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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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부의 결혼 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남녀가 나와 며칠을 같이 지내면서 서로를 알아간 후 짝을 맺는 형식의 프로그램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는 나오는 사람들이 이혼한 사람들만인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혼을 하면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겼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만나서 같이 살다가 서로 맞지 않으면 헤어지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서재 결혼 시키기' 라는 책을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결혼 이후에도 각자의 책장을 유지하다가 드디어 하나로 합침으로써 결혼을 완성하였네요. '서재 이혼 시키기' 는 서재 결혼 시키기와 반대되는 결말이 아닐까 한편으로 걱정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프랑스인과 결혼해 파리에서 수십년 동안 살고 있습니다. 문화와 언어가 같은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경우도 수십년 동안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갈등이 나타납니다. 태어난 나라가 다르다면 이러한 간극은 더 클 것입니다. 저자는 결혼 초반에는 책장을 같이 쓰다가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해지면서 서재를 나누기로 하였네요. 책을 나누다보니 수많은 책들 중에서 겹치는 책이 수십권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취향이 달라서 서로 보완하면서 살아올 수 있었던게 아닐까요. 아무튼 서재를 나누는 것만으로 끝났으니 다행(?)입니다.

가족을 나타내는 말 중에 식구가 있습니다. 식구(食口)는 한자 그대로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이네요. 어릴때는 아침이나 저녁을 가족과 함께 먹었지만 이제는 따로 살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녁 역시 약속이 있으면 밖에서 먹네요.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따뜻한 밥을 가족과 함께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저자도 낯선 타국에 살면서 일가친척이 없어 더 외로울텐데 파리에서 새로 꾸린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식구' 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네요. 책을 읽다보니 주말에 한번 시간을 내서 부모님과 같이 밥을 먹어야 겠습니다.

마음 붙이고 살면 고향이라는 말처럼 그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일도 많았을텐데 이제는 파리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생겼으니 그곳이 고향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 들르는 것은 여행이 되고, 파리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집에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골 동네 가게에 가면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보면서 챙겨주는 이웃들도 생겼습니다. 저자는 즉흥적으로 하는 편이고 남편은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서로 충돌이 있기도 하지만 남편과 가족,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 앞으로도 파리에서의 재미있는 이야기들 기대해 봅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시야나 생각도 달라질 것입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을것 같지만 지금은 저자의 에세이 하나하나를 공감하면서 책을 읽었네요. 찾아보니 이전에 펴낸 에세이들도 있는데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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