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열린책들 세계문학 82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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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리뷰


향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최고의 답이 아닌 최고의 물음을 던진 작품으로 보인다. 향수에서는 두 가지의 큰 측면에서 미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듯하다. 우선 미적 판단을 단순히 시각적 감각에 대한 판단에서 후각적 감각에 대한 판단으로 바꾸고 또한 시각적 감각자료에 대한 판단이 미적 판단이 아니라 미적 판단에 의한 시각적 감각의 재구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또한 진 선 미의 가치 서열의 체계를 무너뜨리며 모든 가치의 등가성 혹은 미적 가치의 절대성으로 전복시켰다.

우리가 보는 것은 보이는 그대로 있는 것일까? 혹시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자체가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단순한 해석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른바 니체의 인식론적 관점주의로 봤을 때, 세계는 단순히 우리의 힘의 의지가 생산한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다. 향수에서는 우리가 시각 자료에 대한 판단으로 여겨왔던 미적 판단에 대해서 새로운 시점을 제공한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사실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것이다. 향수에서는 후각적 자료의 해석이 사실은 아름다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가장 의존하는 시각에 그 가치를 종속시킨다. 그럼에도 사실은 여전히 후각적 가치에 의해서 선 판단된 미적 대상을 우리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대상으로 재정립하는 것이다. 오직 주인공만이 이 사실을 안다는 것에서 아름다움과 감각의 연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은 때로 성적인 것으로 때론 천박한 것으로 그 가치가 격하되어 항상 진리와 선이라는 가치 다음에 놓였다. 아름다운 여인이 죄를 저질렀다면 처벌을 받을 것이며 건장한 청년의 입에서도 여전히 거짓이 도사린다. 오히려 착한 사람을 아름답다고 말하며 지적인 사람에게도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허용하는 듯하다. 진리와 선은 아름다움을 내포하며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만 아름다움은 진리와 선을 능가하거나 포함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향수에서는 아름다움(여기서는 후각적 감각에 의해서 야기되지만)이 선뿐만 아니라 진리까지도 왜곡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등장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좋은 향수를 몸에 두르자 성직자들은 성적으로 타락했으며 재판관은 무죄를 선고하며 주인공에 의해서 피살된 딸의 부모는 그를 용서한다. “그는 살인을 했을 리 없다.” 사실 판단에 앞선 미적 판단이 내린 결론이다.

시각은 흔히 3차원적이라고 불린다. 보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이 입증하듯 인간의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후각은 더욱 단순히 1차원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전히 향기가 남아있음에도 후각은 금새 익숙해져 그 존재를 알 수 없게 된다. 아름다움을 후각적인 무언가로 환원시키고 그 가치를 격상시키는 비상식적 행동들이 미에 대한 상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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