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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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서로의 필요 때문에 우리가 만났던 것처럼, 또 어느날 서로의 필요 때문에 우리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p.142)

최근 한 임플란트 회사의 감성광고를 보며 많은 공감을 했었다. '아~해봐'라며 자녀의 이빨을 살피고 실로 묶어 이빨을 빼주셨던 그분.. 작은 이빨 하나에도 감격하기도 하고 눈물흘리기도 하셨던 그분.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다. 
그러나 이제 나이들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다빠진 이빨을 드러내고 계신 그분, 어린시절 그분들이 그렇게 우리의 치아에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그분들의 치아에 관심을 가지자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내 자녀들에 대한 생각만큼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나지 않는다. 자녀에게는 용돈이 부족할까봐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부족하지 않은지, 어려운것은 없는지 물어보면서도 정작 부모님께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라는 책은 저자 이상운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88세에 병석에 눕기 시작해 92세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들로 나이드신 부모님을 병간호 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을것이라는 것은 얘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되리라 본다.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분들도 인간인지라 힘든 환자를 잘 돌보려고 하지 않을 뿐더러, 저자의 아버지처럼 일반 가정집에서 돌보아야 할때는 얼마나 더 힘이 들지 상상이 된다.
그러다보니 저자도 아버지의 간병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어려움들과 간병인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 여러장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간병인들의 대부분이 여성들이고, 매우 괴롭고 힘든일이며 대가나 사회적 평가도 좋지 못한게 현실이다. 여성들의 3D직종중 하나라고 해도 좋을 정도라는 그의 이야기에 공감이 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하는 분들을 존경할 수 밖에 없다. 남의 똥오줌을 치우는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매일 매일 온전치 못한 분들과 하루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데... 가족들도 돌보기 어려워 간병인을 쓰는데, 한번도 본적없고, 관계도 없는 환자들을 만나 돌보아야 하는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것도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아버지와 함께 했던 일들을 기록하며 알려주는 장애진단및 요양원에 대한 정보들, 환자들과 간병인에 대한 소소한 정보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결국 우리 주변에도 나이든 부모님들이 계시다보니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저자의 어려움 속에서 견뎌왔던 간병의 시간들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아버지는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내가 그렇게 해 놓은 게 아니냐고 소리친다. 그 장치를 대단히 모욕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성기라는 말도 입에 올린다. 왜 자신의 성기에 그런 것을 달아놓았느냐고 외친다"(p.144)

'아버지'라는 이름 만으로도 두렵고 높아보였던 아버지. 
자녀에게 그분의 모든 수치까지도 드러내 보여야 할때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저자의 아버지도 소변주머니가 자신의 몸에 달린것을 깨닫고 얼마나 화가 나셨을까?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 그것도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야만하고, 권위를 세워야 할 자녀들에게 수치스럽기까지 했을 그 순간들..

딸들보다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님께 더 많은 것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정작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때는 나몰라라 하는 오늘의 아들들, 그중에서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나에게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한 생각,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책이었다.

"태아처럼 다리를 한껏 오므리고 온몸을 웅크린 채 모로 누워 잠들어 있는 피폐한 늙은 얼굴엔 언제나 깊은 피로와 고독과 고통이 어려있었다. 그런데 시신의 얼굴에 ㄴ바로 그런 것들이 사라지고 없었다"(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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