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펙토르의 시간
엘렌 식수 지음, 황은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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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토르의 시간 
 
엘렌 식수의 '리스펙토르의 시간'은 브라질의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에 대한 엘렌 식수의 깊은 애정과 통찰을 담은 세 편의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책에서 엘렌 식수는 리스펙토르라는 독특한 작가의 내면 세계와 작품의 핵심을 특유의 섬세하고 열정적인 문체로 꿰뚫어 보고 있다. 
 
엘렌 식수는 프랑스령 알제리 오랑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작가, 극작가, 시인, 문학 평론가이자 페미니즘 사상가다. 
 
박사 과정 때 한 토론회에서 그녀가 1975년 발표한 에세이 '메두사의 웃음'에 관해 여러 선생님들의 논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당시 엘렌 식수가 여성적 글쓰기 '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현대 페미니즘 이론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첫 번째 에세이인 '오렌지 살기'에서는 리스펙토르의 작품 세계를 '살아있는 오렌지'라는 독특한 비유와 이미지로 형상화하며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탐구한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예측 불가능한 생의 에너지와 다채로운 감각의 향기가 숨겨져 있는 오렌지처럼, 리스펙토르의 언어 또한 일상적인 단어들 속에 숨겨진 깊은 의미와 낯선 감각들을 일깨운다.  
 
리스펙토르의 문장이 어떻게 독자의 내면을 흔들고,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지, 작가는 마법 같은 힘의 근원을 섬세하게 파헤친다.
그녀의 분석은 단순히 지적인 이해를 넘어, 리스펙토르의 문장이 가진 고유한 리듬과 질감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에세이는 리스펙토르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핵심적인 주제들을 더욱 깊이 있게 조명한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언어와 침묵의 관계, 그리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고독에 대한 탐구로 저자의 예리한 통찰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리스펙토르의 작품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며, 그녀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 여성으로서의 경험, 그리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탐구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난해한 해석으로 다가오지만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글 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자는 리스펙토르의 글쓰기가 단순한 문학적 표현을 넘어, 삶의 복잡성과 미스터리에 대한 깊은 사유이자 일종의 '주술'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리스펙토르가 언어의 한계를 끊임없이 인식하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 삶의 가장 미묘하고 불가해한 영역까지 포착하려 했던 치열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에게 리스펙토르의 글쓰기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닌, 존재의 심연을 탐색하고 길어 올리는 일종의 ‘의식’과 같다. 
 
이 책은 저자 엘렌 식수가 단순한 전기나 작품 분석을 넘어, 리스펙토르의 언어가 지닌 독특한 생명력과 심오한 통찰력을 마치 연금술사가 귀한 금속을 다루듯 섬세하고 열정적으로 탐구한다.  
 
책을 읽는 과정은  마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보석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는 여정과 같이 '리스펙토르의 시간' 은 한 위대한 작가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저자가 펼쳐내는 유려하고 사려 깊은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리스펙토르의 작품들이 왜 그토록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지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그녀의 언어는 때로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현실을 예리하게 해부하고, 때로는 부드러운 깃털처럼 섬세하게 감정을 어루만진다. 
 
책을 통해 리스펙토르의 작품 세계를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마주하며 리스펙토르의 시간이 멈추지 않고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의 철학적 담론이 담긴 리스펙토르에 대한 분석이 조금은 난해한 부분이 있으나 위대한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으로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글쓰기는 신비를 건드리는 것이다. 신비를 짓밟아 진실에 반하는 일이 없도록 말의 끝으로 조심스레 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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