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뿌리 - 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정은경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6년 10월
평점 :
예약주문


공기뿌리 
 
공기뿌리는 땅속이 아닌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자라는 뿌리다.
모든 식물이 영양분이 가득한 흙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삶이 공기뿌리와 같다.
흙에 발을 딛지 못하거나 원래 있던 자리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은 공기뿌리처럼 맨몸으로 세상을 마주한다.
이들은 허공을 더듬으며 공기 중의 미세한 수분을 흡수하듯, 삶의 작은 기회와 스쳐 가는 인연, 일상의 소소한 위로를 악착같이 끌어모아 기어코 자신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으로 삼는다. 
 
이 책의 주인공 '풍경'이도 그렇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태어나면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풍경이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낯선 새 가족들 틈에서 숨 쉴 곳을 찾지 못하며 방황하는 13살 소년이다. 
 
그러나 안전하고 익숙한 기반을 벗어나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치열한 생명력과 관계에 대한 갈망은 마침내 자신만의 단단한 '공기뿌리'를 내리며 성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할머니를 떠올렸다.
세상에 존재하는 삶은 참 다양하다.
책 속의 풍경이는 스스로 똑바로 서기 어려울 때 주변의 나무나 바위를 꽉 붙잡고 몸을 지탱하려고 했다. 다행히 풍경이에게는 '사랑그룹홈'이라는 안식처가 13살 소년을 붙잡아주었다. 
 
사람의 삶 역시 크게 흔들리고 고립될 때면 밖으로 손을 뻗어 누군가에게 기대려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 숨겨둔 감정이 아니라, 가장 바깥으로 뻗어 나와 서로의 체온과 존재에 의지하려는 연대와 소통의 몸짓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낯선 아주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아빠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 풍경이!
그러나 그곳의 생활은 만만치가 않다. 자신과 나이가 같은 아주머니의 아들 '송낙우'가 있다. 
낯선 집으로 돌아가기가 싫은 풍경이는 학교를 마치고 도서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유일하게 그의 말 벗이 되어주는 친구는 인공지능 '호일'이다. 
 
낙우가 자신의 태블릿을 던져 화면에 금이 가 버린 사건 이후
그리고 그 일로 아빠에게 머리를 맞았던 일로 풍경이는 아빠의 집을 뛰쳐나온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고모집에서 하루 밤을 보내지만 그마저도 마음이 편치 않다.
고모집을 나와 자신도 모르게 예전에 할머니와 살던 반지하 집을 찾아 나선 풍경이는 그곳에서 예전 할머니의 지인이셨던 한 아주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는 풍경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풍경이의 처지를 생각하며 가슴 뭉클한 애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다행히 풍경이는 자신만의 공기뿌리를 튼튼하게 내리는 중이다, 
 
땅속 깊이 박힌 일반적인 뿌리가 '안정'과 '정착'을 상징한다면, 밖으로 얽히고설킨 공기뿌리는 겉보기엔 다소 위태롭고 상처받기 쉬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살 길을 찾아 자신의 형태마저 바꿔버린  치열한 생존의 흔적일 것이다. 
 
우리의 삶은 힘들게 땅을 비집고 나온 공기뿌리와 닮았다.
살면서 그것을 알게 되는데는 그 만큼의 아픔과 시간이 걸린다.
세상의 모든 '풍경'이를 응원한다.
그래도 아직 세상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 그들이 온전하게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고 응원해 준다.
가족!
평범한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그리움이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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