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존감을 폭발시키는 10초 습관 - 유난히 잘 풀리는 사람들의 비밀, 메타인지
사토 유미코 지음, 신희원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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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답으로 바꾸어가는 것은 물론 당신이다. 인생의 주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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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자존감이 참 낮았었다. 불편한 상황이나 처음 겪는 상황에 놓이면 항상 뒤로 물러나 우물거렸다. 그런 반면, 자존심은 하늘을 찔러서 괜한 오기를 부렸었다. 남을 누르고 올라서야 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라 착각하며 살던 시간들이 있었다.

 

어릴 때야 그러려니 하던 이런 점들이, 나이를 먹고 나니 좋지 않아 보여 고치려고 무단히 노력을 했다. 자존감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어보기도 하고, 스스로가 제일이라 다독여도 보았지만 바닥 아래 내달은 자존감을 높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높이려할수록 스스로 더 못나 보이는 마법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자, 외려 모든 걸 놓고 싶은 생각이었다. 스스로가 그렇다는 걸 인정하고 내가 나라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긴,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자존감을 높인다는 그 숱한 책들이 발간되고 교육 강좌가 열리지는 않았겠지.

 

 

메타인지 능력이란 자신을 또 하나의 자신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제어하는 능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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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 자존감을 폭발시키는 10초 습관’에 따르면 자신을 바라보는 메타인지 능력이 높아지면 하늘을 나는 새처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으므로 자신이 발전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더 발전할 자신의 미래까지도 믿을 수 있다. 따라서 자신과의 관계를 잘 쌓을 수 있다고도 한다.

 

글로 쓴 말들이야 사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객관적으로 나를 꾸준히 바라본다는 일은 녹록치 않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먼저 보호한다. 아파질 상황에선 가장 먼저 자기를 감싸기 때문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바라보며 상처 날 자신이 안쓰럽다. 그래서 행하기 전부터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행하기 전에 지레 집어먹은 겁으로부터 파생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물러서면 언제나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이 책이 알려준 대로 이제부터라도 스트레스로부터 도망칠 곳을 마련하고 조금씩 객관적인 나에게 익숙해진 다음,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나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그래도 내가 나라서 참 다행인 느낌을 받았다.

그래, 이제는 할 수 있다. 해보자, 10초 습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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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화창한 중년입니다
사카이 준코 지음, 이민영 옮김 / 살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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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순수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던가. 그리고 이렇게 순수한 그녀도 이십 년 후에는 나처럼 되어버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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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 단지 삶의 경험들이 쌓여가는 시간의 축적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사람의 삶에 있어서도 소중한 '첫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시쳇말로 어른들이 '나이 든 사람 이야기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할 때조차도 그들이 이미 다양한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을 체득하고 있는 완성형이라고만 생각을 했지, 우리에게 말하는 자신의 그 숱한 경험들이 사실은 그들도 태어나 처음 겪은 일들이 쌓인 축적물의 집합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으레 나는 어른이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어떠한 일이든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이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처음 해보는 일들이 많고, 가끔은 그런 첫경험 속에서 풋내기 같은 실수를 할 때가 더러 있어 못내 속상한 참이었다.

 

더욱이 며칠 전 팀장님으로 부터 싫은 소리를 들었던 터였다.

 

- 팀장 : A야. B대리 출산휴가 갔으니 네가 대신 기성고 작성해서 제출해라.
- 나 : 기성고 작성을 인수인계받긴 했는데 아직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 팀장 : 임마. 니가 들어온 지 몇 년차인데 그런 거 하나 못하냐. 나이도 있고하니 눈치껏 B대리 작성한 거 보고 대충해서 올려.
- 나 : 안 그래도 지금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얼른 작성해서 제출하겠습니다.
- 팀장 : 그거 뭐 어려운 일이라고 공부까지 하냐, 임마. 다른 할 일도 많은데.

 

팀장님 본인이야 일전에 그런 업무를 해보았으니 그 일이 별 거 아닌 거 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내게는 서른일곱 인생을 통틀어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옆에서 누가 자세히 알려준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 떠난 빈자리를 대신 메꿔야하는데 반해 인계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였다. 답답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억울한 '첫경험' 때문에 나는 적잖이 풀이 죽어 있었다.

 

'이런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걸까?'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 '지금 나는 화창한 중년입니다'는 인생 후반에 겪게 되는 신선한 '첫경험' - 혹은 다시 마주하게 된 재경험이라도 나이가 들어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 혹은 기억 속에서 잊은지 오래된 경험- 들에 관한 기록이다. 하지만 그 순간들을 우울하거나 연장자로서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 애써 무게를 잡아야 한다고 호통치며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않는다.

 

저자 역시 절대 입을 것 같지 않던 거들을 사서 입고, 이사를 한다는 목적으로 최첨단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며, 오래쓰던 작업용 컴퓨터 대신 맥북을 사서 사용하는 등, 그간 익숙했던 것들에게 이별을 고하며 익숙치 않은 것들에게서 다소 쫓기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겪는 일들로 부터 파생하는 생격함들을 잘 극복하며, 그것을 이겨내는 자신을 조금은 뿌듯하게 여겨도 된다는 투의 가벼운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몹시 긴장된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 자체가 아주 오랜만에 경험하는 일이다. 그랬다. 나는 그런 ‘첫 경험’에 굉장히 서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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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겠지만 처음 무엇인가를 한다는 건 생경하고 어색한 일이 맞다.

 

나이가 들어가며 그 감각을 잊고 살고 있었는데, 그 어색한 설레임이 이 책에 실려있어 너무 좋았다.  그것도 서른 중반에서 후반으로 치달아가는 - 혹은 중반의 시작 문턱에 서 있는 - 지금의 내가 느끼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놓듯 적힌 구절구절들이 와닿았다. 책 중반 쯤 나오던 '몇 살이 되건 생일을 맞는 나이는 ‘태어나 처음’이다. 마흔다섯 살도 내겐 처음 겪는 일. 열 살,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이 되기 오 년 전부터 항상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와 같은 문장들 말이다.

 

아직 남은 생을 통틀어 여전히 처음 겪어야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음을, 그리고 그것을 오롯이 가슴으로 느끼며 어색해하는 일이 그다지 놀랄 일도, 창피할 일도 아님을 이 책은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동질감을 통해 모난 가슴에 살짝 위로도 받았다.

 

그렇다.

 

나이가 많건, 적건 누구나 처음 겪는 일들은 분명히 있다. 또한 해보지 않은 일을 잘 할 가능성은 아무래도 적다. 이제는 그걸 인정하고 첫경험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여전히 그 일이 손에 익지 않는 어색한 나를 위로해주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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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 온 순간들
서늘한 지음 / 늘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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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하다는 이유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차마 전하지 못한 말들입니다. 이제는 아무리 용기를 내어 전하려고 해도 전할 수 없는 말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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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며칠 전 친구에게서 너의 소식을 들었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었지만, 우린 이미 안녕을 고한지 8개월하고도 2주가 지난 상태라, 그 소식을 전한 친구에게 난 애써 씁쓸한 마음을 숨기고 괜찮은 척 이야길 했어. 꽤 오래되었다고 하더라. 여전히 드문드문 생각나는 너 때문에 힘이 들때도 있었던 내가 갑자기 조금 초라하게 느껴진 순간이기도 했어.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너에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그간 내가 너에게 잘 해주지 못 한 만들을 많이 해주길 바란 순간이기도 했어.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 정말 우연하게 멀리서 너를 봤어. 여전히 밝은 미소로 사람들을 향해 맑게 웃어주는 너를 보니, 이제 정말 괜찮아지더라. 정말 너와 난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제는 조금 나도 편안하게 뒬돌아 웃을 수 있게 되었어. 이것 역시 덕분이야.

 

그동안 고마웠어. 미안했고 그리고 사랑했다.


B. 어버인날을 맞아 오랜만에 부모님 댁에 갔어. 간 김에 하룻 밤 지샐 요량이었지. 인사를 드리고 부모님과 식사를 마치고 들어선 내 방은, 십 여년간 주인을 잃어서 그런지 휑하고 낯설었어.

 

사람의 온기라고는 없었지만 여전히 잘 정돈된 방을 보니, 괜한 감정이 올라와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어. 그러다 책상 서랍장에 있던 낡은 사진첩에서  너의 사진을 발견했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네가 누군가를 찾듯 끼옹끼옹 우는 사진이었어. 엄마를 찾던 거였는나? 아니, 어쩌면 밥을 달라고 하던 때였는지도 몰라. 한창 어미 젖을 물고 있어야 할 시기에 단 돈 몇 만원에 우리 집에 왔거든, 네가. 그런 너를 친구들은 잡종이라고 놀렸지만 그래도 난 네가 좋았어. 양쪽 귀가 달랐지만 내 말이면 어디서든 쏜살 같이 달려와주던 너. 어정쩡하 다리 길이와 몸통 때문에 소형견도, 그렇다고 중형견으로 구분하기가 애매했지만 나에게만은 언전네 응석받이 어린 꼬마가 되던어 내 볼을 핥아주던 너. 그 어떤 강아지보다 주인을 향한 충성심과 사랑이 남달랐던 너를 말이야.

 

그런 네가 아버지와 산책을 나갔다가 목줄이 풀린 줄도 모르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다가 차에 치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던 날. 난 밥을 먹다 꺼억꺼억 울며 밥알을 삼켜야 했었지. 재대로 된 사랑 한번 해주지 않고 받기만 했었는데, 그런 순간들이 떠올라 너무 힘들었어.


그렇게 또 아침이 밝았고, 아침마다 내 머리맡으로 다가와 나를 깨워주며 인사를 해주던 너의 인사를 더 이상 받지 못하고, 그런 너를 아파트 공원에 묻으며 내가 먼저 안녕을 고하던 날, 나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렸어. 그런 너를 잠시 잊고 살았는데, 네 사진을 보자 그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안녕, 잘 지내지? 잘 먹고 잘 지내고 행복하게 꽃길만 걸으렴. 착한 나의 동생이었던, 나의 사랑아.

 

 

이별은 똑같지 않다.
누군가와 이별하는 것은 그 사람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이별은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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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안녕 :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 온 순간들'은 우리가 말하는 안녕이라는 말의 이중적 의미에 의의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 산문집이다.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때 외치는 '안녕'과 이별의 고할 때 읊조리는 '안녕'을 두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있음을 이야기하며, 그 만남과 헤어짐의 중간에 항상 '안녕'이 있음을 되짚어준다.

 

하지만 소재를 단순히 애정적 이별과 만남에만 한정하지는 않는다. 동생이나 친구 등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은 이별을 이야기하며 그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한 선택 기로에서 놓아야 할 것 -이별의 안녕-과 그것을 통해 새로 얻을 수 있는 것-새로운 안녕- 과 같은 안녕의 순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더불어 만남과 이별을 날씨에 비유하여 봄의 안녕과 겨울의 안녕을 통해 어떤 시간적 순간에도 분명 만나과 이별이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당연히 애정적 문제의 이별과 만남을 고할 뿐이라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한 순간이었다.

 

사실 우리에겐 생각보다 많은 이별과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안녕의 순간이 있음을. 그리고 그런 순간들을 통해 단단해지고 강해지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긴 호흡으로 책을 읽지 못 하거나, 어떤 이별에 대해 숨이 컥컥 막힐 만큼 힘들어서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픈 책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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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슈타인 클럽의 비밀 - ESCAPE BOOK
이반 타피아 지음, 윤승진 옮김 / icox(아이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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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독자 여러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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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방탈출을 좋아하는데다, 근래에 출시괸 방탈출 형식의 보드게임을 직접 사서 해볼 만큼 추리식 게임을 즐기는데, 방탈출 테마를 기반으로 하는 소설이 나왔다고 하여 읽어보았다.


방탈출이 시간 내 정해진 미션들을 완료하여 방을 빠져나가는 것이 메인 미션이라면, 이 책은 60분이라는 시간을 두어 주인공을 미로에서 탈출시켜야 한다. 방탈출에서 사용하는 짧은 스토리들을 독자들이 이해하며 진행할 수 있게 소설 형식으로 풀어썼다.


사회자가 미로 시스템에 법적인 문제는 없느냐고 묻자 아나스트가 내놓은 대답은 설상가상이었다. 그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 침입자는 감옥으로 가고 나는 법정에 서겠지요. 하지만 한 번 해볼 만한 게임입니다. 저에게는 업계 최고의 변호사들이 있으니까요.

전반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주인공은 28세의 탐사전문기자 칸델라 푸에르테스이다. 그녀는 세계 경제를 무너뜨리려는 반슈타인 클럽의 무서운 음모와 그 곳의 장인 아나스트 세스터의 비리를 밝히고자 한다. 그녀는 스스로 아나스트가 만든 함정 안으로 들어가, 그곳이 얼마나 썩어있는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각 스토리는 3~5페이지 분량으로 되어 있으며, 바로 뒤에 이어 나오는 미션은 1~2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이 책의 첫 번째 재미가 있다. 수수께끼를 풀면 단순히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답이 제시하는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이다. 즉, 방탈출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미션들을 탈출하게 되면 우리의 주인공인 칸델라를 구하게 되고 무사히 방탈출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는? 답이 해결될 때까지 풀어야 하는가?


두 번째 재미는 바로 이것이다. 보통 방탈출을 하면 2개의 미션을 물어보고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가끔 장기자랑을 하고 1개의 힌트를 더 얻을 수 있는 곳도 있긴 하다- 이 책 ‘반슈타인 클럽의 비밀’도 힌트가 제공된다. 각 문제들 뒤에 적힌 페이지로 가서 힌트를 제공 받거나 QR 코드를 이용하여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원하는 형태로 트를 취하여 문제를 풀면 된다. 다만 힌트의 개수가 무한대로 가정되어 있는 점은 다소 아쉽다. 본인이 몇 개까지 힌트를 줄지 스스로 정할 수는 있지만, 그게 얼마나 지켜질지의 문제도 다소 의문이긴 하다. 도서로 된 탈출 형식의 게임의 문제라고나 할까. 이건 앞으로 이런 형식의 책이 더 출간된다면, 좀 더 고민해봤으면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점을 차치하고, 이 책이 주는 세 번째 재미는 바로 경제상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방탈출의 경우, 로맨스, 공포, 스릴러 등 장르의 다양성이나 재미적인 측면은 충분하지만 정보 제공이나 상식을 제공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짧은 시간 안에 문제 해결하고 방을 탈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니 문제를 어떻게 꼬아서 사람들에게 더 재미를 줄까하는 말초적인 내용에 힘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이 책은 지식 제공에도 힘을 쓴다. 내용을 풀어내고 미션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안에서 신문을 통해 알게 된 경제 문제들을 불쑥 튀어나온다. 그런 상황에 더 빠져들어 책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사실 제 시간에 우리의 주인공 칸델라를 미로에서 탈출시키지 못했다. 책의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거니와 항상 친구들과 방탈출을 함께 하며 문제를 풀었어서 그런지 혼자서 풀어내는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시간제한을 좀 더 주었으면 나은 결과를 맞이하였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울 뿐.


자, 이제 당신 차례다. 


방탈출을 좋아하거나, 좋아하는데 시간이 없어 직접 가지 못하거나, 혼자 노는 걸 즐기거나, 새로운 재미를 찾는 당신. 당신이 이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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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립공방
북노마드 편집부 지음 / 북노마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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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빨라졌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빨라진 건 아니에요. 따라가지 못해서 뒤쳐지는 사람도 있고, 자진해서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고, 빠름을 원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사람도 있을 거에요. 각 자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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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이 지금과 같이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얻기 전, 그곳은 아기자기한 작은 독립공방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낡아 빛이 다소 바랜 한옥 아래 위치한 작은 공방들이 각 각의 색을 가지고 내뿜는 에너지를 참 좋아했다. 창을 터서 밖이 보이게 만들어, 안에서 무언갈 골똘히 만드는 사람들의 진지한 표정을 볼 때면, 별 다른 재주가 없음에도 불구, 나도 언젠가 저런 가게 하나 가지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했다.

 

모든 것이 빨라지고 바빠지고, 대형화되는 요즘 시간을 들여 무언갈 적게 만들어 내는 곳.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한 그 장소가 참 특별해 보였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죠. 어떤 일이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돼요. 나만의 것을 세워나갈 때 실패와 후회를 줄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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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우리, 독립공방’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다듬어가고 있는 청춘들이 만들어 낸 12곳의 작은 공방들의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느림과 철학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아직은 작은 공방에 불구하지만 브랜드화 시키고 조금 더 커지길 희망하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길 한다. 또 누군가는 그 느림의 우아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가오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으로 인한 새로운 매체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이야기 한다.

 

아날로그적인 옛 것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며, 자신만의 미래를 그린다. 과거를 잇고, 현재를 그리며, 미래를 생각하는 젊은 청춘들의 이런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었다. 혼자 공방을 꾸리는 이들도, 협업을 해서 분담을 하는 이들도, 각 자의 사정을 가지고 각 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삶의 능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손 맛나고 아날로그적인 물건을 만들고 수집하는 건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숨 쉬는 취미생활 같은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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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마따나 독립 공방의 현실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부분일 것이다. 짧은 시간 인기를 얻어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어느 프렌차이즈 가게들처럼 독립공방들도 홀연히 생겨났다가 으스러져간다고 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나아가되, 경제적인 부분을 메꿀 여타의 수단을 마련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에서는 단순히 공방을 열어보고 싶다던 나의 생각이 얼마나 허망하고 쉽게 바스러질 꿈이었는지 생각하게끔 해주었다.



사회적 문제는 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본래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간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저는 계속 나아가는 내가 되고 싶어요. 그런 내가 모여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방이란 세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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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자신의 공방을 열고픈 이들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규모 창업이나 가게를 열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 같았다. 더불어 바쁨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요즘 우리들에게는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나아가는 느림의 미학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되돌아 볼 여유를 주기에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동 중에 읽어도 될 만큼 전체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불구, 각 가게의 이야기마다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책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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