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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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9 - 조 매코널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다음과 같이 인터뷰했다. "이 연구 이전에 나이테 기록과 빙하 코어 기록은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연대 측정을 거치며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이제 우리는 나무를 보고 말할 수 있다. '화산 폭발 때문에 냉각이 일어났다'라고."

나무의 나이테를 연구하는 연륜연대학자의 이야기는 마치 하나의 작은 중심에서 시작해 동심원을 쌓아가는 나이테처럼 퍼져나간다.

목재 악기나 예술품의 연대를 밝혀내는 데서 시작하는 나이테의 이야기는 온도와 강수량과 같은 기후변화의 양상, 가뭄이 야기하는 정치적 격변, 제트 기류와 태풍의 영향, 지진의 발생, 방사능과 태양 흑점의 변동, 기후변화가 산불의 주기에 끼치는 영향 등 지구 역사의 추이가 인간 문명에 간섭하는 정도와 영향을 나이테를 통해서 밝혀낸다.

살아있는 나무는 샘플을 채취해서, 죽은 나무와 숯은 유물이나 발굴 현장을 통해 나이테의 간격과 형태를 데이터화 하고 축적해서 지역과 시대를 연결한다.

저자가 벨기에에서 태어나 공부할 당시엔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 뛰어다녀야만 했던, 여성에겐 배타적인 과학계에서도 희소한 전공이었다는 것을 한 단계 한 단계 나이테 연구의 범주를 넓히며 경험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귀기울이게 만든다.

친절하고 정갈하게 설명하면서도 범주를 확장해나감으로 해서 인간사의 곁에서 안팎으로 불가분의 동반자로서 자연을 이루는 나무, 숲, 생태계의 심대한 규모와 역할을 일깨워 준다.

저자는 나무 나이테, 연륜연대학의 한계를 숨기지 않는다.

그리하여 지질학, 인류학, 역사학, 화학, 기상학 등 여러 학문과의 교류와 각국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계속 강조하는 것은 자연을 추적하는 이 이야기가 비단 인간만의 일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의 소통이라는 거대한 화두이며, 우리가 누구누구라는 것과 상관없이 나무와 나이테를 알고 있다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지적하는 듯했다.

p295 - 이때부터 핵폭탄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나이테나 호수 퇴적물과 같은 생물학적이고 지질학적인 기록 보관소에 영구적이며 추적 가능한 방사성 표시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 기이한 변화의 죄는 인간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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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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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46 - 다른 어떤 나라에서 금융 위기가 시작되고 뉴욕의 어느 은행이 파산하자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어느 조그만 도시에 사는 남자는 모든 것을 잃었다.

12월 30일,월세 6500크로네를 구하지 못한 은행강도가 총구를 들이민 은행은 마침 '현금 미취급 은행'이었고, 화들짝 놀라 은행을 나와 얼떨결에 들어간 곳은 '오픈하우스'가 진행중인 아파트 한 집.

집을 보러온 사람들은 출산예정 부부, 리모델링 후 재판매를 노리는 부부, 할머니, 부동산 구경이 취미인 금융인과 이들의 중개인.

각자의 분야(?)에서 강하게 살아온 인생고수들 앞에서 한껏 주눅든 초보 강도는 급기야 눈물을 흘리는데...

먹고 사는 건 왜이리 힘들고 뻔뻔해져야 하는지, 작은 마을의 부자(F&S) 경찰은 또 왜이리 순박한지, #스톡홀름신드롬 의 나라는 역시 달라도 다르다는 인상을 남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진행, 고전 추리물의 서술트릭과 소소한 반전 거리가 틈틈이 녹아있으며, 따뜻한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는 저자의 천성 같은 게 느껴진다. (물론 그게 천성만이겠는가, 노력하며 찾아낸 삶의 방향이기도 할 것이다)

처음 읽은 배크만의 책이다.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빌어먹을 금융위기, 정신질환, 소수자, 편견, 세대차이 등을 마주하며 서로의 간극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과는 별개로 동화 같은 긍정의 하모니가 완전하게 받ㆍ아ㆍ들ㆍ여ㆍ지지만은 않는다.

그러니까... 초보 강도나 경찰 부자의 허술함, 2008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연쇄적인 어려움을 끈끈한 호의의 연대로 넘어가자는 #allforone #oneforall 의 메시지가 지나치게 환상적이고 매끈하게 진행된다.

저자가 작중에서 말하듯이, 우울증 약의 약성은 우울감뿐만 아니라 행복감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는데, 소설이 일관된 긍정으로 진행되면서 대체로 저자의 의도에 무뎌지게 된다. 상황을 복구하고 극복하는 데 의의가 있지는 않다. 호의가 불운과 불행을 덮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p.s. #오리엔트특급살인 이 반전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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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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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8 성다영

공원에는 4년째 오디와 함께 노는 강아지 친구들이 있고, 흙과 바람이 있고, 동물들의 흔적이 있다.​



여성 시인 10인의 생활 건강.



기분이 박해지고 술을 마시고 반려 동물과 함께 지내며 고구마를 구워 먹다가 엄마와 목욕탕을 더이상 다니지 않게 된 사연과 경매장의 그림들이 건강과 무슨 상관인가 의문이 들다가도, 이 모든 이야기가 저자들이 건강할 수 있고 건강할 수 없는 이유들로서 전개된다는 데서... 아! 이것은 실로 시인들의 에세이가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p65 이소호

잠결이었고, 담당 편집자 A 씨가 "건강......"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건강을 이렇게 슬픈 의미로 전치하는 시인들의 에세이를 모은 출판사 담당 편집자 A 씨가 느꼈을 아득한 기분을 생각하는 것은 어쩐지... 힘없는 웃음이 피시식 피시식 나면서 머리를 벽에 기대게 만든다.



p.s. 신기할 정도로 아무도 코로나를 얘기하지 않는다. 텔레파시로 엮여서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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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이 뿜뿜 솟는 50가지 방법
쓰카모토 료 지음, 박재영 옮김 / 이지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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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핵심은 물리적인 환경, 시선이 닿는 곳이나 손이 닿는 곳, 자신을 둘러싼 배경에 목표하고자 하는 것(입시, 자격증, 외국어, 운동 등)을 배치해서 긍정적인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라는 조언이 첫째요, 목표와 업무를 ¹세분화하고 ²기록해서 작은 단계들로부터 자기효능감을 얻도록 노력하면 끝내 이루리라는 것이 둘째다.



저자는 공부를 거의 포기하려던 고2의 찰나에 정신을 차리고 지역 명문인 도시샤 대학을 지나 캠브리지에서 심리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글을 보면 귀국 이후 입시와 자기계발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듯하다.



저자 자신이 짧은 기간 좋은 효과를 본 노하우를 소정의 심리학 이론을 곁들여 50개의 장으로 구성했는데,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차근차근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어, 나도 이렇게 하는데'라고 생각이 드는 방법들도 꽤 있다.



노력과 노력에 바로 집중만 할 수 있는 형편이 따로 존재한다는 데 까지 생각한다면 너무 비관적이기는 한데, 그냥 내가 그런 불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됐다. 노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 대가가 완연하게 드러나는 환경은 공평하지 않다.



p.s. 종종 의욕 자체가 싫어지는 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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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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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2 - 백인 여자 판사는 한정자에게 집행 유예 5년과 400시간의 지역사회 봉사, 500달러의 벌금형을 내렸다. 일주일 뒤, 그 판사는 한 남자에게 금고형 30일을 선고했다. 개를 발로 차고 때린 죄를 지었다고.

미리엄, 그레이스 자매의 엄마, 이본이 한인 마켓의 주차장에서 총격을 당한다. 이본의 한국 이름은 한정자.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두순자사건 의 그 두순자다.

에이바 매슈스는 동생 숀과 이모인 실라 할러웨이의 집에서 자란다. 사촌인 레이와 동갑인 에이바는 피아노에 재능있는 학생이었고 활기차면서도 영악한 데가 있는 학생. 이야기는 사촌 레이가 10년형을 마치고 출소한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두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과 일상, 일상과 사건이 서로 교차하다가 ㅡ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본이 피격당한다.

p394 - "당신들이 아무 노력도 없이 위로받으려고 하는 행동이죠. 뭔가 바꾸고 싶다면, 우린 놔두고 정말로 '뭔가'해 봐요."

소설은 인과응보, 눈에는 눈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듯하면서도 그 파장이 미치는 분명한 지점들, 이본의 두 딸과 에이바의 이모, 동생, 조카들을 두루 쫓아다닌다.

동시에 어디에서나 관찰하는 듯한 백인의 계층적 시선 – 언론, 판사, 경찰 – 의 무분별함은, 마치 무관한 듯 서사를 판단하는 내게도 미친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점거와 지배, 해방과 이주의 순서가 복합적으로 엮인 교차성에 관한 사변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에이바의 동생 숀 매슈스가 소설의 끝에서 '뭔가'를 하라며 지르는 소리가 박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사건이 끝나지 않고 여전히 가능해선 안 되는 방식으로 여전히 변주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의집이대가를치를것이다 #스테프차 #stephcha #이나경 #황금가지 #yourhousewillpay #미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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