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이 낮은 국가 '다르'의 후계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후계자에서 내쫓긴 키네스의 딸인 예이네가 주인공이다. 키네스가 마흔에 독살로 세상을 떠난 후 얼마 안 된 시점에 아라메리의 수장인 데카르타는 손녀인 예이네를 세번째 후계자로 지명하며 소환한다.
아라메리의 주성인 '하늘궁'에서 지내며 사촌이자 후계자 후보 시미나, 릴래드와 경쟁하는 보름 정도의 시간이 소설 속 이야기다.
이템파스와의 경쟁에서 져 아라메리의 노예가 된 밤의 신 나하도스와 그의 2세들이 예이네에게 접근하고, 예이네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느낀다.
신을 부릴 수 있는 아라메리 수장의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과 암투, 모친의 죽음 뒤에 도사린 음모를 추적하든 예이네, 그리고 이템파스에 패하고 수백년 동안 족쇄에 잡힌 나하도스 일족이 예이네를 통해 벌이려는 해방을 향한 수싸움이 흥미진진하다.
#다섯번째계절 로 시작하는 '부서진 대지' 시리즈에서 비친 시적인 문장들의 전형은 이미 여기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를 향한 절망적인 시선은 이 시리즈가 덜 한 인상을 받았으나 나머지 두 이야기가 어떻게 풀어낼지 모르니 보류.
각 사건의 비밀을 해소하는 결말의 절반은 다소 성급해 보이지만 세계관 자체를 탄탄하게 구성하기 때문에 결말로 인해 전체가 소진되지 않는 것이 강점이자 매력이다.
동시에 결말을 통해서 스스로 만든 이 세계를 와장창 부셔버리는 저자의 결단력은 굉장하다.
p.s. 아라메리의 순혈주의는 신라 #골품제 를 떠올리게 하는데, 골품제가 더욱 결벽적, 집착적이라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