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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진주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유럽의 민주주의는 수백년에 걸쳐서 천천히 발전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일본 점령기가 끝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수십년에 불과한데 그동안 대통령제에서 잠깐 내각제로 바뀌기도 하였고 초기에 부정 선거가 많아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습니다. 쿠데타, 대통령 암살, 체육관에서 간접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거쳐 최근에는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평화적인 촛불 시위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네요.
왕정을 무너뜨린 프랑스 혁명은 프랑스 뿐만 아니라 주변 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유럽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는 이렇게 모인 군중들의 심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왕정 국가로 왕의 권력은 신에게서 받았다고 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왕과 귀족들을 지탱한 것은 일반 시민들이었는데 점점 수탈이 심해지면서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렀네요. 결국 시민들은 무기를 들고 일어나 바스티유 감옥을 공격해서 점령하였고 이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 왕정이 무너졌습니다. 대의와는 달리 이 과정에서 군중들은 이성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혼자였으면 하지 못했을 일도 군중이 만들어낸 뜨거운 열정이 감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성을 잃고 지배층을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쟁취하였지만 과정을 보면 군중의 심리는 통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같네요.
이러한 군중의 특징은 나라나 문화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리가 독일인이나 이탈리아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른 것처럼 이러한 사람들이 모인 군중 역시 동일한 양상을 나타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다른 자연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왔고 그동안 만들어온 문화나 언어 역시 다르기 때문에 후대로 갈수록 학습을 통해 이러한 영향을 받아들이면서 점점 차이를 보여주고 있네요. 인류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심리가 있는 반면 저마다 다른 특징도 있는데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차이를 파악하는게 지도자의 역할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의 히틀러와 나치는 이를 활용한 최악의 사례입니다. 당시 독일은 전쟁에서 패해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고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히틀러는 군중의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하도록 하면서 결국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이성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히틀러를 지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히틀러에 동조하게 되었고 군중 심리와 만나 광적인 지지와 복종으로 바뀌었네요. 적절히 군중 심리를 활용하면서 나라를 발전시킬 수도 있지만 지도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Psychologie des Foules' 로 말 그대로 군중 심리입니다. 하지만 번역해서 나온 책의 제목은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로 바뀌었고 군중 심리는 부제처럼 보이네요. 군중 심리라고 하면 가치 판단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라고 하면 군중은 부정적인 존재가 되고 사람들이 군중으로 모여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군중 심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이러한 군중을 통해 역사가 발전해온 만큼 원래 제목인 군중 심리를 살리는 것도 좋을것 같아요. 군중의 심리에 대해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