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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오딧세이 - 한 끼에 담아낸 지속 가능성의 여정
김태윤.장민영.황종욱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평점 :
로컬 오딧세이
한 끼에 담아낸 지속 가능성의 여정
이 책은 '오딧세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책을 읽는 동안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넘어, '지금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는 내면의 긴 여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매번 감동 받았던 순간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지점이었다.
재료에 대한 경의와 멋 부리지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의 추구, 음식과 지역과 자연에 대한 생각이 밑 바닥에 깔린 구조 속에서 잃어버린 지역의 고유한 가치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깊이 있게 탐구하려는 노력!
글쓴이의 그러한 노력이 독자들에게 글로 전해지는 순간 감동과 함께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것은 나 만의 경험이었을까?
나는 이 책을 추석 연휴 12일 간 여행을 떠나면서 챙겨갔다.
여행의 빡빡한 일정 속에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여행의 순간 숙소, 기차 안, 비행 중, 틈틈이 시간이 날 때 이 책을 펼쳤을 때 내가 그 어느 때 보다 몰입해서 이 책에 빠져있었는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허기, 음식이 사라진 후에도 그 순간을 애타게 붙들고 싶어지는 간절한 감정"
"내가 먹은 것이 무엇인지, 나를 둘러싼 환경에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음식을 선택하고 싶은......"
책을 읽기 전 도입부에서 읽었던 작가의 이 글귀는 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음식을 대하는 작가의 여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중앙 집중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잃어버린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로컬 비즈니스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진지하게 논하고,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가고 있었던 지역적 뿌리와 정신을 새롭게 조명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창의성과 공동체 정신을 발견하게 한다.
책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의 식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딧세이'의 이야기가 숱한 시련을 딛고 마침내 고향 '이타카'에 닿았듯, 독자들에게 미식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는 여정을 통해 각자의 '이타카'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우리가 마주하는 한 끼의 식사가 단지 개인의 만족을 위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환경을 지키고 지역 공동체를 지탱하는 작은 선택이자 실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음식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와 책임감을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미식과 요리 레시피, 로컬푸드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는 달리 이 책이 담아내는 교훈은 실로 놀랍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로컬 식재료로 선보이는 흥미로운 현대 요리들은 그저 따라 해볼 만한 레시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획일화된 맛의 시대를 벗어나 다양성을 회복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지역 생산자와 함께 지속 가능한 식탁을 차리려는 저자들의 실천적 제안이 담겨있었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식생활 속에서 풀어가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져 매일의 식탁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변화의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식재료에 대한 다양한 지식도 얻게 되었다.
"일반 양돈에서는 출산 후 2주 후 새끼와 어미를 분리하지만, 자연 양돈에서는 출산 후 2개월 동안 새끼를 어미와 함께 지내게 하며 젖을 먹인다. 이러한 사육 방식은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연력을 높여, 항생제 없이도 사육할 수 있다. 로컬 오딧세이에서 드물게 고기 요리를 코스에 포함할 때면 가능하면 자연 양돈 방식으로 사육한 돼지고기를 사용하고자 한다"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되고 식재료를 둘러싼 소비 편중이 심화되면서, 음식 생태계의 다양성은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위기 의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식탁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한국의 기장, 속초, 태안, 제주, 울릉도, 거문도 등 각 지역의 로컬 식재료를 탐험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요리사, 음식탐험가, 음식 문헌 전문 번역가라는 세 저자의 협업은 이 여정에 깊이와 폭을 더한다.
책을 통해 멸치, 말미잘, 군소와 같은 익숙하거나 낯선 식재료가 지역의 역사와 환경 속에서 어떻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지 발견하게 되고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에서 부터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 수정되어야 함을 깊이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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