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말하지 않는 것들
임우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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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말하지 않는 것들 
 
몇 년 전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의 '짓기와 거주하기'란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책에서 세넷은 빌(ville)과 시테(cité)라는 프랑스어 두 단어로 도시를 나누고 물리적으로 지어진 도시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며 만드는 경험에 대한 철학적 서사를 펼쳤다,
당시 나에게 그 책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도시'는 짓는 이와 사는 이가 함께 고쳐 가는 미완성의 열린 작품속에서 '공존'을 배우게 된다는 생각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이후 건축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었다.
유현준 건축가의 '어디서 살 것인가', '공간의 미래' 등을 읽으며 건축은 시대의 정신과 정치를 가장 피할 수 없이 반영하는 예술이라는 사실도 인지했다. 
 
역사적으로 건축의 주문자는 늘 왕, 교회, 국가, 기업 같은 권력이었다. 무엇이 지어지는지를 보면 누가 힘을 쥐고 있었는지가 드러난다. 
 
또한 건축물은 피할 수 없는 공공성이 있다. 그림은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지만, 건물과 도시는 그 안에서 사람들의 행동과 관계를 직접 조직하며 공존한다.  
 
무엇보다 기술과 경제의 한계가 그대로 새겨진다. 철근콘크리트, 엘리베이터, 유리 커튼월 같은 기술이 없었다면 현대 도시의 모습은 불가능했다.  
 
책 속에는 임우진건축가의 다양한 고민이 반영되어있다. 그가 자신의 장르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많은 사유를 하는지 역력히 드러난다. 
 
언제부턴가 건축은 그 시대의 역사적 산물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건축계의 민낯과 도시 속 권력의 욕망과 다양한 이면을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다. 
 
일상과 여행을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그의 여정이 도면 속의 질서를 가져다 주고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공간의 본질을 채운다는 것도~ 
 
서양 건축의 근본이 된 그리스 건축에서 로마인이 발명한 '아치' 덕분에 건물은 어두운 동굴 같던 폐쇄성에서 구조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공공 광장과 연결되는 속성도 알게 되었다. 
 
건축학개론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코르뷔지에'에 대한 보편적인 상식과 저자의 시선으로 그를 이야기한 챕터는 흥미롭게 읽었다. 
 
신화와 허구 사이,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내면의 이야기를
전문가의 식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을 터! 
 
르코르뷔지에의 대표작 '빌라 사보이'를 통해 이해하게 된 오늘날 건축물의 양식인 
'필로티'와 옥상 정원의 이야기 
 
실험적이고 가설적이던 생각들이 명확한 이론으로 구조화되고 응용할 수 있는 건축의 문법으로 세상에 나오는 순간!
눈에 보이는 화려함과 무관하게 존재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건축물은 시각적 차원을 넘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도 책을 통해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미술사의 위대한 발명이라는 원근법을 건축을 통해 발견하는 시간 또한 흥미로운 시간이다.  건축에 최초로 원근법을 도입한 르네상스 건축의 대가 브루넬레스키와 이러한 발견을 회화에 처음 도입한 피렌체의 젊은 화가 마사초가 촉발한 시도가 오늘날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책이 흥미로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저자가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 탄생 시킨 
'순 마레 그릴' 이라는 레스토랑을 검색해 보았다.
많은 사람의 후기가 이어졌는데 나는 무엇보다 그 공간 안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궁금해서 여러 블로그를 찾아보고 글을 읽었다.
그리고 '승무'라는 한국적인 춤을 공간 위에 건축으로 재현한 작품 또한 궁금해서 그와 관련한 기사를 찾아보기도 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국제현대미술비엔날레 디자인 부문 최고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상'을 수상한 그 공간이 궁금해서 여러 사진을 찾아 비교도 해보았다. 
 
언젠가 파리를 가게 된다면 꼭 그 공간을 방문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의문이 들었고, 다양한 이해로 이어졌다.
우리가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건물과 광장과 도로와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되었는지! 
 
건축과 도시는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전문가의 영역을 보편적인 상식으로 나누고 있다. 
 
채우기에 급급한 지금, 저자를 통해 '비우는 것'에 대한 생각에 잠시 머물러 본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건축은 결국 비우는 것에서 시작한다.'라고했다.
세상의 모든 시작은 비움에 시작한다.
삶의 많은 단편은 비움과 채움의 연속이다.
채움에는 노력과 욕심이 담긴다.
그렇지만 비움에는 큰 용기가 따른다는 생각을 했다.
비우고 나서야 모든 것이 새롭게 다시 보인다는 진리를  저자의 건축학을 통해서 다시 배운다. 
 
당연하게 여겨온 도시의 질서에 의문을 던지며 시작된 이야기의 서사가 큰 감동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책은 언제나 지혜의 샘을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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