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좀 쉬며 살아볼까 합니다
스즈키 다이스케 지음, 이정환 옮김 / 푸른숲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삶을 이루는 조건의 굴레와 집착에서 벗어나 

삶 자체를 포옹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p9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고통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고통이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경험이 얼마나 잔혹하고 괴로운지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고차뇌기능장애 당사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표지와 제목을 봤을 땐 사실 몸에 무리가 와서 삶의 짐을 약간 덜어낸 일본인의 '약간 느긋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p86
나를 정신병자 보듯 묘한 눈길로 흘깃거리며 지나간다. 후후후, 너희 '어른들'의 건전하고 정상적인 뇌로는 즐거움과 호기심이 넘치는 이 세상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어. 만세! 선택받은 초등학생의 뇌!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후유증으로 고차뇌기능장애를 겪는 재활기다. 예민하고 빡빡했던 자신의 지난 생활과 한심해 보일 정도로 느긋한 아내를 괴롭혔던 몰이해를 반성하며 스스로 교정해 나간다.
 
p115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도 무언가에 쫓겨 초조할 때처럼 가슴 가득 감정이 차올라 호흡이 얕고 빠르게 이어지면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략)
이불 속에 누워, 침대에 앉아 실로 태평하게 어두운 구석에 내몰린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에 끊임없이 저주를 퍼부었다.
 
p138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아내의 능력' 덕분에 나는 나는 몇 번이나 구원을 받았는지 모른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나의 저작물은 모두 스즈키 다이스케와 스즈키 치나쓰의 합작품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저자의 삶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만인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도 없겠거니와 갑자기 삶을 긍정하려는 저자의 태도 변화가 종종 우격다짐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 빌어먹을 삶은 어쨌든 계속될테니까
 
뇌경색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옹할 수 있도록 숨을 한번 들이켜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