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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평점 :
얼마전 'Mamihlapinatapai' 라는 단어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로 꼽히는데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이면서도 자신은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해서 상대방이 자원하여 해 주기를 바라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하면서도 긴급하게 오가는 미묘한 눈빛'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단어를 설명한 글에 누가 '조장하실분?' 이라는 댓글을 달면서 더 유명해졌네요. 언어는 한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써온 만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어서 언어를 알면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 같아요.
'파리에서 만난 말들' 의 저자는 20년 넘게 프랑스에 살면서 우리나라와 프랑스를 오가고 있습니다. 긴 시간만큼 프랑스어 역시 한국어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할텐데 이 책은 프랑스어 단어에 숨어있는 프랑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식사를 하면서 술을 곁들이는 반주 문화가 있지만 주로 나이 많은 할아버지들이 드시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프랑스에서 Apero(아페로)는 밥을 먹기 전에 마시는 술로 달콤한 칵테일이나 가벼운 알콜 음료네요. 아페로는 남녀 상관없이 즐기는데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면서 서로 마음을 터놓고 편하게 대화를 하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회의를 하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때도 있는데 아페로 한 잔 하자고 하면 다들 얼굴에 미소를 짓게 된다고 하니 아페로가 가지는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네요. 취하도록 마시는 것이 아니라 서로 편하게 대화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면 적당한 술은 삶에 활력이 되지 않을까요.
프랑스에서는 1789년에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혁명을 일으켜 왕정을 무너트렸습니다. 이후 다른 나라에도 자유, 평등, 박애 정신을 전파하면서 이전의 왕정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공헌하였네요. Solidarite(연대)는 프랑스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1936년 총파업에서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파업이 있었는데 파업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생겨나는 불편에 불만을 표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힘을 합쳐서 권리를 지켜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대가 노조 활동가나 운동권에서 자주 쓰이면서 소위 '불순분자' 들의 단어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프랑스에 오래 살면서 연대를 직접 경험했을 저명한 지휘자도 연대라는 말에 편견을 가진 것을 보면 씁쓸한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프랑스 시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합치는 단어가 되면 좋겠습니다.
말은 시대를 반영하면서 끊임없이 바뀌고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단어로 대박, 킹, 갓(God) 등이 있습니다. 좋은 일이 일거나 나쁜 일이 있거나 깜짝 놀랐을 때에도 대박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네요. 킹이나 갓 역시 많은 단어들을 대체해 나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어에서는 Du coup(뒤 쿠)라는 단어가 그렇다고 합니다. 수십개의 표현 대신 뒤 쿠 하나가 쓰이고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보통 짧고 쉽게 말하다보니 일상 생활에서도 그러한 표현들을 쓰게 되는 것일까요. 단순히 재미로 쓸 수도 있겠지만 대박이나 뒤 쿠를 쓰다보면 다른 많은 표현들 자체가 사라질텐데 언어는 사람들의 사고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바른 언어를 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저자는 프랑스에 오래 사는 동안 프랑스어를 쓰면서 직접적으로 느꼈기 때문인지 단어 하나하나를 통해 프랑스의 역사, 사회,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네요. 책을 읽다보니 프랑스에 관심이 생기는데 한번 프랑스와 프랑스어도 공부해봐야 겠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001/pimg_723468153403542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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