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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시집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평점 :
서동시집
괴테의 작품 중 거장의 경지에 이른 시기에
발표한 서동시집
총 12개의 시편으로 구성된 시집을 읽으며
문학과 사상적 측면에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문호의 멋진 언어들과 마주한다.
200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머물 때 괴테의 생가를 여러 번 방문했었다.
괴테의 생애와 작품에 있어 중요한 역사적 장소에서
나는 매번 그에 대한 새로운 존경심에 빠져들곤 했다.
당시 그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빠져있던 터라 그의 흔적들을 따라가며 그의 작품에 심취해
나의 전공(음악)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서동시집이 탄생 하기 전 괴테는 독일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페르시아 시인 하피스의 작품을 읽었다.
그는 하피스의 작품에 매료되어
서양과 동양, 과거와 현재, 페르시아적인 것과 독일적인 것을 서로 연결하고 양쪽의 풍속과 사고방식을 서로 겹치게 하려는 유쾌한 발상을 하게 되는데 그러한 발상이 #서동시집 의 창작 원리가 되었다.
서동시집은 동서양의 만남을 노래하고 있다.
12개의 시편에서 괴테는 자신을 여행자로 간주하여
그곳의 윤리와 관습, 사물들, 종교적 신념과 견해를 보고 즐거워하며, 자신이 무슬림이 되었다는 혐의조차 부정하지 않는다.
또한 '하피스 시편'에서는 괴테 스스로 하피스와 동일인으로 묘사되어 동료 문인으로서의 고백을 다루며 문화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서동시집에서 괴테는 동서양을 오고 가는 여행자다.
그는 다양한 차원에서의 타자 체험, 즉 양극 대립과 화해의 원리를 실험적이고 유희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12개의 시편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읽었던 시편은 시인이 라임을 여행할 때 만난 젊은 여인 마리아네와 나눈 사랑과 이별의 경험을 진솔하게 담아낸 '줄라이카 시편'이다.
마리아네와 괴테 자신을 줄라이카와 하템으로 내새워 사랑의 시를 펼쳐내는 많은 텍스트에서 독자는 그의 천재성에 완전히 몰입 되었다.
줄라이카
태양이 떠올라요! 장관이에요!
초승달이 태양을 껴안고 있고요.
누가 이 둘을 결합시킬 수 있었을까요?
이 수수께끼, 어떻게 설명하죠? 어떻게?
하템
술탄은 그렇게 할 수 있었지요.
그분이 지상 최고의 한 쌍을 혼인시켰다오.
충성스러운 부하들 중 가장 용감한 자들.
선택된 자들을 기리기 위해서지요.
그대가 수천 가닥으로 엮어 준 행복의 오색실을
오, 줄라이카여, 그대로부터 풀어내려면
몇 날이 걸릴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오.......
"세상은 어디를 보아도 사랑스러워요
하지만 시인들의 세상이 가장 아름답네요.
환하게 또는 은빛으로 빛나는 알록달록한 들판에서는
밤이나 낮이나 모든 것이 광채를 발해요
오늘따라 모든 게 장엄해요.
언제까지나 이대로 머물러 준다면!
저는 오늘 사랑의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본답니다."
시를 읽고 있으면 사랑하는 두 연인이 주고 받는 절절한 싯구가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언어의 함축성으로 이루어진 시의 언어가
서동시집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듯 노래한다.
괴테는 서동시집의 시편에서 타자와의 대립과 만남,
그리고 화해로 연결되는 열린 시선, 열린 삶을 동방에서 찾고자 한다.
처음 시집을 펼쳤을 때는 어렵고 난해 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시점에서 부분적 해석이 이루어지니
얼마나 흥미롭고 아름답던지
거장의 언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특히 서동시집에는 괴테 스스로 이질적인 동양의 역사와 문화 등을 잘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 주석과 해설에서 페르시아 시인들의 특성을 시인의 보편적 모습으로 적어나가고 있다.
사랑을 온전히 실현하기는 어렵다.
타자를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사랑이야말로 인간 구원의 길이라는 것을
괴테는 작품을 통해 결론짓고 있다.
괴테의 시는 모든 면에서 철학적 산물로 다가온다.
감각적이면서 동시에 사색적인 그의 시 세계에서
독자는 대 문호의 위대함에 빠져든다.
작품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두 세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방랑자의 시선으로 다양한 증언과 고백을 담아내는 노년의 괴테를 상상하며 한 권의 세계문학과 함께 한다.
이 작품은 약육강식 제국주의의 현실 앞에서 다양한 문화의 공존만이 인류 구원의 길이며, 문화의 본질임을 증언하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대문호의 신념을 문학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들과 마주하고 그의 철학적 사상적 위대함에 심취하는 시간을 지나 통찰의 사색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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