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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사를 만든 세가지 사건 - 1919, 1949, 1989
백영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박사과정 때 서양철학을 공부하다 중국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동양철학으로 박사졸업을 했다. 특히,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과정에서의 중국역사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1966년 8월 8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 지도부의 개혁 정책을 견제함과 동시에 잃어버린 자신의
권력을 되찾기 위한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1인으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전과 이후의 중국
역사가 오늘날 중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보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 가지 사건’은 1919년의 5∙4운동과 1949년의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과 1989년의 톈안먼 운동이라는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오늘날 중국을 개괄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중국현대사 연구자이자이신 백영서 교수님의 중국현대사 연구를 중간 결산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00년의 변혁’과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
저자는 ‘중국공산당은 계속 집권할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는,
중국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두 가지 주요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중국의 100년의 역사를 ‘100년의 변혁’이라는 시각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1919년을 ‘신청년과 각계민중연합의 시대’로, 1949년을 ‘당과 인민의 시대’로, 1989년을 ‘군중자치의 순간’
으로 파악한다.
이 세 가지 사건을 이어주는 표면의 서사는 톈안먼의 상징성(공론장)으로 톈안먼집회는 중국의 ‘민(民)의 결집과 자치의 경험’의 영욕을 상징하는 역사적 공공역으로 이 책을 가로지르는 기본
주제이다.
1919년 5∙4기를 거치면서 ‘운동’이란 신조어가 탄생하고 신청년,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운동의 주체로 그들이 톈안먼에서 형성한 저항의 의례는 중앙정부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의를 대변하는 관행 혹은 운동으로서 정당성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1차대전으로 노출된 유럽문명과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에 더해 신해혁명의 굴절, 곧 공화(혁명)의 위기도 중첩해서 경험했기에 낡은 정치, 심지어 국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이는
개인과 국가의 이분법을 넘어 민주적 집단주체가 사회를 발견
하고 개조하는 길이자, ‘세계적 공리’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은 5∙4기 이래 이어져온 이중과제 수행의 연장에서 공산당이 그 중심이 되어 국가운영을 책임지되 성공한 신민주주의사회의 새로움에 있다. 인민이 반혁명세력을 배제한 혁명계급연합의 사회로 일부 국민이 배제되었지만 국가의 권한 및 정통성을 재고하는 일에 성과를 올린 것이었다.
단지 5∙4운동과 톈안먼민주운동과 확연히 다른 특성은 농민의
참여다.
1989년 톈안먼은 다시 저항의 장소로 청년, 학생, 지식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개혁, 개방에 대한 욕구 상승과 중국혁명과
사회주의적 과거로부터의 ‘사회주의적 민주’에 대한 이중층
적 가치 구현을 위한 저항운동이었다. 신자유주의 확산에 대응한 사회주의 몰락과 개혁과 개방 이후 중국 국내 차원의 변화가
중첩된 결과이다.
톈안먼은 “하늘의 명을 받아 나라와 백성을 평안히 다스린다.”는 오랜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은 개인이 하늘을
본받아 혁명적으로 각성하고 실천하는 민주적 집단 주체성으로 덕치(德治), 정치(政治), 도치(道治)가 어우러진 한층 더 확충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나아가야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전문적인 중국사 연구 성과와 담론을 담고 있지만,
교양 독자층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중국의 역사를
개관함에 있어 전문적 지식의 이해와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나 각 사건을 다룸에 있어 주요 쟁점의 심화와 동아시아사로의 확대를 꾀함으로써 단계별 이해에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 제대로 알지 못했고 왜곡되었던 오늘날 중국의 모습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