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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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이 책은 정신질환의 딸을 둔 의사 엄마의 기록이다.
엄마, 아빠가 다 의사이지만 딸이 앓고 있는 정신 질환과 다른 분야의 전공이다. 
 
의사 부모도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자식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붙임성과 사회성이 없어서 힘들어했던 첫째 아이에 비해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던 작가의 둘째 딸이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난 속에서 뭔가가 잘못되었어.
내 마음속에 항상 살고 있던 우울이 이제는 날 집어삼키려 해.
난 내가 너무 미워
왜 힘든지 묻지는 마.
우리 집 같은 환경에서 뭐가 우울하냐고 할 거잖아.
아무도 날 이해해주지 못해.
그냥 힘들다고 하면 이해가 안되는 거잖아" 
 
딸 아이의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우울증 검사 결과에서 우울 척도와 자살 척도가 너무 높게 나왔다는 내용의 면담에서도 선생님은 물론 본인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고 합니다. 
 
딸아이의 수능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던 날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학교를 오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달려간 곳에서 방 침대에 맥 없이 누워 있는 아이를 발견한 후 처음으로 아이가 아프다는 것을 인지 했다고 한다. 
 
그날 아이는 생애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약물을 숨을 끊는 방법을 몰라 생명에 지장이 없는 약들만 한 움큼 집어 먹고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용기 있는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이가 다른 질병도 아닌 정신병 관련 질환을 앓고 있으면 현재의 사회 분위기는 모두 쉬쉬 하는 입장인데....... 
 
16번이나 정신병원 보호 병동에 아이를 입원 시키고 매번 
"어떻게 이런 일이 내게 있을 수 있을까?" 하며
삶을 저주했던 엄마의 처절함과 가족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글에서
독자는 함께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 보게 된다. 
 
정신 질환을 가진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고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적고 있다. 
 
몇 시간 동안 카카오톡 메시지 확인 표시 숫자가 바뀌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아이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하는 그런 형태의 삶을 살아간다고. 
 
딸 아이와의 힘든 여정을 걸어가며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는. 
 
정신 질환의 낙인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세상에서 아이의 이야기로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려웠다고. 
 
아이는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고통을 공개하는데 동의해 주었다고 한다. 
 
글을 읽는 내내 작가의 진솔한 글과 절박한 상황, 그리고 본인과 같은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느껴져 함께 마음이 아팠다. 
 
정신 질환은 신체 질환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누구도 잘못이 아니라는 것
겉으로 아무 어려움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의사 부부의 가족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도 이런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디고 있었을까? 에 대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는 작가의 이야기에서 더 절박함이 느껴졌다. 
 
딸 아이가 걷어 보였던 팔 소매 사이로  수없이 가로로 그어진 칼 자국을 보고 
" 언제, 어떻게, 도대체 왜?"로 절망했던 의사 엄마의 이야기는 우리가 가보지 못했던 세상이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힘들어 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외면 당한 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하게 한다. 
 
묻지마 살인 등 혼란한 사회 현상이 매번 메스컴을 통해 사람들의 심리에 불안을 가중 시킨다. 
 
정신적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편적인 시선에 대한 부분부터 궁극적 차원에서 새롭게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함께 그 고통을 나누어 가는 가족들에 대한 진심 어린 손길과 이해도 필요할 것이다. 
 
삶은 다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언제 어딘가에서 우리 또한 삶의 큰 낭떠러지에서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
따뜻한 사회의 시선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분쇠의학상을 수상한 의학자가 전하는 정신 질환을 앓는 딸을 보살피고, 가족으로서 삶을 함께 살아내고자 겪어온 힘겨운 여정의 기록! 
 
큰 용기를 내어 사회의 기피적인 이야기를 글로 담아준 김현아 작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걸어가는 모든 상황들에 함께 관심을 가지겠다는 마음의 다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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