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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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46 - 다른 어떤 나라에서 금융 위기가 시작되고 뉴욕의 어느 은행이 파산하자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어느 조그만 도시에 사는 남자는 모든 것을 잃었다.

12월 30일,월세 6500크로네를 구하지 못한 은행강도가 총구를 들이민 은행은 마침 '현금 미취급 은행'이었고, 화들짝 놀라 은행을 나와 얼떨결에 들어간 곳은 '오픈하우스'가 진행중인 아파트 한 집.

집을 보러온 사람들은 출산예정 부부, 리모델링 후 재판매를 노리는 부부, 할머니, 부동산 구경이 취미인 금융인과 이들의 중개인.

각자의 분야(?)에서 강하게 살아온 인생고수들 앞에서 한껏 주눅든 초보 강도는 급기야 눈물을 흘리는데...

먹고 사는 건 왜이리 힘들고 뻔뻔해져야 하는지, 작은 마을의 부자(F&S) 경찰은 또 왜이리 순박한지, #스톡홀름신드롬 의 나라는 역시 달라도 다르다는 인상을 남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진행, 고전 추리물의 서술트릭과 소소한 반전 거리가 틈틈이 녹아있으며, 따뜻한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는 저자의 천성 같은 게 느껴진다. (물론 그게 천성만이겠는가, 노력하며 찾아낸 삶의 방향이기도 할 것이다)

처음 읽은 배크만의 책이다.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빌어먹을 금융위기, 정신질환, 소수자, 편견, 세대차이 등을 마주하며 서로의 간극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과는 별개로 동화 같은 긍정의 하모니가 완전하게 받ㆍ아ㆍ들ㆍ여ㆍ지지만은 않는다.

그러니까... 초보 강도나 경찰 부자의 허술함, 2008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연쇄적인 어려움을 끈끈한 호의의 연대로 넘어가자는 #allforone #oneforall 의 메시지가 지나치게 환상적이고 매끈하게 진행된다.

저자가 작중에서 말하듯이, 우울증 약의 약성은 우울감뿐만 아니라 행복감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는데, 소설이 일관된 긍정으로 진행되면서 대체로 저자의 의도에 무뎌지게 된다. 상황을 복구하고 극복하는 데 의의가 있지는 않다. 호의가 불운과 불행을 덮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p.s. #오리엔트특급살인 이 반전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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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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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8 성다영

공원에는 4년째 오디와 함께 노는 강아지 친구들이 있고, 흙과 바람이 있고, 동물들의 흔적이 있다.​



여성 시인 10인의 생활 건강.



기분이 박해지고 술을 마시고 반려 동물과 함께 지내며 고구마를 구워 먹다가 엄마와 목욕탕을 더이상 다니지 않게 된 사연과 경매장의 그림들이 건강과 무슨 상관인가 의문이 들다가도, 이 모든 이야기가 저자들이 건강할 수 있고 건강할 수 없는 이유들로서 전개된다는 데서... 아! 이것은 실로 시인들의 에세이가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p65 이소호

잠결이었고, 담당 편집자 A 씨가 "건강......"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건강을 이렇게 슬픈 의미로 전치하는 시인들의 에세이를 모은 출판사 담당 편집자 A 씨가 느꼈을 아득한 기분을 생각하는 것은 어쩐지... 힘없는 웃음이 피시식 피시식 나면서 머리를 벽에 기대게 만든다.



p.s. 신기할 정도로 아무도 코로나를 얘기하지 않는다. 텔레파시로 엮여서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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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이 뿜뿜 솟는 50가지 방법
쓰카모토 료 지음, 박재영 옮김 / 이지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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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핵심은 물리적인 환경, 시선이 닿는 곳이나 손이 닿는 곳, 자신을 둘러싼 배경에 목표하고자 하는 것(입시, 자격증, 외국어, 운동 등)을 배치해서 긍정적인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라는 조언이 첫째요, 목표와 업무를 ¹세분화하고 ²기록해서 작은 단계들로부터 자기효능감을 얻도록 노력하면 끝내 이루리라는 것이 둘째다.



저자는 공부를 거의 포기하려던 고2의 찰나에 정신을 차리고 지역 명문인 도시샤 대학을 지나 캠브리지에서 심리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글을 보면 귀국 이후 입시와 자기계발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듯하다.



저자 자신이 짧은 기간 좋은 효과를 본 노하우를 소정의 심리학 이론을 곁들여 50개의 장으로 구성했는데,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차근차근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어, 나도 이렇게 하는데'라고 생각이 드는 방법들도 꽤 있다.



노력과 노력에 바로 집중만 할 수 있는 형편이 따로 존재한다는 데 까지 생각한다면 너무 비관적이기는 한데, 그냥 내가 그런 불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됐다. 노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 대가가 완연하게 드러나는 환경은 공평하지 않다.



p.s. 종종 의욕 자체가 싫어지는 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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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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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2 - 백인 여자 판사는 한정자에게 집행 유예 5년과 400시간의 지역사회 봉사, 500달러의 벌금형을 내렸다. 일주일 뒤, 그 판사는 한 남자에게 금고형 30일을 선고했다. 개를 발로 차고 때린 죄를 지었다고.

미리엄, 그레이스 자매의 엄마, 이본이 한인 마켓의 주차장에서 총격을 당한다. 이본의 한국 이름은 한정자.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두순자사건 의 그 두순자다.

에이바 매슈스는 동생 숀과 이모인 실라 할러웨이의 집에서 자란다. 사촌인 레이와 동갑인 에이바는 피아노에 재능있는 학생이었고 활기차면서도 영악한 데가 있는 학생. 이야기는 사촌 레이가 10년형을 마치고 출소한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두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과 일상, 일상과 사건이 서로 교차하다가 ㅡ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본이 피격당한다.

p394 - "당신들이 아무 노력도 없이 위로받으려고 하는 행동이죠. 뭔가 바꾸고 싶다면, 우린 놔두고 정말로 '뭔가'해 봐요."

소설은 인과응보, 눈에는 눈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듯하면서도 그 파장이 미치는 분명한 지점들, 이본의 두 딸과 에이바의 이모, 동생, 조카들을 두루 쫓아다닌다.

동시에 어디에서나 관찰하는 듯한 백인의 계층적 시선 – 언론, 판사, 경찰 – 의 무분별함은, 마치 무관한 듯 서사를 판단하는 내게도 미친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점거와 지배, 해방과 이주의 순서가 복합적으로 엮인 교차성에 관한 사변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에이바의 동생 숀 매슈스가 소설의 끝에서 '뭔가'를 하라며 지르는 소리가 박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사건이 끝나지 않고 여전히 가능해선 안 되는 방식으로 여전히 변주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의집이대가를치를것이다 #스테프차 #stephcha #이나경 #황금가지 #yourhousewillpay #미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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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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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7 - 스케치북과 연필과 지우개를 천천히 손가방에 넣는 이치이의 손놀림을, 아유미 자신도 정리하는 손을 움직이며 보고 있었다. 이치이의 귓바퀴가 희미하게 불그스름해졌다.

심호흡 하듯이 숨을 여러번 깊게 내쉬면서 읽어야 했다.

데뷔작에서부터 이미 차원이 다른 역량과 깊이를 보여준 작가의 '17년도 작품.

한 집안 3대의 사람들이 나고 죽는 것, 죽음이라는 소실점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아득한 여정에서 하나하나 떨구는 삶의 기억들과 갖은 번거로움 들이 한데 뭉쳐있다.

훗카이도 에다루의 한 집안, 요네와 요네가 낳은 가즈에, 신지로, 에미코, 도모요 4남매와 신지로와 도요코 부부가 낳은 소에지마 아유미와 소에지마 하지메. 아유미의 친구인 목사의 아들 에토 이치이. 그리고 훗카이도 견 넷.

p474 - 대학생이던 아유미가 "난 아버지와 어머니를 돌볼 수 없으니까, 하지메, 잘 부탁해."라고 말했던 것을 하지메는 사십 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어도 아직 잊지 않고 있었다.

혼자서 태어나 자랄 수 없듯 서서히 죽어가는 길도 혼자일 수 없는, 그리고 혼자이길 바라지 않는 바람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누가 먼저 점을 향할지, 누가 누구를 위하여 준비해야할 지 모를 아득한 순간을 위해 곁에 있자, 너무 멀어지지 말자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전 작인 #여름은오래그곳에남아 #우아한지어떤지모르는 과는 이야기의 결과 구조가 상당히 다른 작품이었다. 시간의 순서가 아닌 그때그때 있어야 할 순간들로 이어지는 소설이다.

p.s. 일본의 인구문제와 노년층에 대한 성찰도 중요한 화두로 다룬다.

#우리는모두집으로돌아간다 #光の犬 #마쓰이에마사시 #비채 #김영사 #일본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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