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립공방
북노마드 편집부 지음 / 북노마드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세상이 빨라졌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빨라진 건 아니에요. 따라가지 못해서 뒤쳐지는 사람도 있고, 자진해서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고, 빠름을 원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사람도 있을 거에요. 각 자 달라요.

-
익선동이 지금과 같이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얻기 전, 그곳은 아기자기한 작은 독립공방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낡아 빛이 다소 바랜 한옥 아래 위치한 작은 공방들이 각 각의 색을 가지고 내뿜는 에너지를 참 좋아했다. 창을 터서 밖이 보이게 만들어, 안에서 무언갈 골똘히 만드는 사람들의 진지한 표정을 볼 때면, 별 다른 재주가 없음에도 불구, 나도 언젠가 저런 가게 하나 가지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했다.

 

모든 것이 빨라지고 바빠지고, 대형화되는 요즘 시간을 들여 무언갈 적게 만들어 내는 곳.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한 그 장소가 참 특별해 보였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죠. 어떤 일이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돼요. 나만의 것을 세워나갈 때 실패와 후회를 줄일 수 있어요.
-
이 책 ‘우리, 독립공방’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다듬어가고 있는 청춘들이 만들어 낸 12곳의 작은 공방들의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느림과 철학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아직은 작은 공방에 불구하지만 브랜드화 시키고 조금 더 커지길 희망하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길 한다. 또 누군가는 그 느림의 우아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가오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으로 인한 새로운 매체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이야기 한다.

 

아날로그적인 옛 것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며, 자신만의 미래를 그린다. 과거를 잇고, 현재를 그리며, 미래를 생각하는 젊은 청춘들의 이런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었다. 혼자 공방을 꾸리는 이들도, 협업을 해서 분담을 하는 이들도, 각 자의 사정을 가지고 각 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삶의 능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손 맛나고 아날로그적인 물건을 만들고 수집하는 건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숨 쉬는 취미생활 같은 거에요.
-
그들의 말마따나 독립 공방의 현실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부분일 것이다. 짧은 시간 인기를 얻어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어느 프렌차이즈 가게들처럼 독립공방들도 홀연히 생겨났다가 으스러져간다고 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나아가되, 경제적인 부분을 메꿀 여타의 수단을 마련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에서는 단순히 공방을 열어보고 싶다던 나의 생각이 얼마나 허망하고 쉽게 바스러질 꿈이었는지 생각하게끔 해주었다.



사회적 문제는 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본래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간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저는 계속 나아가는 내가 되고 싶어요. 그런 내가 모여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방이란 세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
이 책은 단순히 자신의 공방을 열고픈 이들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규모 창업이나 가게를 열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 같았다. 더불어 바쁨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요즘 우리들에게는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나아가는 느림의 미학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되돌아 볼 여유를 주기에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동 중에 읽어도 될 만큼 전체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불구, 각 가게의 이야기마다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책이었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