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린 아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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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 - "제 뒤에 있는 문을 닫아버리는 아이들의 의도는 둘 중 하나야. 그 너머의 세계에서 도망치려 하거나, 아니면 이 안쪽 세계로 도피하려 하거나."

여덟번째 책은 '인권' 개념이 존재하기 이전, 어떤 인간다움의 첨병 혹은 마지노선 역할을 했던 종교적 자비와 용납이 어떻게 작용해야 하는지를 이야기를 통해 드러낸다.

이는 당대 기독교적 공동체 정신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당대 이상적으로 생각했을 법한 종교적 목적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작가의 의도라는 것이기는 하지만 소설적 방향, 이 미스터리 시리즈의 흔들리지 않는 성격을 규정해주기도 핫다.

애스플리 가의 둘째아들 메리엣(19세)이 자신의 강력한 주장으로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견습으로 들어온다. 뚱한 그의 아버지와 함께.

메리엣은 주변에서 모두 놀랄 정도로 과도한 열심으로 교육을 받는데, 밤마다 괴성을 지르는 등 '귀신 들린 듯한' 기행을 일으켜서 수도원장 이하 담당인 폴 수사의 걱정을 산다.

p151 - "결국 우리의 목적은 그를 한 식구로 맞아들이고자 하는 것이니(후략)"

캐드펠은 라둘푸스 수도원장과 의견을 나눈 후 갈메리엣을 나병환자를 보살피는 마크 수사의 병원(?)으로 그를 보낸다. 왜소하지만 밝게 소명을 담당하는 마크 수사의 곁에서 메리엣의 열심은 헌신의 빛을 띄게 된다.

그러다가 주교의 비밀 명령을 전달하는 수사가 실종되고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마침 그가 애스플리 가에서 머물고 떠난 이틀 후 메리엣이 수도원에 도착한 것.

그의 죄책감이 보이는 행동과 실종 사이에서 의심이 싹트지만 상호 모순되는 면모를 포착한 캐드펠과 장관 대리 휴 베링어는 주변인물들, 애스플리 가와 나이절 애스플리의 약혼자인 로즈위타의 린드 가문을 수소문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읽다보면 젊은 10 ~ 20대 남자들의 매력을 묘사하는 방식, 캐드펠의 목소리를 통해 바라보는 그들의 면모가 다분히 '어떤 열기'를 느끼게 해준다.

이는 여성 등장인물들을 묘사하는 방식과는 다른데, 동성애적 시선이 아니라 작가인 엘리스 피터스의 눈으로 젊은 남성의 매력을 설명하다 보니 발생하는 다소 재미난 지점이다. 몹시 '흥미롭게 보여준다'.

금발 머리의 애교, 구릿빛 근육, 넓은, 매끄러운 ~ 등등.
마치 제철 과일의 싱싱함을 보여주려는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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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참새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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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 초청 받은 떠돌이 곡예사가 늦은 밤 마지막 예배 중인 슈루즈베리 수도원으로 도망쳐온다.





살인과 도둑 혐의를 받고 매맞으며 도피처를 구한 것. 수도원장은 성역(sanctuary)을 선언하며 곡예사 릴리윈에게 40일 간의 숙식을 제공한다. ㅡ 이것이 포인트 하나.

그를 치료하던 캐드펠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특유의 감식안으로 그의 진실성을 엿본다.

결혼식날 저녁 신랑의 부친인 금세공사 월터가 공격을 당하고 그의 금고가 털렸는데, 하객에 떠밀리다가 도자기를 부순 릴리윈이 범인으로 지목 당한 것이다.

캐드펠은 부상 당한 월터와 놀라서 쓰러진 그의 모친 줄리아나 부인을 도우러 그들 3대가 머무르는 곳으로 발길을 하며 가족의 면모를 묘사한다.

수전노인 월터, 권위를 쥐고 있는 줄리아나 부인, 곳간과 집안일을 쥔 월터의 첫째딸 수재나, 성실하지만 바람을 피우는 대니얼, 결혼 첫날 사건을 맞이했지만 대가족의 살림을 찾아오려는 되바라진 마저리, 월터에게 세들어 사는 다른 세공인들.

ㅡ 월터의 가족(집)과 세입자는 공간적, 시대적 밀실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포인트다.

인권이 발명되기 이전, 야만의 시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12세기 계급사회에도 존재했던 '공적 자비'와 한 집안을 통해 묘사되는 풍속을 보여주며 어떤 #밀실미스터리 를 제공하는 것이 일곱번째 #캐드펠시리즈 의 핵심이었는데, 의지가지 할 없는 사람들이 찾는 도피처(도피성)로서의 종교적 역할에 관해 생각하기에 좋았다.

동시에 도피처 혹은 정서적 공간의로서의 가족의 역할에 관해서도. 차별을 통해 구성되는 전통적 가족 체계와 무관심 같은 의도된 무기력이 고조시키는 갈등이 어떻게 깨지는 지는 상공인 집안이 갖추는 정직성과 부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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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왕국 유산 시리즈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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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1

"우리는 최후통첩 따위는 하지 않는다. 명령을 내리면 상대가 복종할 뿐."

빛의 신 '이템파스'를 대리하는 '이라메리' 일족이 다스리는 세계관에서 시작하는 저자의 장편데뷔작으로 2010년 작이다.

#부서진대지 3부작(2015~)이 굉장히 은유적이고 미스터리한 데서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이 시리즈는 비교적 친절한 설명조로 시작하고 진행된다.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판타지 정치 소설.

자극적이고 여성주의 서사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주인공의 배경은 '부서진 대지'와 이어진다.



계급이 낮은 국가 '다르'의 후계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후계자에서 내쫓긴 키네스의 딸인 예이네가 주인공이다. 키네스가 마흔에 독살로 세상을 떠난 후 얼마 안 된 시점에 아라메리의 수장인 데카르타는 손녀인 예이네를 세번째 후계자로 지명하며 소환한다.

아라메리의 주성인 '하늘궁'에서 지내며 사촌이자 후계자 후보 시미나, 릴래드와 경쟁하는 보름 정도의 시간이 소설 속 이야기다.

이템파스와의 경쟁에서 져 아라메리의 노예가 된 밤의 신 나하도스와 그의 2세들이 예이네에게 접근하고, 예이네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느낀다.

신을 부릴 수 있는 아라메리 수장의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과 암투, 모친의 죽음 뒤에 도사린 음모를 추적하든 예이네, 그리고 이템파스에 패하고 수백년 동안 족쇄에 잡힌 나하도스 일족이 예이네를 통해 벌이려는 해방을 향한 수싸움이 흥미진진하다.

#다섯번째계절 로 시작하는 '부서진 대지' 시리즈에서 비친 시적인 문장들의 전형은 이미 여기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를 향한 절망적인 시선은 이 시리즈가 덜 한 인상을 받았으나 나머지 두 이야기가 어떻게 풀어낼지 모르니 보류.

각 사건의 비밀을 해소하는 결말의 절반은 다소 성급해 보이지만 세계관 자체를 탄탄하게 구성하기 때문에 결말로 인해 전체가 소진되지 않는 것이 강점이자 매력이다.

동시에 결말을 통해서 스스로 만든 이 세계를 와장창 부셔버리는 저자의 결단력은 굉장하다.

p.s. 아라메리의 순혈주의는 신라 #골품제 를 떠올리게 하는데, 골품제가 더욱 결벽적, 집착적이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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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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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수사시리즈 여섯번째 이야기는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이 아닌 겨울의 브롬필드 수도원을 거점으로 펼쳐진다.


왕과 황후가 대립하는 내전 상황에서 수도원을 향해 피난 중이던 위고냉 남작가의 남매가 실종된다. 이들과 함께 있던 힐라리아 수녀와 함께.


피난을 돕다가 강도의 습격으로 부상을 당한 엘리아스 신부를 보살피기 위해 출장 나온 캐드펠은 수색에 참여해 둘째 이브를 찾아 돌아오는 길에 냇가에서 얼음덩이와 함께 얼어붙어 버려진 젊은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다.


미스터리로 읽다보니 잠깐 잊고 있었는데, 이 시리즈는 내내 내전 상황 중이었고 외곽인 슈롭셔는 비교적 평화로워 보일 뿐이었던 것이다.


위험을 자초하는 정부 덕에 이 소설 속 '난리'가 전보다 훨씬 더 와닿는다.


주거지가 위험에 처해 피난길에 올랐다가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조력자가 살해당하고, 성범죄에 노출되고, 무력감에 정신을 놓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연이은 부상자들의 처치를 하는 캐드펠의 모습을 통해 쓸모있는 응급처치 지식을 얻는 건 덤이지만... 전쟁이 가져오는 생활의 파산 자체가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였다.


결론은 사건의 해결과 모종의 희망을 암시하며 끝나지만 이미 깨지고 망가진 삶들의 부스러기가 잔해가 되어 여기저기서 밟힌다.


다소 기독교 친화적인 소설이지만 신의 공백을 발견하게 되는 사건들 속에서 성경적 경구가 등장할 때마다 종교적 무력감은 더 강조된다.


특히 표지의 눈 그림은 이 소설의 이중적인 시선, 혹은 모순적인 면 등을 다양하게 변주하는데, 언제 한 번 펼쳐놓고 보고 싶다.


하나 더 말한다면,

캐드펠 수사가 30년 전 참전했던 십자군 전쟁에서 사생아를 만들고 떠난 이야기를 반복해서 미화하는 듯한 장면들은 아쉽다. 기분만 내고 튄 캐드펠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생고생을 겪은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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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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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3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보면 본능적으로 교묘하게 움직여 자기들 사이에 숨겨주는 것이 이들 사이의 불문율인지, 아침기도 시간 교회에 모인 환자들 모두가 조슬린 주변으로 모여들어 그를 감춰주었다.
자신을 에워싼 이들 대부분이 몸 어딘가에 상처를 지닌 채 절뚝이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문득 지금까지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숙연한 마음이 압도해오는 것을 느꼈다.

문장이 아름다운 것과 글이 아름다운 것의 차이를 보여주는 소설.

사건이 해결되는 종착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권위와 힘이지만, 미스터리와 억울한 누명이 풀리는 실마리는 낮은 데서 시작한다.

한센병 환자들의 공동체를 다루면서도 말이 아닌 움직임으로 드러낸다.

미스터리니만큼 트릭이 중요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 특정인의 탁월함이 홀로 반짝이는 경우 필연적으로 명암이 짙어지면서 시리즈의 무게중심도 흔들린다.

주인공 캐드펠의 재능과 경륜이 뛰어난 것은 맞지만 캐드펠은 회전축 역할을 하며 진실의 단서를 끌어들이는 것에 가깝다. 각자가 만든 진실의 조각이 있는 것이다.

계절이 다 가기도 전에 다시 살인이 벌어지는데, 이번엔 후견인인 숙부 부부에 의해 정략 결혼을 해야하는 상속녀의 나이 많은 예비 신랑이 결혼식 당일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를 만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말이 누군가 설치한 밧줄에 걸려 낙마한 것.

부당한 결혼과 부당한 결혼생활의 서막을 예고하는 풍습의 단편들은 썩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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