여주고 절반은 막판에 짠! 하고 선사한다.

전작의 흥행에 전복되지 않고 두번째 작품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건
작가의 오롯한 재능이자 독자의 기쁨이다. 

밀리언셀러의 품격이랄까, 재미랄까. 선명하다.

B. A. 패리스의 다음 작품도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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