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 사실과 당위에 관한 철학적 인간학
로레인 대스턴 지음, 이지혜.홍성욱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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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수 세기 동안 철학자들은 자연에는 어떠한 가치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자연은 단순한 사실이며, 그 '사실'을 '당위' 로 바꾸려는 인간 행위의 강요나 투영을 받아들일 뿐이라고 본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스위스 알프스의 눈사태나 미국의 허리케인을 보도하는 신문은 '자연의 복수' 라는 표현을 머리 기사로 실었다. 
 
자연은 인간 평등의 보증자로서 인간을 해방하기 위해, 인종주의의 근간으로서 인간을 노예화 하기 위해 ~ 
 
그렇다면 
왜 자연의 도덕적 공명은 완강하게 지속 되는가? 
 
자연은 모든 것이 너무나도 교묘하게 고안돼 있기 때문이다, 
 
수천 년 동안 자연의 권위는 다양한 명분을 지지하는 데 동원되었고,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는 매우 많은 형태로 비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짧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읽고 있는 동안 내 뇌 속의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몰입해서 읽는다고 사실 머리에 지가 날 지경이었다. 
 
오랜만에 현대 과학 사학자의 거장 로레인 대스턴의 글을 읽고 있으려니 자연과 연관된 철학적 논의들 앞에서 나의 무지가 속속들이 드러난다. 
 
저자는 자연의 질서로부터 도덕적 질서나 사회적 질서의 모델을 찾으려는 시도의 역사를 비판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이루어졌지만 논문적 성격을 가진 학술적 담론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하나의 큰 명제 앞에 다다른다.
대체!
자연이란 무엇인가? 
 
뱀의 본성은 무엇이고?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이러한 것이 우리가 마음 속에 그리는 자연이다. 
 
이 책에서는 자연을 특정 자연과 지역적 자연, 보편적 자연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자연에는 수많은 의미가 겹겹이 존재한다. 시대와 맥락에 따라 자연은 우주의 모든 것, 또는 태생적인 것, 자연발생적인 것, 토착적인 것, 물질적인 세계 등 
자연에 관한 복잡한 의미를 역사적으로 추척 한다면 끝이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나의 짧은 식견으로 이 책의 광범위한 의제들을 모두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지, 이 책은 자연으로부터 도덕이나 법의 기초를 끌어 내려던 많은 시도를 비판하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는 여성의 열등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자연을 소환한다.
아이스토텔레스는 자연이 남녀의 차이를 보이는 식의 생명체로 만들었다고 하면서 남자와 여자를 비교하고 그러한 성향의 차이를 자연에 의존한다. 
 
책의 저자는 물론 여성이다.
여성의 지성을 폄하하기 위해서 자연을 사용하는 여러 사례들에서 그 가설들을 정당화 하려는 역사적 논쟁들에 대한 반발적 사고를 충분히 책에 담아내고 있다. 
 
특정 자연은 '개는 충실한 동물이다'라고 할 때 연상되는 자연이다.
지역적 자연은 한 지역의 생태계를 다른 지역의 생태계와 구별해 주는 자연이다.
자연법칙은 보편적이고 신성해서 손상될 수 없는 규칙이다. 
 
저자 대스턴은 인간이 만든 어떤 것보다 자연이 다양하기에, 우리가 원하는 종류의 모든 질서를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자연은 인간이 만든 인공물이나 문화의 다양성을 훨씬 뛰어 넘는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규범을 지지하는 질서를 자연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자연과 도덕의 본질은 무척 다르지만,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규범을 논할 때 자연에 의지한다.
그러나 저자는 규범이나 자연이나 신이 아니라, 인간의 몸에 기반한 이성에서 출발해야 함을 제안하면서 책의 결론을 마루리한다.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왔을 때 어렴풋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시사적인 면을 조금 인지하게 되지만 여전히 나에겐 어려운 책이었다. 
 
한번 쯤은 이런 지독한 명제 앞에 자신의 사고를 몽땅 주입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도덕의 자연화에 대한 철학적 탐구라고 해야 할까? 
 
이 정도의 인식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과학철학자의 생각을 따라가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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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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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대학과 대학원 제자들의 종강
그리고 기말고사 문제 출제, 각 기관의 강의 마무리 등
한 해의 마지막을 분주히 마무리해야 될 시점에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장편 소설책 한 권을 잡게 되었다. 
 
일에 파묻혀 살면서 나에게 주는 가장 큰 보상이 책 읽는 시간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일상의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내 주위의 모든 풍경이 정지된 느낌을 받는다. 
 
일주일을 예정하고 잡은 책인데 4일 만에 완독 했다. 
 
13세기 고려시대 말!
몽골의 지배를 받던 우리 민족은 말이나 모피 같은 물품과 함께 고려의 여인을 공물로 바쳐야 했다.
고려 귀족 가문이 몽골 지배층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딸을 타국에 공녀로 보냈다.
공물로 여인을 바치는 악습은 조선 시대까지 이어져 와서 몽골이 멸망한 이후 명나왕조때에 와서도 힘없는 나라 조선은 전쟁을 막기 위해 11세~18세의 소녀들을 명나라에 공녀로 보냈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의 처녀들을 끌고 가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고 1337년 '이곡'이 원나라의 몽골 황제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소설을 착안했다고 한다. 
 
당시 딸을 낳으면 타국 공녀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딸의 존재를 숨기고 키웠기에 가까운 이웃조차 이웃의 딸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사절이 와서 조선 제일의 미녀를 차출 하기 위해 집집마다 뒤져서 공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던 시절 딸을 보내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조선의 아버지들은 일부러 딸의 얼굴에 칼 자국을 내고 뇌물을 바쳐 사절의 탐욕을 채우고 자신의 딸을 대신할 누군가를 보내기 위해 험악한 일들을 자행했다. 
 
이야기는 1426년 조선, 13명의 소녀가 제주의 숲 속에서 사라진 슬픈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에서 제일가는 수사관이었던 민종사관은 제주 숲에서 사라진 처녀들의 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제주로 갔지만 행방이 묘연해 지고 그의 딸 민환은 1년이 지난 시점에 아버지의 죽음을 통보 받는다.  
 
민환은 어느 날 복선이라는 여자가 보낸 불에 탄 아버지의 사건 일지를 전달 받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민환은 남장을 하고 제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는다.
제주!
민환에게 제주는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다.
또한 그곳에는 신 내림을 받은 동생 매월이 무당인 노경 심방과 함께 살고 있는 곳이다.
 
민환의 기억은 과거로 돌아가 있다. 5년 전 아버지는 고집스러운 동생 매월의 버릇을 고쳐준다는 명목으로 매월을 제주 숲에 버리고 오고 이후 매월과 민환은 기절한 상태로 숲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날 서현이라는 여자의 시체가 제주 숲에서 발견된다. 
 
민환이 제주 노원의 노경 심방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또 다시 현옥이라는 소녀의 시체가 숲에서 발견되고 그곳에서 술 꾼 유선비를 만나게 된다. 
 
아버지를 찾아 사건 일지를 적어가며 추적해가는 민환의 행보가 아슬아슬하면서도 감동적이며 이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있던 동생 매월과의 감동적인 연대가 이어진다. 
 
책의 저자 허주은은 책 머리에 동생과의 화목하지 못했던 10년 간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가 단지 역사적 슬픈 사건을 들추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독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것은 민환과 매월 자매의 화해의 모습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 내림을 받은 동생을 두고 제주를 떠나 목포에 정착한 민환과 매월은 5년 간 편지로 간간히 소식을 주고 받았지만 5년 만에 만난 이들 자매 사이에는 많은 오해가 얽혀있다. 
 
민환이 제주 옛 집에서 만난 아버지를 닮은 문총장과 그의 딸 채원~ 
 
아버지의 단서를 찾아 떠나면서 마침내 발견한 아버지의 시체와 범인의 단서가 되는
#안개 와 #노을 이라는 단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 전개는
주말 하루 200 페이지 분량의 담은 뒷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4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 한 권을 완독 하게 한다. 
 
2차 세계대전 #위안부 라는 이름으로 팔려갔던 한국 여인의 아픈 역사는 이보다 훨씬 이전 시대에 공녀라는 명칭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나가는 순간을 목격하며 분노하고 감동 받는 두 가지의 감정이 교차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교훈과 함께 자매의 끈끈한 화해의 장면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가는 자매의 연대와 따스함이 있어 이 소설은 더욱 빛난다. 
 
민환은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목포로 돌아가지 않고 제주에 남는다.
사랑하는 동생 매월과 함께 삶을 함께 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소원대로 두 딸은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집으로 가야지" 
 
마지막 민환이 매월에게 한 대사가 오래도록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이라! 
 
아름답지만 스산한 풍경이 책을 읽는 내내 펼쳐진다.
강대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인간 조공 문화!
자기 딸 만을 보호하려는 아버지가 희생양으로 선택한 위험 !
민환과 매월 자매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조선 시대 사대부 집안에서 배웠던 의무와 속박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를 선택한 주인공~ 
 
세계가 먼저 주목한 K 스토리!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부드러운독재자 #사라진소녀들의숲 #허주은 #미디어창비 #역사소설 #소설추천 #독서 #독서모임 #책 #서평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 #독후감 #장편소설 #소설 #역사 #포브스 #미스터리 #미스터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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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의 비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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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값의 비밀~ 
 
고상하고 형이상학적인 #미술 을 가장 세속적인 #돈 으로 풀어낸 이야기? 
 
양정무 교수님의 그림 값의 비밀이 새롭게 태어났다.
국내에서 미술사 관련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고 흥미롭고 유익하게 풀어내는 분이라 
양정무 교수님의 신간이 나올 때 마다 빠지지 않고 보고 있는 독자 1인으로서
이번의 책도 역시나 ! 기대를 져버리지 않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교수님의 책을 여러 권 읽은 경험으로 이 책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아주 쉽게 이해하며 읽어나간다. 그동안 교수님께서 풀어내신 이야기들과 연결을 이루며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간 시간이다. 
 
미술의 작품 값은 어떻게 결정될까? 
 
작품의 제작 원가가 작품 값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하루 아침에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르는 미술품에 특별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 
 
이 책을 잡으면서 내가 궁금했던 모든 부분이 책 속에 다 녹아있어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미술이 단순 노동이 아니라 작가라는 인간의 영혼과 열정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작가의 창의성과 역량이 작품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영국 부자 500인의 리스트에 들어가는 현대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제작 과정에서 300년 된 실제 해골과 총 1,106캐럿의 다이아몬드 8,601개를 사용 하는 등 제작비만 36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이 작품은 900억원 정도의 가격에 거래되었는데 여기서 제작비용이 판매가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중개 수수료와 세금 등을 공제 하여도 최소 작가는 400억원의 수익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이라도 좋은 컬렉터와 아트 딜러가 없이는 좋은 작가가 나올  수 없다. 즉, 좋은 컬렉터와 아트 딜러 없이 미술 값이 크게 오르는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의 컬렉터와 아트 딜러들이 국내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을 아끼지 않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어주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램에 나도 1표를 행사한다. 
 
요즘 신문 칼럼으로 미술 인문학을 쓰고 있는데 인상주의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모네의 글을 쓰면서 이야기가 잘 풀어지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힌트를 얻는다.
모네가 말 년에 시력을 잃어가면서 제작한 대형 작품 '수련'의 연작을 보고 있으니
양정무 교수님의 해석과 함께 내가 그동안 모네의 작품 #수련 에서 느꼈던 것 이상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10 여 년 전부터 양정무 교수님의 책을 통해 미술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1년 넘게 지역 신문에 미술사 이야기를 기고하고 있다. 
 
그동안 연재한 분량이 제법 되어서 한 권의 책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요즈음~
이 책이 또 많은 힌트를 주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tv를 통해 보았던 영국작가 위다의 소설을 1975년 쿠로다 요시오 감독이 TV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했던 '플랜더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가 마지막까지 보고 싶어했던 그림 루벤스의 대작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가 걸려져 있는 벨기에 안트베르펜 대성당이 역사상 최초로 아트페어를 주도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자화상으로 유명한 렘브란트의 34세의 자화상과 63세 때의 자화상을 비교해 보며 그가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배경을 통해 작품의 변화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몰락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 벽화를 그리기 위해 4년 동안 천장에 매달려 작업을 해야 했던 미켈란젤로의 집념과 투지에는 절로 숙연해지는 순간도 느끼면서~ 
 
고흐가 좋아했던 해바리기 그림 속에 네덜란드의 '바니타스 정물화의 전통이 스며있다는 사실도~
만개한 꽃 속에 죽어가고 시들어가는 해바라기가 있었다는 것을 다시 보게 된다. 
 
즉, 만개한 꽃은 언젠가는 시들어가고 죽어간다는 찰나와도 같은 인생을 은유하고 있는 이 그림은 삶의 유안함에 대한 경고가 담겨져 있다. 
 
요즈음은 미술시장에 NFT라는 디지털 토큰이 등장하면서 NFT를 통해 고가의 미술품을 조각으로 나우어 소유하는 문화가 생겼다.
그러나 과연 작품의 실물이 사라지고 NFT형태로만 존재하는 작품의 가치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영국의 데이미언 허스트는 2022년 10월 그림 1만점을 실물과 NFT로 묶어 세트로 판매한 후 구매자가 원하면 실물을 소가하는 퍼포먼스를 펼쳐보였는데! 
 
디지털 아트의 진정한 완성을 표방한 이 실험으로 NFT의 가치는 시험대에 올랐다. 
 
오늘날 미술 현장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는 미술 시장에서 주인공은 작가와 컬렉터다.
이 책을 통해 미술 시장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간접 경험하게 된다. 
 
#부드러운독재자 #그림값의비밀 #양정무 #아트테크 #미술 #경매  #그림 #책 #독서 #독서모임 #책추천 #에세이 #미술에세이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인문학 #글쓰기 #책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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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은 사양할게요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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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은사양할게요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무대에 선 기분이다. 
 
아주 사소하고 소박한 꿈을 품는 것과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원대한 꿈을 가지는 것 중 뭐가 더 나은 걸까? 
 
오를 수 없는 나무를 목 빠지게 올려다보며 비참해지는 것 보다는 사소한 꿈을 어렵게
나마 실현하고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훨씬 더 이로울지도 모른다. 
 
스물 여섯 살의 조연희~ 
 
학창시절 연극배우를 꿈 꾸었던 그녀는 연극과는 관계없는 '출판사' 라는 낯선 곳에 사회생활의 첫 발을 들여다 놓고 그 톱니바퀴 속에서 자기 일이 아닌 듯 불평 불만으로 가득한 나날을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다. 
 
적성에 맞지 않아 당장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싶지만 다음달 결제할 카드 값과 매달 나가는 달세가 그녀를 계속 현재의 자리게 머물게 한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일 밖에 모르는~
일과 결혼한 것 같은 팀장의 지긋한 잔소리와 요령껏 피해 다니며 적당하게 회사생활을 해 나가는 그녀의 직속 상사 성대리의 이중 하모니는 사회초년생이 맞닥뜨린 세상을 더욱더 황폐화 하게 하지만 그녀는 오늘도 여전히 회사에 출근해서 그녀의 자리를 지킨다. 
 
 어느 곳에도 없는 그녀의 자리에 그나마 위안이 되어준 거래처 스튜디오의 권실장! 
 
그러나 그에게는 오래전부터 사귀던 애인이 뉴욕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시는 보지 말자, 너 같은 쓰레기랑은 이제 진짜 끝!" 하고 결별을 통보한다. 
 
그러나
'카메라가 포착하는 것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며 사진이 지닌 힘이 얼마나 큰가'를 강조하는 권실장 곁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어려운 일만 있으면 그를 떠올린다.  
 
학창시절 같이 연극 동아리에서 연극을 했던 친구 장미와 다가오는 공연 준비를 하며 
 
'연극이 내 삶 속으로 깊이 틈입해버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며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던 스무 살 어느 여름날의 기억은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린 현실! 
 
출판사에서 부록과 함께 출시되었던 책이 홈쇼핑 런칭으로 대박을 치는 것도 잠시,
책과 함께 판매 되었던 부록 제품에서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와 함께 부록 제품을 사용한 어린 아이들에게 부작용 발생 민원이 접수되면서~ 
 
제품의 리콜은 물론 전 출판사 직원이 대 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위기에 놓이게 되는 시점에~
학창 시절 연극 동아리 활동 후 사회에 나와서도 유일하게 연극 무대를 떠나지 않았던 장미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장미의 인생에 한 가닥 빛이 될 것을 예고했던 공연 작품의 주연 배우 k의 데이트 폭력 문제로 연극 공연이 잠정 중단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어지는 푸념들~ 
 
"어떤 사람이 싫어지고 피하고 싶어지는 건 그 사람이 내게 나쁘게 굴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야. 
그 사람이 나의 무언가를 계속 건드리기 때문에.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싫은 거야.
나는 네가 불편해. 
장미야, 당분간 나 에게 연락하지 마. 이만 끊을께." 
 
회사에서 얼키고 설킨 사건으로 그녀의 자리에 대한 보장의 확신도 흔들리는 시점에 걸려온 친구 장미의 전화에 연희는 짜증을 내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하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비극의 본질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친구 장미는 성북동 옥탑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연극에서 어떤 대사 한마디가 극중 인물의 인생 전체를 지배하듯이,
어떤 말은 내뱉는 순간부터 강한 힘을 지니게 된다.  
 
 어떤 슬픔은, 어떤 울음은, 속수무책으로 통제 불가능하다.  
 
친구를 챙기지 못한 죄책감에 온몸이 짓눌리는 느낌을 느끼며  그녀의 주검을 확인하러 가는 옥탑방 계단에서 연희는 몇 번이고 휘청거린다. 
 
 불량품 부록을 끼워서 판매하자고 제안했던 본부장은 회사 윗선의 빽으로 살아남고 회사를 위해 일 밖에 몰랐던 팀장은 모든 사건의 책임을 스스로 지고 사퇴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거짓으로 퇴장(권고 사직인데 이직이라고 거싯말)하는 성대리의 마지막 퇴장을 아름답게 완성해주는 연희. 
 
스튜디오에서 사직한 권실장 또한 뉴욕으로 떠나고 연희는 그와의 정식적인 이별을 통보한다. 
 
연극 무대에서 공연이 만족스럽게 끝나고 환한 조명 아래에서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범벅이 된 채 번들거리던 얼굴로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 때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연희를 매료 시켰던 연극의 속성이 실제 삶의 무대에서는 잔인한 가르침으로 돌아와서 그녀를 짓누른다. 
 
'꿈을 이루지 못한 나 보다 꿈꾸던 시간조차 지워버린 '나'가 더 싫었다. 
 
실제로 무대에서 실연되지 못하는 희곡이 세상에는 더 많다. 
 
냉혹한 현실이 끝나고 그 고비를 끝내는 순간 우리 삶은 또 하나의 막이 열린다. 
 
깜깜하고 막막한 시간이 지나고 있을 우리 주변의 모든 연희와 장미에게 포기하지 않을 응원을 보낸다. 
 
내 마음이 고단했던 순간 이 책을 읽었다.
내 마음에도 새로운 행복의 기운이 다가오겠지~ 
 
커튼콜은 사양할께요! 
 
#부드러운독재자 #도서협찬 #창비 #커튼콜은사양할께요 #스위치 #장편소설 #김유담 #박수 #감동 #독서 #독서모임 #서평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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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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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크리스마스 타일처럼  이어 붙인 일곱편의 이야기~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연대를 이루며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연작소설의 묘미에 풍덩 빠져서 허우적거렸던 아름다운 날들~ 
 
작가는 세상의 모든 사물 하나 하나에도 의미를 둔다.
책의 맨 마지막장에 작가가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던 사건이나 글들을 남겨두었다. 
 
아~~~~~
작가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구나~
매사의 모든 것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 그 섬세한 감각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로 스며드는구나~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고 다시 현직에 복귀한 방송국 은하작가!
이야기의 소재가 방송국과 관련이 있으려나~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두 번째 이야기 '데이, 이브닝, 나이트' 에서의 혼란스러움 속에!
솔직히 강의 계획서 작성으로 비몽사몽 하는 와중에 책을 읽었던 터라~ 
 
화자는 남자이고 화자가 좋아하는 경은선배는 여자인가?
이런 의문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나왔던 방송국 막내작가 소봄이 
두 번째 이야기 속 화자의 누나로 등장한다. 
 
아하 !!
그렇지 연작소설이지!
그때부터 갑자기 책에 급 몰두해서
세 번째 이야기 '월계동 옥주'에서는 정점을 찍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중국에서 사과를 주고 받는다는 걸 처음 알려준 사람은 예후이였다."  
 
중국이란 공간과 그곳으로 유학을 온 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중국인 예후이에게 중국어 과외를 받으며 시작되는 옥주와 주변 인물들 
 
호숫물을 떠다가 등잔을 밝혔을 정도로 특별하다는 예후이의 고향 후난성의 호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마침내 그들은 여름방학 때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과 사랑은 함께~~~~ 
 
즐거웠던 여행은 야콥과 윤슬과 예후이의 삼각관계? 구도가 생기면서 결국 파국으로 이어진다. 
 
모두가 일정보다 먼저 후난성을 떠나갔지만 옥주는 혼자 남는다.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오기전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옥주는 여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애도한다. 
이제 식구들이 모두 다같이 집에 모일 날은 없고 자신의 스무살 시절과 관련된 많은 이들도 떠나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잃어버린 사람들을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비로소 상실은 견딜 만 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네 번째 이야기 '하바나 눈사람 클럽'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눈의 결정 같은 것,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는 그것이 속수무책으로 쏟아져 내리는 풍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린시절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빠 축사에 문제가 생겨 갑자기 몇 시간 교회에 맡겨진
진희가 그날 교회에서 만났던 소년 주찬성! 
 
그리고 소개팅에서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 로 얘기를 해 두고 싶다. 
 
다시 다섯번 째 이야기 '첫눈으로'에서 다시 방송국 예능 pd 이지민과 소봄의 이야기가 배경을 이루고 그들이 궁금해했던 무슨 음식이든 보기만 하면  전국 어디 맛집 음식인지 단숨에 알아 맞춘다는 맛집 알파고의 정체?
그리고 이지민pd와 맛집 알파고 우현우와의 관계? 등등 
 
크리스마스 타일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스토리가 모여서 하나의 대단원의 장편을 이루고 있다. 
즉, 각자가 완성한 크리스마스 풍경들이 각자의 이유로 탄생되고 쓰여지고 있다.
그들이 기억하는 크리스마의 기억은 각자 다르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의 누나, 누구의 친구, 누구의 과거 옛 연인으로 남아 그들 주변을 맴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새해를 맞이했을 것이다.
작가의  글처럼 풍경의 힘이란 대단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는 어려운 일을 마음 놓고 상의할 수 있는 '통곡의 벽' 이었고
누군가에게 그는 아쉬움이었다. 
 
김금희 작가의 크리스마스 타일은 잔잔한 풍경들이 독자의 마음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가온다.
모든 이야기들이 이어져 각자의 풍경에서 결론을 내리고 상상으로 남아서~ 
 
소설을 읽는 동안 크리스마스의 첫 눈을 생각했다.
상실을 견딜 만 하게 해 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
달콤하고 푸근하고 기다려지는 글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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