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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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미술관 
 
"미술을 만나면
세상은 이야기가 된다"
양정무 교수님의 신간이 드디어 나왔다. 
 
2016년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만나게 된 양정무교수님의 방대한 미술사 이야기~ 
 
교수님의 미술사 이야기와 만나면 
미술은 일반적인 교양서를 넘어 
흥미로운 인문학이 된다. 
 
고전미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은 문명의 표정이 될 수 있는가?
박물관의 역사는 뜨겁다?
미술과 코로나 펜데믹? 
 
이번 신간 '벌거벗은 미술관'에서는
이와 같이 나의 두뇌를 흔드는 만만치 않은 질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 주제들을 따라가다보면
나는 어느새 
중세 혹은 바로크의 어디쯤에서
또는 현대의 인간적인 휴머니즘 미술이야기에서 몰입의 문을 열고 미술에 대한 오래된 오해들과
맞서고 있다.
 
양교수님의 친필 사인본 책을 출판사에서 받았을때
사인을 한 날짜 위에
'마술 같은 미술'이란
재미있는 글이 적혀있었는데
 
박물관과 미술관의 그림에 얽힌 반전의 역사를 더듬다 보면
'마술 같은 미술'이란 말이 절로 공감이 된다.
 
고전미술의 핵심에서 고대 그리스의 벌거벗은 누드상은 
오해가 오해를 낳아 만든 환상의 결과물이다. 
 
생존의 문제를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목적성의 고전미술에는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함의
두 가지 얼굴이 공존한다. 
 
우리가 알고있던 고전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들이 복제본이거나 고전기에서 한발 떨어진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라는것을 알게 되면
고전미술의 실체가 불확실해지면서
당혹감에도 빠질수 있다. 
 
그러나
생명속에 죽음의 그림자가 있듯이 
아름다운 미술에도 늘 그늘이 존재한다. 
 
가장 완벽한 인간.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고전미술에도 반전의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고대 문명의 첫 표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기원전 570년 경부터 제작된 그리스의 조각에 특징적으로 등장하는 미소를 가리켜
'아르카익 스마일' 이라고한다. 
 
죽어가는 전사자의 얼굴에서도
이 미소를 볼 수 있는데
그들의 충만한 삶을 예찬하는 조각적 결과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박물관의 역사다. 
 
프랑스혁명으로 인한 절대권력의 중심에 있던 나폴레옹은 이탈리아 전역을 평정해 나가면서 
이탈리아 미술품들을 파리로 옮겨오며 루브르 박물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 당시는 누가 고전을 중심으로 세기의 명작을 차지하는가?가
유럽의 정신적 뿌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시민을 위한 공공미술관을 지향했던 영국은 외교관을 통한 약탈로 대영박물관이 탄생된다.  
 
약탈 미술품이 오늘날 루브르 박물관과 대영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참담한 정복 전쟁 속에서 부당한 미술품 갈취가 결과적으로
박물관 시대를 열었다는 이야기다. 
 
한편으로
예술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 피렌체에 엄청난 재앙이 찾아온다.
1348년 유럽 구석구석으로 번졌던 흑사병은 2년 반 만에 유럽 인구의 4분의1을 앗아갔다. 
 
중세문학을 대표하는 '데카메론'은 흑사병을 피해 시골로 피난갔던 젊은 남녀 10명의 이야기로 자가격리를 배경으로 하여 나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흑사병이 피렌체를 휩쓸 무렵
기부를 통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탄생된다. 
 
참회와 선행만이 병을 이겨내는 길이라 여겨 기부금을 바탕으로
독특한 미술품들이 만들어지는데,
과거의 펜데믹 시기에 꽃 핀 미술을 통해  인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를 살펴보면서 
지금의 코로나 위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 방향성을 가늠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인간의 일상적 번민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 앞에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그것의 완벽함과 위대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민과 그것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가 흔히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예술은 완벽과는 거리가 먼 오류의 세계에 머물며
영욕의 인류사가 남긴 미술의 두얼굴을 통해 앞으로의 시간을 완벽으로 채워나갈지도 모른다. 
  
'미'에 대한 열린 생각을 존중하듯
미술에 대해서도 열린시각으로
바라볼때 더 많은 세상이 보여지지 않을까? 
 
미술작품은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가려는
속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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