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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집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한 권 쯤은 있을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나 지리는 무척 재미없었던 반면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우리나라 문화유산들은 무척 아름다우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졌네요. 이후 우리나라 시리즈 뿐만 아니라 북한, 일본, 중국 등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읽었습니다. 가끔 여행지에서 같은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눈인사를 하기도 했었네요.
그동안 답사기나 미술을 소개하는 책들은 많이 내었는데 이번에 나온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에서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답사기로 유명하면서 문화재청장도 지냈는데 그동안 삶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였네요.
담배를 피운 적은 없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뭔가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마음이 불안정할때 담배 한 대를 피우면 차분해지면서 생각이 정리된다고 합니다. 저자 역시 담배를 피우다가 나이가 들기도 했거니와 점점 애연가들이 눈치를 받고 담배를 피울 장소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담배를 끊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북한으로 답사를 가게 되었는데 백두산 정상에서 북한 안내원이 권하는 담배를 사양하기 어려워 다시 피웠다고 합니다. 담배를 끊기 위해 마지막 담배 한 대 피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담배 경험이 없음에도 그동안 담배에 대한 고마움과 아쉬움이 잘 느껴졌네요.
미술사를 전공하면 그림, 서예, 도자기 등 많은 작품들을 보게 됩니다. 고려청자는 비취색이 무척 아름답고 화려한데 조선백자는 오히려 투박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고려의 기술이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명맥이 끊어지고 퇴보한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선백자는 보면 볼수록 그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하네요. 하얗고 둥그런 모습 때문에 달항아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이를 모티브로 해서 성화대를 만들었으며 세계 유수의 박물관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 중 하나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과거 선조들은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남겼지만 우리 세대는 100년 뒤에 국보나 보물로 지정이 될만한게 있는지 안타까워 하는데 발전의 논리에 밀려서 수십년만 지나도 과거의 것은 파괴하고 갈아엎다보니 문화적으로는 더 빈약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살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인생의 행복 중 하나일 것입니다. 책 뒷부분에서는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주례를 섰던 리영희 선생과의 인연이 기억에 남네요. 리영희 선생은 한창 좌와 우로 나뉘어 싸우고 있을때 전환시대의 논리, 8억인과의 대화 등을 저술하면서 사람들에게 사상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혼인 서약서에 '나라를 위해 공헌' 한다는 구절이 있는데 나라에 줄을 긋고 '사회' 라고 바꾼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 있네요. 모진 고문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대화' 등의 책을 펴낸 것을 보면 진정한 인생의 사표로 여겨질만한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책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나와있어서 재미있었네요. 최근에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지 않았었는데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한번씩 가까운 곳부터 다녀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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