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의 귀향 특별 기념판 탕자의 귀향
헨리 나우웬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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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세기 마지막 영성가라는 수식어와 함께 탁월한 영적 유산을 남기고 떠난 헨리 나우웬의 삶의 궤적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자 그의 사망 20주기를 맞아 나온 특별 기념판으로, ‘탕자의 귀향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또한,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돌아온 탕자이야기와 렘브란트의 영감 넘치는 그림과 헨리 나우웬의 깊은 통찰력이 어우러져 빚어낸 걸작품 이기도하다.

출판사 포이에마의 책 목록에서 책 표지를 장식하는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이란 제목의 그림이 나에게 인상적으로 나마 그 궁금증으로 이 책을 선택했듯이 저자 헨리 나우헨도 1983년 중앙아메리카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과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누비는 고단한 순회강연을 마치고, 프랑스 트로즐리에 있는 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따듯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라르쉬(L'Arche) 공동체 친구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방문에 붙여놓은 렘브란트의 그림 탕자의 귀향과 마주하며 이후 러시아 예르미타시 미술관에서 원작을 보게 되면서 그때의 영감을 바탕으로 이 책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 탕자의 귀향을 영성 관련 도서들 가운데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꼽는 이들이 주위에 많다. 크리스천도 있고 유대인도 있다. 신앙이 깊은 이도 있고 회의적인 이도 있다. 불가지론자도 있고 구도자도 있다. 이 글에서 지은이는 죽은 뒤에도 오래도록 기억되고 싶다는 갈망을 몹시 죄스러운 말투로 고백한다.

성경적, 역사적, 심리적 맥락에서 작품을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영적인 귀향길에 있음을 보여주며 아들의 자리에서 아버지의 위치로 나아갈 것을 도전한다. 결국 그리스도인의 삶은 남루한 옷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작은아들에게서 구부정하게 서 있는 아버지에게로, ‘축복을 받는 자리에서 은총을 베푸는 자리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의 소재가 되는 렘브란트의 그림 탕자의 귀향또한 화가의 유작에 속하는 작품으로 렘브란트의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화려하고 방탕한 삶을 살았던 불완전한 렘브란트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다가서는 삶의 여정이 마무리 되는 종착역에서 남루한 모습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 순간 이 작품은 탄생하게 된다.

 

이 책은 세 가지의 측면에서 이야기 하며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끌어내고 있다. 첫 번째는, 집을 나갔다 마침내 돌아온 작은 아들(탕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온 작은아들은 단순히 잘못을 뉘우치는 한 인간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상징한다. 저자는 되돌아온 작은 아들이 고통스러운 삶에서 다시 실낙원에 들어가기를 소망하는 모습을 우리 모든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는, 평생 집에 머물며 아버지를 도우고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큰아들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작은아들의 귀향을 반가이 맞이하는 아버지에게서 느끼는 큰아들의 상실감을 통해 작가 나우웬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평생 방탕한 생활을 해본 적도 없고, 전통을 지키며 집을 지키며 살았지만, 실제로는 마치 작은 아들인 것처럼 살았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질투와 분노와 교묘한 독선을 간직한 채 살아온, 삶의 한 꺼풀 아래에 고스란히 존재했던 큰 아들의 모습을 자신의 삶에서 발견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회심을 찾자면 집에 머물고 있는 이가 돌이키는 경우를 꼽으며, 작은아들과 큰아들 모두 치유와 용서가 필요하며 둘 다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품에 안겨 용서 받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영원한 생명에 들어갈 준비를 마친 아버지가 되는 여정이다. 아버지의 존재는 끝없는 동정심과 무조건적인 사랑, 영원한 용서의 상징이다. 육신의 눈이 거의 감기다시피 한 아버지의 존재는 오히려 더 멀리, 더 넓게 보는 나아가서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영원한 시선인 것이다. 집을 떠나는 자녀들의 아픔을 알고, 길 잃은 자식을 집으로 데려오려는 열망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그리하여 온유, 자비, 용서의 내면적 차원을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하고 승화시키는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안에 공존하는 작은아들과 큰아들, 아버지의 이야기다.

신약성경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를 고스란히 화폭에 옮긴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작은아들의 방탕한 삶과 귀환, 큰아들의 깊은 상실감과 분노, 아버지의 용서와 환대로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을 깊이 파고들며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귀향을 갈망하며 귀향의 감격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혹은 귀향이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된 사람에게 용기와 감동을 전해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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