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힘겨운 당신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 상처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최광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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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던 관계에서 발생한 갈등은 

어느 날 갑자기 차아온 것이 아니다.

이미 그 불행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던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관계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어야 한다. p.14"


코로나가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것이 외출을 하지 못하고 하루의 대부분의 생활을 집에서 해야한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좋은점이 많았다.


그동안 서로에게 소홀히 했던 부분들도 생각나고, 대화시간도 길어졌다. 밥을 함께 먹기도 하고 TV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달, 두달이 아니라 6개월, 1년이 넘어가면서 곳곳에서 작은 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로에게 감추어져있던 부분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가족들, 유튜브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늦잠을 자고 빈둥빈둥거리는 자녀들의 모습이 서서히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면서 원치 않았던 다툼과 갈등이 일어났다.


'관계의 심리학'은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유와 갈등의 해결방법을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관계의 심리학'의 저자 최광현교수는 한세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 가족상담학 주임교수이자 트라우마 가족치료 연구소장이라고 한다. 저서들도 '가족의 발견','가족의 두 얼굴'등 '가족'에 대한 책들을 저술했고, 트라우마 가족치료 보급과 함께 관계 안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항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러두기'에 의하면 본 책은 '2020년 1학기 한세대 '가족상담'의 실제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저술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용이 어려운단어가 많지 않고 쉽게 잘 풀어서 설명되어 있어서 누구나 편히 읽을 수 있다.


결국엔, 소통!!


"말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각설탕이라고 합니다. 어느 한 기수가 각설탕을 손에 올려 말에게 내밀었습니다. 여기까진 좋았어요.그런데 말이 보니까 기수의 다른 손에 채찍이 들려 있는 거예요. 순간 말은 혼란에 빠집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하죠. '각설탕을 먹으라는 건가 아니면 먹지 말라는 건가? p.44"


한국 학생들이 질문을 잘 못하는 이유도 이것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기자들에게 질문을 하라고 했는데,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질문할게 없을텐데..라고 생각했으니.


우리는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것 같다. 흔히 듣던이야기였는데, 이게 소통문제였었네....


'그걸 질문이라고 하니?' '그런걸 꼭 물어봐야 아니?' '뭔 그런 쓸데없는걸 물어봐! 공부나 해'


저자는 트라우마를 '상처'라고 이야기하며, 상처중에서도 '소화되지 않은 상처'라고 얘기한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잊으려 해도 해결하려 노력해도 용서하려고 애를써도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외상, 즉 트라우마라는 것이다.(p.59)



가족은 그런면에서 서로를 참 쉽게 생각한다. 내 말을 다 이해해줄거 같고, 내 감정을 다 받아줄거 같아서, 너무 편해서 쉽게 말하고 쉽게 화내고, 쉽게 큰소리 친다. 그런데 그런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그 상처가 소화되지 못한채 쌓이고 싸여서 결국 소통을 막아버리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우리 가족들과 주변의 가족들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불행한 가족 관계를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성인이 되어서도 과거의 경험때문에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형성하게 만든 부모와 가장 닮은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서 악순환의 굴레속으로 뛰어든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어떤분이셨는지, 어머니는 어떤분이셨는지, 내 형제자매들은 그때 어떻게 반응했었는지를 곰곰히 되돌아보며 책을 읽게 된다. 현장에서 강의를 들었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희생양 찾기-꼬리자르기, 마녀사냥, 문제아


"한 집단 내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단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희생양은 오랜 기간 인류가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해결 방식으로 원인을 찾고 해결해 나가는 긴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한다. p.114"


'관계의 심리학'에서 가장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이 바로 '6강-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 '희생양'이라는 부분이었다. 부모들이 자녀들 앞에서 흔히하는 말, 행동들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있을때는 부부간에 말과 행동에 얼마나 조심해야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특히 부부사이의 갈등때문에 자녀들이 '희생양'이 되어 자존감이 낮아지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는 부모는 없을텐데, 자신도 모르게 '부모역할을 하는 자녀', '친구역할을 하는 자녀', '가족상담사역할을 하는 자녀', '부모의 우상', '귀염둥이 역할' '부모의 배우자역할'등 수많은 광대역할, 코미디언 역할을 하고 있는 자녀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이제 아이들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냥 들리지 않고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만는다.


해결 중심 테라피


"사실 진짜 해답은 비언어적인 것에서 관찰됩니다. 그런데 서양인들은 언어적인 면이 중요하기 때문에 언어에 집중하죠. 저는 언어가 안되니까 비언어적인 소통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거예요. 아마 밀턴 에릭슨도 저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겠지만 뛰어난 관찰력으로 적절한 보상을 받은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p.219"


'밀턴에릭슨?' 책을 읽다가 그에게 관심이 많이 간다. 인터넷 서점을 뒤져서 그의 책 몇권을 찾아보았다. 의료최면과 가족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라고 한다. 특히 그의 '우회대화법'에 관심이 많아진다. 아이들도 공부하라고 하면 공부하기 싫고, 게임그만하라고 하면 게임하고 싶어지는 것, 밀턴에릭슨은 이것을 활용하여 상대의 마음속 장벽을 건드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마법같은 대화법으로 유명하다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어진다. 저자는 이런 마법같은 에릭슨의 사례를 몇개 소개하면서 '강의 줄기를 바꿀뿐'이라는 그의 말을 소개한다. 이것을 해결중심 테라피라고 하는데, 그의 기법과 아이디어를 사회구성주의 이론과 접목시켜 조금 더 메뉴얼화한 이론이라고 한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꿈으로써 변화의 시작도 가능하다는 것인데, 결국 내가 어떤 시선으로 지나간 과거 속에서 내 모습을 바라 볼 것인가에 따라 나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프레임'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즉,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하기 위해서 기존의 선입견,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역지사지'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마지막의 이 문장이 관계의 핵심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가 매일 매일 만나는 가족, 너무나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가족들도 사실 숨기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닌척, 안그런척, 괜찮은 척 하는 부분들이 참 많은것 같다.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봐, 또는 상처가 되지 않을거 같아서 했던 수많은 말과 행동들, 결국 가족간의 수많은 문제들, 갈등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역지사지'의 마음이 아닐까?


이 책은 가족간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분들, 자녀들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특히 부부간의 갈등속에서 상처입은 분들에게 추천해 본다.


#관계의심리학#상처#가족상담#최광현#가족치료#밀턴에릭슨 #관점의변화




"한 집단 내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단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희생양은 오랜 기간 인류가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해결 방식으로 원인을 찾고 해결해 나가는 긴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한다. p.114"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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