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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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역사란 우연을 가장하여 때론 치밀한 각본을 만들어내기도 한단 말이야. 그 두 사람의 만남이 동서양 문화사에 위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을 보면.”(p.265)


“천민이 재주가 뛰어난들, 천민이 발명품을 만들어낸들 그것은 모두 양반네의 것이지. 나처럼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타고난 이 는 노력할 필요가 없다. 너 같은 천한 놈이 아무리 나를 따라올려고 해도 세상이 허락하지 않아. 천한 종놈이 분수를 알아야지. 나를 원망하지 말고 세상을 원망해라.”(p.288)

“이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전하.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저를 알아주는 주군이 있는 조선에서 마지막 재주를 발휘 하고 싶습니다. 이역만리에서 홀로 떨어져 살다보니 이제는 몸도 마음도 지쳐 가옵니다. 전하, 전하, 보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불 러만 주신다면 뛰어서라도 조선으로 달려가고 싶사옵니다.”(p.453)
 
"장영실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르네상스에 영감을 불어 넣었던 위대한 천재 과학자였다. 왜 우리는 유럽의 과학자를 달달 외우고 존경하면서 이처럼 위대한 우리의 과학자는 잊고 지내는가."(p.519)

책을 읽기전에는 정말 '루벤스'가 누군지도,  '한복입은 남자' 라는게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책을 읽으면서 이게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의 스토리가 너무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읽어보지 않았으면 말하지 말기를..)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정말 '루벤스'라는 화가가 그린 '한복입은남자'라는 그림이 있었다. 사실 이게 완전 소설인줄 알았기 때문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브에 있는 켓티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데, 경매금액만 6억 8천만원이었다니 그림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정말 대단한 그림이긴 한가보다. 그래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자가 묘사하고 있는 것 그대로였다. 어떻게 이런 그림이 유럽에서 그려질 수 있었지?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의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며 읽다 보니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사건이 더 긴장감도 있고, 박진감도 느껴졌어요. 

'한복입은남자'는 그냥 소설정도가 아니었다.  저자 이상훈은 마치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현대의 방송국 PD로 일하는 '진석'이라는 인물. 그는 '루벤스의 한복입은 남자'에 대한 다큐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찾다가  의복전시관에서 '비차(비행기) 를 보게 되는데 그것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기 설계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탈리아 교환학생인 '엘레나'라는 여인에게서 '비망록'을 받게 되고 그 속에 쓰여진 내용들을 오랜 친구 '강배'를 통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 비망록은 한자, 옛한글, 이탈리어등이 섞여 있었는데, 이야기는 비망록을 조금씩 해석해가면서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다시 현대로 나오기도 하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시간여행을 하게 해준다.

비망록속에서 '장영실'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측우기와 해시계등을 발명했던 조선시대의 역사적 인물, 바로 그였다. 노비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백성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너무 너무 아름다운 장영실. 그렇기에 그와 마음이 맞은 세종대왕과 그와의 스토리, 또 공주와의 사랑이야기 등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이 책이 드라마로 나온다면 정말 히트가 될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된다.

얼마전 한국 최고의 천재였던 김웅용 이라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에서 보게 되었는데, 세계 아이큐 10위안에 든다는 그분도 '천재'라는 꼬리표로 인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이야기하셨다. 우리나라는 역시 천재가 살기에는 너무 힘든 나라였던가?
책속의 장영실을 시기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가 겪었을 수많은 아픔들이 느껴지는 듯했다.

어느날 역사에서 갑자기 사라진 장영실의 이야기가 이 비망록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그는 '정화'의 배를 타고 세계곳곳을 누비게 되고 그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지만 저자의 수많은 고증들과 증거들이 신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역사의 조각 조각들을 맞추어가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약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책을 손에 펴면 끝날때까지 읽는것을 멈추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가제본 도서를 PDF 로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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