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닛
매기 오패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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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ㅣ200 『햄닛』 - 매기 오패럴, 홍한별 옮김
⭐⭐⭐⭐
짧게 얘기하자면 이 소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아들 햄닛을 잃고 4년 후에 #햄릿 을 무대에 올린 것에 착안해서 쓴 작가의 상상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고전 자체의 감동에 그치지 않고 해석하고 재창조하여 새로운 가지를 틔워내는 작품들. 이를테면 #신곡 이나 #서유기 #천로역정 #레미제라블 같은.

(아, 그러나 나는 <햄릿>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부인 애그네스를 중심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탁월한 영감을 물려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그 자신 스스로 남편을 골라 결혼한 그 애그네스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흐른다.

장갑 장인인 아버지의 폭거에 총기를 내뿜지 못하던 윌리엄이 애그네스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인간적인 해방을 맞이하며 런던의 유망한 극작가가 되는 그 너머에 이어진 넓은 궤적이다.

그리고 <햄릿>에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하여 그 자신과 원전을 크게 회전시키는 결말까지.

경험으로 삼고 그저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다. 다시 읽을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로 내몬다.

#햄닛 #매기오패럴 #홍한별 #hamnet #maggieofarrell #문학동네 #셰익스피어 #영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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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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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증정도서

최근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읽었다. 그동안 번역된 작가의 소설(#보기왕이온다 #즈우노메인형 #시시리바의집 )중에서도 가독성이 가장 좋았다. 오랜만에 읽은 추리소설이라 등장인물이 죽을 때는 반가운 기분도 들었다.

민속과 추리, 사이비 종교와 농촌 문제, 환경오염 등의 요소가 잘 얽혀있다. 마지막 하나의 사족을 빼고는 만족스럽다.

영능력자 우쓰기 유코가 '20년 후 여섯 명의 죽음'을 예고한 8월 25~26일의 무코이 섬을 방문한 외지인들, 그리고 섬의 '고유한 저주(?)'를 품고 사는 노인들(주민)들의 갈등과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소설 전체가 미스터리 장르의 특징을 은유하고 있다. 이게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미덕이다.

갈등과 사건, 죽음과 트릭을 암시하는 영능력자의 예언이 지배하는 밀실(섬). 날씨와 분위기의 관계, 틀린 적이 없는 슬픈 예감과 더불어 ㅡ
이야기의 큰 줄기는 끝나가는데 이상하게 많이 남은 나머지 페이지들에서 느껴지는 '무모한 반전'의 예감과 슬그머니 피어나는 기묘한 불안... 까지!

소설 속에서도 두어번 등장하는 #요코미조세이시 #미쓰다신조 #교고쿠나츠히코 의 특징을 모으려 한 건지, 이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구성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연결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이것도 여름 소설로서 장점.

그런데 소설의 마지막은 (아마도) 작가 스스로 공들인 것에 비해서 큰 임팩트는 없었다. 소설의 다른 요소와 겹치는 마지막 트릭이 없더라도 충분히 완성된 이야기인데 오히려 사족을 붙인 셈이 되었다.

#예언의섬 #사와무라이치 #이선희 #아르테 #21세기북스 #일본소설 #추리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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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가의 노래 - 혼자서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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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화가인 저자의 글과 그림(수채화)를 함께 수록한 에세이집인데, 글의 배치가 행렬이 나눠진 시에 가깝다.

화가로서 그린 수채화는 나의 무지와 호기심을 함께 자극할 정도로 신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학교 미술 시간에 종이의 때를 밀어내던 기억으로는 범접하지 못할 감각과 이미지가 주는 기쁨 같은 것들이 서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한다.

이 출판사의 표지를 일일이 찾아보고 확인하지 않아도 꾸준히 표지 작업을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에 관한 별다른 해설을 하지 않아도 수채화라는 예술의 특징을 보여주며 수채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에세이인지 시인지 일기인지 모를 생각의 단상들은 유명 작가 중에 화가 없고, 유명 화가 중에 작가 없다는 사실만 확인 시켜준다.

한국형 감성 에세이의 미진한 부분들, 뜬구름을 가리키는 방식들이 반복된다. 산책의 배경도, 산책하는 이의 사연도 알 수 없다. 글들이 하나의 주제로 묶이지도 않는다.

당사자만 아는 단상들을 우리는 '일기'라고 한다.

그림과 글이 주는 인상이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산책가의노래 #이고은 #에세이 #잔출판사 #도서출판잔 #잔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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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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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이케이도 준의 초기 연작집으로 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에 근무하는 은행원들이 겪는 보신주의와 조직 제일주의 등등을 다루는데... 2007년에 나왔다가 절판된 #은행원니시키씨의행방 의 복간판이라는 건 수록된 열편의 이야기 중 두번째 편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

찾아보니 내가 읽은 건 '19년 6월.

이때는 이케이도 준의 흥행작 #한자와나오키 1권이 #인플루엔셜 에서 나오기 직전.

처음 읽었을 땐 은행 내 여러 문제, 승진에의 초조함, 횡령, 은폐, 페이퍼 컴퍼니, 위장 대출 등등의 문제에 관한 소설로만 읽었는데, 이제 보니 이건 작가의 #은행혐오 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고발성 소설집이다.

은행 지점의 핵심 업무는 영업이고, 실적 압박으로 인해 악성 정신질환에 빠진 엔도의 에피소드 #시소게임 을 읽으니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돈을 다루는 직종이니 기계적인 절차 엄수에 고개를 끄덕일 만한 구석이 없진 않지만... 하여간 읽는 나도 이렇게 질리는데 (전직 은행원인) 작가는 얼마나 복잡한 심사였을까.

이렇게 열 개의 이야기를 써놓고도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만 다섯 권에, #루스벨트게임 과 #일곱개의회의 에도 은행이 등장하고, #변두리로켓 시리즈도 전혀 무관하지 않는데... 돌고 돌아 이 초기작을 읽으니 작가가 은행에 느끼는 이 징글징글한 보수성에 나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요새 #도박중독자의가족 을 보면서 인간의 끔찍한 면을 굳이 재확인 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경마'가 등장한다. 아무리 절차를 중시해도 망가져가는 인간에게 방법은 있고, 어느 정도는 조직이 의도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방치한 문제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하늘을나는타이어 도 복간될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케이도 준의 최고작. 꼭 읽어보시라.

p.s. 정말 은행 싫어하는 게... 이제야 보인다. 징그럽고 지긋지긋한, 사람 잡는 돈벌레 같은 느낌으로.

#샤일록의아이들 #이케이도준 #ikeidojun #민경욱 #일본소설 #기업소설 #은행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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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1
우오토 지음, 하성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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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게오르그루카치 <소설의 이론> p27
별이 총총한 하늘이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들의 지도인 시대, 별빛이 그 길들을 훤히 밝혀주는 시대는 복되도다.

지동설을 주장했던 당대의 학자들이 모두 이런 가혹한 고문과 살해 위협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핵심을 파고들기를 고민하지 않았던 #케플러 는 평생을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12세의 라파우가 지동설에 매혹될 수밖에 없게 만든 진리라는 아름다움.

다소 거친 그림체와 선악을 가로지르기 위해 가학성을 사용하는 방식이 불편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말에 뒤통수가 얼얼하면서도 루카치의 유명한 저 문장이 떠올랐다.

진리의 열망이 자신의 발자국을 선명하게 밝히는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지구의운동에대하여 #우오토 #하성호 #문학동네 #문학동네코믹스 #일본만화 #과학만화 #지동설 #만화책 #만화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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